‘로또 당첨’에 청약통장 무용론 확산, 오피스텔로 눈 돌리는 실수요자

천정부지로 치솟은 경쟁률에 주거형 오피스텔 수요 급증

분양이 끝난 인천 서구 북청라 푸르지오 트레시엘 오피스텔 모델하우스 현장. 출처: 연합뉴스


‘로또 당첨’, ‘하늘에 별 따기’ 등 청약 당첨을 두고 하는 말이다. 당첨만 되면 인근 단지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신규 아파트를 살 수 있어 너무나 많은 이들이 청약에 도전하고 있다. 경쟁률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당첨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일각에서 청약통장 무용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청약통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너무나 많아졌고, 청약자격요건도 까다로워 실수요자가 분양시장 진입에서 청약으로 집을 살 가능성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수년간 분양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청약통장 가입자는 크게 늘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청약통장은 2825만1325구좌가 존재한다. 우리나라 인구가 520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이 청약통장을 보유한 셈이다. 이 중 1순위 통장은 1577만9724구좌로 수도권 주요 단지 1순위 청약에는 수만, 수십만명의 청약자가 몰린다.

이로 인해 청약통장이 사실상 무용지물로 변질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어서다. 서울이나 과천, 동탄 등 수도권 주요 지역에선 당첨가능 청약가점이 60점을 넘는 사례가 자주 등장한다. 심지어 서울 강남 4구나 세종시 등에선 가점 만점자(84점)도 속속 등장한다.

청약통장 2010~2021년 9월 가입 현황. 자료: 한국부동산원


까다로운 청약자격 요건도 걸림돌이다. 2017년 8·2 대책 이후 청약 가점제가 바뀌면서 가점이 낮은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등이 오히려 분양 시장 소외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파트 당첨이 어려워지자 실수요자는 주거형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건설사 역시 해당 주택의 공급 비중을 점차 늘리고 있다. 올해 4분기에도 아파트를 대체할 주거상품 공급은 이어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 와동동 1471-2, 3번지 일대에 짓는 ‘힐스테이트 더 운정’을 다음달 중 선보인다. 지하 5층~지상 49층, 13개동, 3414가구 규모다. 아파트는 744가구, 주거형 오피스텔은 2669실이다. 이 중 오피스텔을 다음달 우선전으로 분양할 예정이다.오피스텔 전용면적은 84㎡ 위주로 구성돼 아프트의 대체상품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HDC현대산업개발도 대전 도안 2-1지구 준주거용지 C1·C4·C5블록에 오피스텔 ‘대전 도안 센트럴 아이파크’를 다음달 분양한다. 지하 3층~지상 최고 26층, 5개동, 84㎡ 단일면적으로 377실 규모다.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역이 근거리에 신설될 예정이다. 홍도초와 대전도안고를 도보로 통학할 수 있고 원신흥도서관과 목원대 앞 학원가 이용도 수월하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는 “청약통장 공급이 과도하게 이뤄져 자격요건도 까다로워지면서 청약통장이 사실상 예치수단으로 변질되고 말았다”며 “아파트 등 분양시장의 진입이 어려워지면서 규제가 훨씬 덜한 주거형 오피스텔을 선택하는 실수요자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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