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12년 연속 ‘세계 최고 철강사’ 지킨 비결은

‘영업이익 9조’ 역대 최대 실적 예상…최정우 회장 세계철강협회 ‘리더’ 선출 등 호재 쏟아져

[비즈니스 포커스]

사진=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이 고로 작업을 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가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 자리를 지켰다. 글로벌 철강 전문 분석 기관 월드 스틸 다이내믹스(WSD)는 최근 ‘세계 1위’ 철강사로 포스코를 12년 연속 선정했다. 올해 조사에서는 실적 회복과 함께 친환경 소재 기업으로의 변신 노력 등을 높게 평가했다.

포스코는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 영업이익 9조원 시대’를 열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최근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세계철강협회 회장단에 뽑히며 겹경사를 맞았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내년 글로벌 철강 수요는 올해보다 2.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글로벌 철강 시황 호조 속 선제적 차세대 먹거리 확보 등을 바탕으로 내년 이후에도 탄탄한 경영 실적을 이어 갈 방침이다.

사업 다각화로 코로나19 위기 돌파

포스코는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20조6369억원, 영업이익 3조116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7%, 영업이익은 367.5% 증가했다. 1968년 창사 이후 분기 기준 최고 실적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글로벌 철강 수요 산업 침체 등으로 판매량이 급감하며 잠시 흔들렸다. 원료 가격 상승에 따른 마진 하락도 발목을 잡았다. 창사 이후 첫 유급 휴업을 시행하는 등 ‘코로나발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를 갈았다. 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포스코는 지난해 3분기부터 ‘V자 반등’에 성공했다. 2차전지 소재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온 체질 개선 노력이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했다. 건설과 에너지 등 글로벌 인프라 사업 부문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올 3분기에는 본업인 철강 사업의 회복이 돋보였다. 포스코의 철강 사업 실적만 집계한 3분기 별도 기준 매출은 11조3147억원, 영업이익은 2조29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2.0%, 776.6% 증가했다. 제조업 경기 회복에 따른 글로벌 철강 시황 호조와 제품 생산 및 판매 증가, 원료가 상승에 따른 철강 가격 강세 등에 힘입어 ‘분기 영업이익 3조원 시대’를 맞았다.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포스코’가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해외 법인도 견조한 성장세로 뒷받침했다.

포스코의 호실적 랠리는 올 4분기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올해 ‘연간 영업이익 9조 클럽’ 달성을 예약한 상태다. 금융 정보 제공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1월 17일 기준 포스코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전년 대비 287.9% 증가한 9조3214억원이다. 매출은 30.4% 증가해 75조345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곳간 관리’ 전략으로 미래 투자 확대

포스코는 탄탄한 재무 구조를 바탕으로 미래 핵심 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방침이다.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자금시재(현금성 자산)를 늘리며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곳간 관리’ 전략을 이어 오고 있다. 포스코의 자금시재는 현금과 현금성 자산, 단기 금융 상품, 단기 매매 증권, 유동성 유가증권, 유동성 만기 채무 증권으로 구성돼 있다.

최정우 회장이 취임한 2018년 말 기준 10조7000억원이던 포스코의 자금시재는 지난해 말 16조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올 3분기에는 18조6000억원으로 늘었다. 포스코는 선제적 자금 조달과 운전 자본 감축을 통한 현금 유동성 확보로 글로벌 철강사 중 최고 수준의 신용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내실 있는 곳간을 바탕으로 친환경차 부품 등 미래 먹거리에 효율적 투자를 이어 간다는 계획이다.



포스코는 우선 그룹 차원에서 2차전지 소재 사업을 중점 육성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급속한 성장에 대응해 리튬·니켈·흑연 등의 2차전지 소재 밸류 체인을 강화하는 중이다. 리튬은 아르헨티나 염호와 호주 광석 기반의 이원화한 생산 체제를 더욱 확고히 할 계획이다. 또한 니켈·코발트·흑연 등의 원료 확보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공급사와의 공동 투자, 공동 기술 개발 등의 구매 경쟁력 강화를 모색해 2차전지 소재 부문 글로벌 ‘톱 티어’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포스코그룹은 친환경차 부품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9월 친환경차 강판 시장 선점을 위해 기가스틸(초고강도 경량 강판) 연간 100만 톤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최근 친환경차의 ‘심장’인 구동 모터에 들어가는 무방향성 전기 강판 생산 규모도 확대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약 1조원을 순차적으로 투자해 연산 30만 톤 규모의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새 공장은 광양제철소에 들어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연 10만 톤의 구동 모터용 무방향성 전기 강판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새 공장을 통해 2025년까지 연간 생산량을 총 40만 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의 전기차용 고장력 강판과 배터리팩 전용 강재 등을 중심으로 포스코케미칼이 생산하는 양·음극재,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자회사 포스코SPS가 생산하는 전기차 구동 모터 코어, 포스코 고유 기술을 활용한 수소차용 연료전지 분리판 소재 등은 물론 이를 활용하는 맞춤형 솔루션 패키지를 고객사에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글로벌 무대에서도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WSD는 미국 마이애미에서 11월 8일 열린 ‘제36차 글로벌 철강 전략 회의’에서 포스코를 12년 연속 세계 최고 철강사로 선정했다. WSD는 매년 세계 주요 35개 철강사를 대상으로 23개 항목을 평가해 이를 종합한 경쟁력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이 순위는 글로벌 철강사들의 경영 현황과 발전 가능성 등을 가늠하는 참고 지표로 활용된다.

포스코는 고부가 가치 제품, 가공 비용, 기술 혁신, 인적 역량, 신성장 사업, 투자 환경, 국가 위험 요소 등 7개 항목에서 2년 연속 만점을 받았다. 올해는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선제적 자금 확보와 재무 건전성 등의 항목에서도 만점을 기록하며 10점 만점에 8.54점으로 종합 1위에 올랐다.

사진=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포스코 제공


포스코는 최근 최정우 회장이 세계철강협회 회장단에 선출되면서 겹경사를 맞기도 했다. 최 회장은 지난 10월 13일 온라인으로 열린 세계철강협회 회원사 연례 회의에서 회장단에 선임됐다.

세계철강협회 회장단은 회장 1명과 부회장 2명으로 구성된다. 최 회장은 사쟌 진달 인도 JSW 회장, 우용 중국 하북강철집단 부회장과 호흡을 맞춘다. 회장단 임기는 3년으로, 1년씩 돌아가며 회장직을 맡는다. 최 회장은 올해 신임 부회장 역할을 수행한 뒤 내년 10월부터 1년간 회장으로서 글로벌 철강업계를 이끌게 된다.

최 회장은 지난 10월 6일 세계 철강업계 최초로 수소 환원 제철 기술을 논의하는 포럼을 성공적으로 주최해 업계의 탄소 중립을 주도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온 점을 인정받아 회원사의 높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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