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우려와 공급망·물류 대란 등 점진적 해소…인터넷·자동차·2차전지도 주목
[머니 인사이트]올해 초까지 주요 지역 대비 가파른 주가 상승세를 보이며 3316까지 상승했던 한국 증시가 최근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올 상반기까지 빠르게 상향 조정되던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이 하반기 들어 하향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7월 말 이후(10월 31일 기준)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12개월 선행 EPS는 4.0% 상향 조정됐지만 코스피는 오히려 0.6% 하향 조정됐다. 상품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와 전 세계적 공급망 병목 현상이 한국 기업들의 이익 전망에 악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성장주 중심으로 재편된 한국 증시
우선 인플레의 경우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압력이 높아지면서 제조업 비율이 높은 한국 기업들의 비용 증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에너지 수급 불안과 글로벌 탄소 규제 강화에 따른 공급 문제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가 동시에 일어나면서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무역하는 한국 산업 구조의 특성으로 인해 기업들의 비용 증가와 이익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글로벌 주요국과 비교하면 국제 유가가 10% 상승하면 한국은 0.75%포인트의 생산비가 증가하는 반면 중국과 일본은 각각 0.36%포인트, 0.34%포인트 상승한다.
따라서 최근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주요국 대비 한국 기업 실적 전망에 더욱 부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또한 델타 변이의 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의 병목 현상과 물류 비용 증가도 한국 기업의 이익 전망에 악영향을 미쳤다. 차량용 반도체와 휴대전화의 생산 설비가 집중된 아시아 국가들에 델타 변이가 확산되면서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들의 공급망이 영향을 받았다. 동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라 물동량이 장시 둔화될 것이라는 에상과 달리 미국 경기의 회복으로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물류비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제조업 위주의 한국 증시와 소비재 기업의 비율이 높은 미국 증시 간의 디커플링이 심화되는 이유다.
하지만 내년 코스피의 부진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인플레와 글로벌 공급망의 병목 현상이 점진적으로 해소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최근 인플레가 일부 품목에서 발생한 것인 만큼 가격 상승이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중고차의 경우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가 높아졌음에도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다. 이러한 품목은 공급이 정상화되면 가격 상승폭이 줄면서 인플레 부담이 감소할 것이다.
원유 또한 공급 상황이 크게 개선되면서 국제 유가가 안정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내 산유량이 회복세를 이어 가고 있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또한 지속된 감산으로 생산 여력이 많이 남아 있어 내년 국제 유가는 배럴당 70~90달러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백신 접종이 전 세계로 확대되면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망가진 신흥국의 공급망이 점차 회복되고 있다. 기업들의 공급망 투자 확대와 향후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가 보급되면 생산 차질 이슈는 더욱 확실히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수요 측면에서는 한국 기업들에 호재로 작용할 요소가 많아 보인다. 경기 회복에 따른 소비자 심리가 개선되고 있고 완화적 통화 정책으로 인한 자산 가격 상승이 소비자의 소비 여력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고객 재고 지수는 사상 최저 수준을 보이며 향후 신규 수요가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소비심리지수는 106.8을 기록하며 2개월 연속 상승했다. 백신 접종과 ‘위드 코로나’에 따른 방역 체계가 일상 회복에 접어들자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동시에 주요국의 저금리·유동성 확대 통화 정책으로 주택·주식·상품 등 자산 시장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자산 가격 상승이 소비로 이어지는 부(富)의 효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인플레와 공급망 병목이 해결됨과 동시에 소비 수요 회복이 이어진다면 2022년 한국 증시는 실적 장세를 이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밸류에이션 부담도 줄어들 전망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속화하면서 한국 증시는 철강·화학·산업재·금융 등 전통 산업 위주에서 반도체·바이오·인터넷·게임·자동차·2차전지 등 성장성이 높은 5개의 산업으로 재편됐다. 이는 한국 증시가 고령화와 저성장 우려로 박스피를 거듭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다시 한 번 성장할 수 있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앞서 언급한 5개 업종은 현재 시가 총액 기준으로 상위 5개의 업종이고 이들이 차지하는 전체 시가 총액 비율은 56.5% 수준이다.
또한 2021년 기준 전체 기업 대비 이들의 매출과 영업이익 또한 40.8%와 44.3%를 차지하고 있어 한국 증시의 대표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 업종이 기대하는 대로 높은 성장을 지속한다면 펀더멘털 측면에서 한국 증시가 튼튼해지는 동시에 지속적인 상승을 이어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 매도세를 이어 가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유가증권시장에서 24조5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올해도 10월 말까지 누적 기준으로 31조5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여 동안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 시장에서 누적 56조원어치를 순매도한 것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원·달러 환율의 안정과 한국 기업들의 실적 개선으로 증시 밸류에이션 부담이 줄면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완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올해 원화는 주요국 대비 과도한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달러화 강세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무역수지 흑자 축소가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에 영향을 미쳤다. 동시에 한국 성장주 기업들의 약진으로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수준이 높아지면서 외국인의 매도를 자극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앞서 언급했던 한국 기업들의 이익 개선이 이어지고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찾아 가면서 외국인의 매도세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코스피지수는 대내외 악재로 3000선을 밑도는 등 부진을 이어 가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되는 과매도 구간으로 판단된다. 내년에는 상품 가격 인플레와 공급망 문제가 해결되면서 최대 3520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며 시총 상위 5개 업중 위주의 투자가 유망할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등락을 반복하는 3000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률(PER)로 산출하면 10.5배로 최근 5년 평균 PER(10.6배)을 밑돌고 있다. 특히 시총 상위 5개 업종의 12개월 순이익 합산 기준으로 PER 추이를 분석하면 3000은 최근 5년 평균 대비 4.9%를 밑돈다. 그뿐만 아니라 시총 상위 5개 업종의 12개월 선행 EPS는 연초 대비 46.1% 증가하면서 36.8% 증가한 코스피지수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나 이들의 이익 모멘텀이 부각되고 있다.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가순자산배율(PBR)로 코스피를 살펴봤을 때도 현재 구간은 과매도로 판단된다.
최근 5년간 코스피의 적정 할인율은 9.5%로 추정되는데 이를 현재 코스피 12개월 선행 ROE 전망(11%)에 적용하면 적정 PBR은 1.15배, 코스피지수는 3300이 적정 수준으로 판단된다. 내년 코스피는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올해 대비 10.5%와 2.5%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인플레와 공급망 우려가 안정을 찾게 되면 12개월 선행 EPS는 10~20% 상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내년 코스피 12개월 선행 EPS는 300~320포인트로 추정하고 12개월 선행 PER 10~11배를 적용하면 코스피지수는 3520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내년에는 코스피의 실적 장세를 이끌어 가는 반도체·바이오·인터넷·게임·자동차·2차전지 업종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