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으로 얼어붙은 회사채 시장에서도 체면 차린 LG유플러스

사상 첫 20년 만기 회사채 발행으로 장기 투자 선호하는 보험사 투자 심리 자극

[마켓 인사이트]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이 지난 7월 서울 용산 유플러스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LG유플러스가 얼어붙은 회사채 시장에서 1조원에 육박하는 투자 수요를 이끌며 체면을 차렸다. 탄탄한 영업 수익성을 기반으로 한 우량한 신용도 덕분이다. 보험사와 연기금 등의 환대를 받으며 사상 처음으로 20년 만기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다만 시장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 신용도를 유지하기 위해선 선제적 사업 전략 추진과 투자 부담 관리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사상 첫 장기물 발행에도 흥행 성공

LG유플러스는 올해 마지막 대규모 자금 조달을 마무리했다.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한국은행이 올해 8월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이미 금리 인상 국면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시장 금리가 계속 오르면 대부분의 기관투자가들은 채권 평가 손실을 본다. 한국은행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조달 비용이 더 커지고 투자 수요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LG유플러스는 주파수 사용 가격 납부 등을 위해 운영 자금이 필요했다. 하지만 금리 변동성이 커져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었다. 올해 10월 이후에는 회사채 수요 예측(사전 청약)에서 목표한 만큼 투자 수요를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이 속속 등장해 시장이 좋지 않았다.

LG유플러스가 한국투자증권·KB증권·NH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를 대표 주간사 회사로 선정하고서도 미래에셋증권·하이투자증권·하나금융투자·IBK투자증권을 공동 주간사 회사로 결정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시장 참여자들은 비교적 우량한 신용 등급을 고려할 때 LG유플러스가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지는 않더라도 흥행에 성공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LG유플러스가 올해 11월 2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실시한 수요 예측 결과 총 95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각종 기금과 공제회가 투자를 희망했다. 한국의 큰손들이 일제히 투자 의사를 밝히며 LG유플러스는 유리한 조건에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기관투자가들의 요청에 따라 최종 회사채 발행 금액도 3000억원으로 늘렸다.

특히 일부 회사채를 20년 만기로 구성한 것이 이번 흥행 성공을 이끈 요인이 됐다. LG유플러스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20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한 적이 없다. 20년 등 초장기 만기는 최우량 기업이나 공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투자 기간이 20년에 달하는 만큼 특정 기업의 사업성이나 재무 전망을 크게 긍정적으로 보지 않으면 기관투자가들이 선뜻 투자하지 않기 때문이다. 20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결정하는 것은 기업이 사업·재무적 자신감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시장 상황이 녹록하지 않아서인지 장기 투자를 선호하는 보험사가 LG유플러스의 20년 만기 회사채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는 자연스럽게 회사채 발행 흥행으로 이어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LG유플러는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20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했다는 성과를 남겼다”며 “여기에 기관투자가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 비우호적인 시장 환경에서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빅 이슈어’라는 이미지도 각인시키게 됐다”고 말했다.


후발 사업자임에도 개선 중인 수익성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과 KT보다 늦게 통신 사업에 뛰어든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신용도를 개선한 대표 기업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BBB+’에 그쳤지만 2000년대 중반 들어 ‘A-’로 올라선 후 지속적으로 신용도를 끌어올렸다.

2010년 ‘AA-’로 높아진 뒤에도 신용도 개선에 집중해 2013년부터 ‘AA’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LG유플러스의 회사채 발행에도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AA’ 등급을 부여했다.

LG유플러스는 후발 사업자로 한국 3위의 시장 지위를 갖추고 있다. 올해 6월 기준 이동전화 24.0%, 초고속 인터넷 20.5%, 인터넷TV(IPTV) 25.7% 등의 가입자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LG유플러스는 고정비 부담이 늘고 있지만 마케팅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 영업 수익성을 개선하는 모습이다.

2018년에는 무선 부문의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 하락 폭이 확대되고 회계 기준 변경에 따라 유선 부문의 매출 성장이 둔화되면서 영업이익률이 떨어졌다. 2019년에는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 상용화 초기 가입자 선점을 위한 마케팅 경쟁이 심화됐고 설비 투자 확대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가까지 맞물려 수익성 저하 추세가 이어졌다.

지난해에도 인건비와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가 늘었지만 업계의 상황이 달라지면서 영업이익률이 좋아졌다.

무선 부문의 실적이 늘었고 유선 부문의 고가 요금제 가입자 비율이 높아진 덕분이다. 이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5G 가입자 유치 경쟁이 완화됐다. 올해 들어서도 유·무선 사업부문의 고른 수익성과 5G 상용화 초기에 투입된 마케팅 비용의 회계적 이연 효과 축소로 수익성 개선세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LG유플러스의 영업이익률은 8.0%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7.0%, 연간으로는 6.6%였다. 2019년에는 더 낮은 5.4%를 기록했다.

현재 나타나는 안정적인 영업 수익성을 토대로 2018~2020년 연평균 2조8000억원 안팎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창출 능력도 보여줬다. 단말 할부 채권 매각으로 운전 자본 부담을 제어하면서 연간 2조3000억원 규모의 순영업 현금 흐름(NCF)도 지속하고 있다.

송종휴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IPTV와 초고속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유선 부문의 양호한 가입자 순증세와 실적 호조, 마케팅 비용 제어 등으로 중·단기간 이익 창출 능력이 완만하게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 LG유플러스의 사업·재무 전망을 마냥 낙관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일각에선 성장 한계에 부딪친 통신사들의 우량한 신용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실제 가입자 포화 상태를 겪고 있는 통신사들은 탈(脫)통신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넷플릭스를 대표로 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가파른 성장에 새로운 경쟁 구도에 직면한 상태다.

OTT가 방송 플랫폼 산업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면서 전통적인 플랫폼·콘텐츠 사업자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글로벌 OTT 사업자 이외에도 네이버·카카오 등 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들이 앞다퉈 콘텐츠 투자를 확대하면서 경쟁 구도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5G망 관련 설비 투자 부담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미디어 플랫폼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한 투자금 등을 감안하면 중·단기적으로 잉여 현금 흐름(FCF)이 좋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국기업평가는 “통신사들이 사업 시너지가 크고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미디어 콘텐츠와 클라우드 등 B2B(기업 간 거래) 분야를 중심으로 비(非)통신 분야 투자 확대 기조를 계속할 것”이라며 “시장 변화에 대응한 사업 추진 전략과 기대 성과, 투자 정책에 따른 재무 구조 변화로 앞으로의 신용도가 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은정 한국경제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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