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대란이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늘어난 세수에 웃는 정부, 임대 물건도 구하지 못하는 무주택자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서울 강남우체국 직원들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고지서 집배순환로구분기 분류작 업 전 고지서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종부세 대란’이라고 할 만큼 역대급 규모의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고 있다. 전체 종부세액이 5조7000억원에 달해 지난해 1조8000억원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종부세를 내는 이들도 지난해보다 28만여 명 늘어난 94만7000명이다. 1인당 평균 부과액은 지난해 270만원에서 602만원으로 늘었다. 평균적으로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지만 이는 평균적인 개념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몇 배나 오른 세금 통지서를 받고 있을 것이다.

취득·양도세와 달리 매년 늘어나는 종부세

문제는 현재의 늘어난 종부세가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취득세나 양도소득세는 거래할 때 한 번만 내면 끝이다. 반면 종부세와 같은 보유세는 매년 부과되고 금액은 점점 불어난다.

올해 집값 상승률은 역대급이다. 올해 11월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KB국민은행 통계 기준 19.43%다. 지난해 상승률 9.65%도 역대급이라고 평가 받았는데 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아직 연말까지 한 달이 남아 올해 상승률은 20%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직후인 2002년의 22.78%에 이어 지난 30년간 둘째로 집값이 많이 오른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대에 달하는 집값 상승률은 내년 4월 발표될 공시가가 역대급으로 오를 것을 암시한다. 종부세 과세 대상자도 올해보다 크게 늘어나고 1인당 세금 부담도 훨씬 많아질 것이란 의미이기도 하다.

더욱이 여당 대선 후보는 새로운 보유세인 ‘국토보유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선 결과에 따라 보유세 부담이 올해보다 훨씬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이러한 세금 부담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다주택자는 주택 수를 줄이는 방향이 유리하다. 한국의 세제는 순자산이 아니라 총자산에 부과하는 체제다.

어떤 사람이 6억원짜리 주택 세 채를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한 채는 본인이 거주하고 나머지 두 채는 4억원씩 전세를 주고 있다고 하면 이 사람의 순자산은 10억원(본인 거주용 6억원+임대용 A주택 2억원+임대용 B주택 2억원)이다. 하지만 보유세 부과 기준이 되는 총자산은 18억원(6억원 3채)이어서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된다.

만약 임대용 B주택을 팔면 총자산은 12억원으로 줄어 종부세 부담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진다. 부부 공동 명의라면 종부세 비과세 구간에 들어설 수도 있다. 이때 임대용 B주택을 팔면 2억원의 자금이 생긴다. 이를 활용해 임대용 A주택의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수 있다. 향후 시세가 더 올라 종부세 과세 대상이 되더라도 월세 수익으로 세금 부담을 버틸 수 있는 재원이 마련된다.

단, 이러한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정부에서 종부세를 강화하는 명분은 다주택자를 압박해 주택 일부를 처분하게 하려는 것이다. 정부 뜻대로 다주택자 일부가 주택 처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종부세 대란, 전세 품귀 현상 가속화

종부세 강화는 주택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어떤 이가 집 두 채를 가지고 있는데 그중 한 채를 팔아야 한다면 어떤 집을 팔까. 본인 거주용보다 임대용 주택을 정리할 것이다. 본인 거주용을 판다면 이사를 가야 하고 이에 따른 추가 비용이 또 발생하기 때문이다.

임대용 주택이 매매용으로 시장에 많이 풀린다면 동시에 임대용 주택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입자들이 임대 주택을 구하려는 경쟁률이 높아진다. 전셋값이나 월셋값이 급등하는 이유다.

종부세 대란에 집을 마련하려는 무주택자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임대 시장에 머물러야 하는 무주택 세입자는 전·월세 상승이라는 피해를 고스란히 받게 된다. 또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려는 다주택자들도 늘어나면서 전세 품귀 현상 역시 가속화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와 함께 시세 차익이 많은 주택보다 차익이 적은 주택을 팔 것이다. 양도세 때문이다. 정부가 다주택자를 꾸준히 압박하고 있음에도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나오기 어려운 것은 양도세 부담이 과도하게 높기 때문이다.

시세 차익이 적은 매물은 양도세가 상대적으로 적다. 한국의 양도세제는 다른 나라와 달리 누진 과세 체계다. 과표가 크면 세율 자체도 높게 적용된다.

시세 차익이 적은 주택은 저가 주택일 가능성이 높다. 10억원의 자금을 투자해 1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둔 A주택과 1억원을 투자해 2000만원의 차익을 거둔 B주택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A주택의 투자 수익률은 10%, B주택은 20%다. 수익률만 보면 B주택이 더 좋은 투자처다.

하지만 양도세 측면에서 보면 A주택을 파는 것보다 B주택을 파는 것이 훨씬 세금이 적게 나온다. 주택 수를 줄이는 목적이라면 B주택을 팔게 된다. 결국 다주택자를 향한 압박이 심해질수록 저가 주택 시장에 매물이 쌓이는 구조가 나타난다.

규제 지역(조정 지역) 매물보다 비규제 지역 매물이 더 많이 나온다. 규제 지역은 양도세가 중과돼 3주택 이상 보유자는 과표의 30%, 2주택자는 과표의 20%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반면 비규제 지역은 양도세가 중과되지 않아 주택 수를 줄이고 총자산을 줄이려는 사람은 비규제 지역부터 처분하는 것이 유리하다. 주택 시장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종부세 대란의 승자는 정부다. 지난해 대비 4조원에 가까운 세수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원래 계획과 상관없이 종부세 부담을 덜기 위해 집을 팔아야만 하는 다주택자는 패자다. 더 큰 패자는 다주택자 옆에 서 있다가 유탄을 맞는 이들이다. 즉, 다주택자의 집을 살 수 없어 계속 임대로 살아야 하는 무주택 세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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