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안이 연 전기 트럭 시장…내년 본격 경쟁 예고

첫 전동화 픽업 트럭 고객 인도…M·포드·테슬라도 출시 임박

[화제의 리포트]

이번 호 화제의 리포트는 신윤철·정원석·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가 펴낸 ‘픽업트럭 전동화의 원년-리비안의 등장’을 선정했다. 이들은 “리비안은 미국 시장 판매량의 20%를 차지하는 픽업트럭 시장에서 최초로 전동화 모델을 생산해 고객 인도에 성공한 주인공”이라며 “내년에는 리비안에 이어 제너럴모터스(GM)·포드·테슬라 등도 전동화 픽업트럭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만큼 현대차 역시 싼타크루즈 전동화 모델을 하루빨리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픽업트럭 생산기업 리비안의 R1T 모델. 사진=연합뉴스


“끌어내리지 말고 따라서 올라가야 할 시점”

리비안은 올해 11월 10일 미국 시장 기업공개(IPO) 역사상 역대 일곱째 규모인 120억 달러(약 14조3000억원)를 조달하며 나스닥에 상장을 완료했다. 리비안은 현재 1일 평균 3~4대 수준의 생산성을 보이고 있어 양산을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이 중요했던 기존 자동차 산업의 관점에서 볼 때 리비안의 상장 대박은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픽업트럭의 전동화 모델(BEV)에 도달한 기업이 많지 않아 기관과 개인의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판단된다. 리비안의 상장 성공에 힘입어 다른 중소 전동화 픽업 모델 생산 기업도 속속 증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판단된다.

단, 규모의 경제로 잔뼈가 굵은 기존 자동차 기업들은 리비안의 성공적인 IPO를 견제하는 모양새다.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는 내년 상반기부터 허머 전기차 전동화 픽업 모델을 생산해 리비안과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GM은 전통의 완성차 기업 중 폭스바겐과 함께 전동화 준비가 가장 잘된 대표 업체다.

전동화 전환을 위한 비용 집행도 선제적으로 진행된 상황이다. 대표적인 비용 요소로 내연기관차 라인업 축소, 내연기관차 공장 폐쇄에 따른 직원 규모 축소,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을 위한 신규 설비 투자 등이 있다. 내연기관차 생산 축소는 유럽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태국·러시아 등에서 동시에 진행 중이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 역시 리비안의 성장세를 견제하는 모습이다. 리비안의 양산 확대 가능성 등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자동차 양산 경험이 없던 테슬라는 2012년 모델 S 첫 생산 당시 수율 안정화에 큰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의 견제에도 리비안은 공격적인 투자 전략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일 방침이다. IPO 조달 자금으로 2023년까지 80억 달러(약 9조5000억원)를 투자한다. 세부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에 신규 공장을 세워 연 20만 대의 배터리 팩 생산 시설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또 충전 인프라 구축에도 힘쓴다. 600곳의 리비안 전용 충전소를 오픈하고 1만 대 이상의 레벨2 충전기를 설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생산 중인 R1 시리즈에 이어 R2~R5 시리즈도 상표 등록을 마친 만큼 라인업 확장도 동시에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단, 2023년까지 지속적인 투자를 실시해 영업손실 흑자 전환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제조업 스타트업들이 당연히 거칠 수밖에 없는 과정이다. 오히려 앞선 GM의 사례처럼 추가적인 내연기관차 사업 축소 비용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비교적 안정적인 측면도 있다.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 중인 현대차의 싼타크루즈.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 싼타쿠르즈 전동화 모델 개발 더욱 빨라져야

미국 시장에서 픽업트럭은 자동차 판매량의 15~25%를 꾸준히 차지하는 선호도 높은 차량군이다. 리비안은 최대 연산 15만 대의 능력치로 현지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포드·쉐보레·스텔란티스 등은 미국 픽업트럭 판매량의 약 65%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해당 시장에서 ‘빅3’로 꼽힌다. 내연기관에서 충성도 높은 픽업트럭 소비자를 확보해 전동화 시장에서도 두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흐름에 맞춰 포드는 베스트 셀링 픽업트럭인 ‘F-150’의 전동화 모델 ‘F-150 라이트닝’을 내년 상반기 판매할 계획이다.

한국의 대표 자동차 기업인 현대차도 픽업트럭 시장이 일반 승용차처럼 전기차로의 전환이 빨라진 만큼 해당 시장 공략을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픽업트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신형 픽업트럭 ‘싼타크루즈’를 앨라배마 공장에 생산을 배정해 올해 7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 차량의 전동화 모델 출시 계획은 아직 공식화된 적이 없다. 전기차 시장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전동화 모델 출시와 현지 생산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제네시스 GV 70 전동화 모델은 내년부터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 시대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전동화 픽업트럭도 조만간 시장에 나올 것으로 확실시된다.

GV 70를 시작으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 기반의 아이오닉 5와 GV 60 등도 현지 생산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싼타크루즈 전동화 모델도 이곳에서 생산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머스크 CEO는 테슬라의 전동화 픽업트럭 ‘사이버트럭’을 2019년 최초 공개하며 2021년 고객에게 인도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신규 공정 안정화 작업과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장기화로 시점을 공식 연기했다.

사이버 트럭 양산은 2023년부터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다른 글로벌 업체들은 내년에 모델을 투입해 테슬라의 시장 진입에 앞서 소비자들을 선점할 계획인 것으로 판단된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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