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오르는 소리 들린다”…신흥 주거 타운으로 거듭나는 서울 노후 지역

‘베드타운’ 신길·상계에 관심 고조…우수한 주거 여건에 가치 재조명

[비즈니스 포커스]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선도사업 1차 후보지로 선정된 서울 영등포구 신길 2·4·15구역. 사진=한국경제신문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출렁이고 있는 와중에도 신흥 주거 타운으로 떠오른 지역의 집값은 오름세를 타고 있다. 서울에선 더 이상 주택을 공급할 부지 여유가 없어 노후 주택이 밀집한 지역이 신규 단지로 재건축·재개발되면서 이 지역의 가치가 재조명받고 있다.

완성된 생활 인프라에 주거 환경 우수

신흥 주거 타운으로 거듭나는 곳은 생활 인프라가 대부분 구축돼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수한 교통망과 쇼핑·편의 시설 등이 있어 신규 입주자들은 우수한 주거 환경을 곧바로 누릴 수 있다.

또한 짧은 기간 안에 주변 아파트 단지 값을 따라잡으며 집값 상승에 따른 시세 차익도 누릴 수 있다. 수도권 신도시 대규모 아파트가 입주 후 높은 시세가 형성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신길뉴타운의 보라매SK뷰는 지난 9월 전용 면적 84㎡(13층)가 17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7월 거래된 같은 평수의 19층이 14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3억원(22%)이 올랐다.

서울 영등포구 노후 주거지를 개발한 신길뉴타운에는 래미안프레비뉴·신길파크자이·힐스테이트 클래시안 등 다수의 브랜드 아파트의 입주가 완료됐다.

최근에는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신길15구역이 도심 복합 사업자로 선정되고 지구 지정 요건인 주민 동의 3분의 2 이상을 확보하는 등 재개발 사업이 탄력을 받으며 시세가 오르고 있다. 신길15구역은 저층 주거지로 분류되는 주택공급활성화지구다. 현재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이 구역의 노후도는 89.5%다.

서울 노원구 상계뉴타운도 신길뉴타운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노원 센트럴 푸르지오’ 84㎡(26층)는 지난해 8월 9억8000만원에 팔렸다. 반면 올해 3월에는 2억원 이상 오른 12억4000만원(12층)에 거래됐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 업체 리얼투데이는 “신흥 주거 타운으로 다시 태어나는 지역은 생활 편의성과 주거 여건 개선에 미래 가치를 높게 평가 받아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며 “특히 신길15구역처럼 개발 속도가 뚜렷한 지역을 중심으로 실수요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이 올해 10월 분양한 서울 영등포구 ‘신길 AK 푸르지오’ 조감도. 사진=대우건설 제공


대형 건설사, 신흥 주거 타운 개발 ‘러시’

신흥 주거 타운은 직주근접성이 높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건설사는 새 아파트를 짓기만 해도 ‘분양 완판’이 가능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대형 건설사들이 앞다퉈 신흥 주거 타운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대우건설은 올해 10월 서울 영등포 신길동에 ‘신길 AK 푸르지오’를 분양했다. 이 단지는 지하 5층~지상 24층, 5개 동, 전용 면적 49㎡의 도시형 생활주택 296가구와 78㎡ 오피스텔 96실 등 총 392가구와 근린 생활 시설로 조성되는 곳이다.

신길뉴타운에 들어서면서 개발이 진행 중인 포스코건설의 ‘더샵 파크 프레스티지(신길3구역)’와 ‘보라매 SK뷰(신길5구역)’ 등과 함께 들어서 브랜드 타운의 프리미엄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에 들어선 만큼 교통 편의성은 물론 뛰어나다. 지하철 7호선 신풍역과 1호선과 KTX가 정차하는 영등포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어 여의도와 구로디지털단지 등 업무지구로 출퇴근이 편리하다.

신규 분양인 만큼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한 분양가도 장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길뉴타운의 ‘래미안에스티움’은 지난 4월 전용 면적 39㎡(11층)가 9억2700만원에 거래됐다. 신길 AK 푸르지오 49㎡의 분양가는 8억4400만~8억9900만원으로, 10㎡(약 3평)가 더 큼에도 약 3000만~8000만원 낮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0월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1구역 재개발 사업을 수주했다. 상계1구역에 지하 5층~지상 25층, 17개 동, 1388가구를 신축하는 2930억원 규모의 사업이다.


노원구는 서울에서도 대표적인 ‘베드타운’으로 꼽힌다. 올해 6월 기준 노원구 인구는 52만2480명이다. 송파구와 강서구에 이어 셋째로 주거 인구가 많다. 그중 상계동은 중저가 단지가 밀집해 있고 1980~1990년대 건축된 노후 아파트가 많아 건설사들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상계1구역은 교통·주거 기반 여건이 양호한 사업지다. 인접한 상계뉴타운 등의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으로, 이들 사업이 완료되면 신길뉴타운처럼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주거 여건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현대산업개발은 상계1구역에 브랜드 아파트 ‘아이파크’를 지어 서울 동북권을 선도하는 프리미엄 주거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이와 함께 보유한 스마트 기술력을 총동원해 편리한 교통 여건과 인프라를 갖춘 상계1구역을 명품 주거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신흥 주거 타운은 서울에서도 희소 가치가 매우 높은 금싸라기 지역”이라며 “노후 지역의 새 아파트는 분양 시장에서 인기가 많아 언제나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해 건설사로선 놓칠 수 없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새 아파트에 대한 갈아타기 수요는 끊임이 없다. 또 노후 아파트가 많은 곳에서 신규 브랜드 아파트에 입주하면 실거주자는 지역 내에서 ‘희소성’이란 프리미엄도 얻는다. 또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 주변 환경이 정비되는 효과도 있어 향후 지역 가치 상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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