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수산물, ‘청정’ 이미지 앞세워 韓 공략 박차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한국 담당 매니저 파견…“대대적으로 노르웨이 수산물 우수성 알릴 것”

[컴퍼니]

노르웨이의 연어 양식장 모습. 다양한 IT 기술을 적용해 양식장을 관리한다. 사진=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제공


세계 최대 수산물 수출국으로 꼽히는 노르웨이가 한국 시장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 한국이 가장 빠른 속도로 자국의 수산물 수입액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으로 수출된 수산물의 양은 2019년 6만779톤에서 2020년 7만1120톤으로 약 17% 증가해 일본과 중국 등을 압도했다.

올해도 이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1월부터 10월까지만 놓고 보더라도 약 6만7941톤의 수산물이 들어온 상태다. 전년 동기(5만887톤)와 비교할 때 무려 34%나 한국발 수출이 늘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4340억원어치에 달한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해 노르웨이 정부는 최근 한국에도 자국의 수산물 사업을 총괄하는 전문 인력을 직접 파견한 상태다. 이전까지는 일본 현지 지사에서 근무하는 인력들이 한국 시장까지 커버하는 방식으로 자국의 수산물 마케팅과 홍보 등을 진행해 왔다.

이번에 한국 시장 담당을 맡은 미아 번하드센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매니저는 “한국 시장과 더욱 적극적인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며 “노르웨이 수산물의 우수성을 활발히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한국 수산물 시장 잠재력 높아”이미 노르웨이산 수산물은 한국인들의 ‘밥상’ 깊숙이 침투한 상태다. 다양한 수산물이 노르웨이에서 수입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주력 상품은 단연 연어다.

우리가 식당이나 마트 등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생연어의 원산지를 들여다보면 대부분이 ‘노르웨이산’이라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만큼 한국에서 노르웨이산 연어의 인기는 높다.

수치로도 나타난다.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가 집계한 한국 수산물 수출액을 보면 연어는 전체의 72%(약 3100억원)를 차지할 만큼 압도적이다. 이 밖에 고등어와 킹크랩 등이 한국에서 잘 팔리는 노르웨이산 수산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연어를 필두로 다양한 노르웨이산 수산물이 한국인들의 장바구니 단골 상품으로 자리매김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르웨이가 정부 차원에서 한국 시장 공략에 더욱 공을 들이기로 한 배경은 간명하다. 한국으로의 수산물 수출을 지금보다 더 늘릴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시장 조사한 결과가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예컨대 노르웨이는 수산물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 석유·가스에 이은 2대 수출 품목이다. 외화벌이의 중추 역할을 하는 ‘기간산업’인 셈이다. 따라서 매년 정부 차원에서 세계 주요국(약 55개국)의 수산물 구매 동향과 트렌드 등을 파악하는데 한국도 여기에 포함된다.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가 직접 파악한 한국 소비자들의 수산물 구매 성향은 다른 국가의 소비자들보다 ‘상품의 질’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훨씬 더 따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가 한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수산물을 구매할 때 원산지를 품질의 지표로 활용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답변자 가운데 80% 정도가 ‘원산지를 따진다’고 응답했다. 다른 국가들의 응답률이 대략 60%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친환경·제품성 앞세워 소비자 니즈 충족또 ‘환경에 도움을 주는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좀 더 비싼 값을 지불해도 괜찮은가’, ‘환경을 위해 식습관을 바꿀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약 70%가 ‘그렇다’고 응답해 글로벌 평균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번하드센 매니저는 “노르웨이에서 수출하는 수산물들이야말로 이 같은 한국 소비자들의 니즈를 완벽하게 충족시키는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노르웨이의 어업 양식장들은 질병·생명공학·기자재·수질 환경 개선 등 다양한 관련 기술을 접목해 믿고 먹을 수 있는 수산물을 생산해 낸다. 유럽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노르웨이 해양연구소에서 끊임없는 연구·개발(R&D)을 거쳐 완성해 낸 결과물이다.

대표 수출품인 연어를 예로 들면 치어 때부터 국가 차원에서 개발한 백신을 접종해 항생제를 넣지 않아도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정보가술(IT)을 양식장에 접목해 사료 투입부터 양식장의 수온, 양식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최근에는 지속 가능한 수산물 생산을 위해 디젤 연료를 활용하던 양식장들의 운영 방식도 수력 발전으로 교체하기 시작했다. 번하드센 매니저는 “자연에 나쁜 영향을 덜 미치면서 다양한 IT를 접목해 질 좋은 상품을 수출하는 노르웨이 수산물의 우수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해 한국 시장에서의 매출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확산으로 비대면 소비가 대세로 떠오른 만큼 추후 다양한 온라인 마케팅에 주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 밖에 유명 셰프와 협업해 노르웨이 수산물을 활용한 메뉴를 개발하는 등의 전략으로 한국 고객들을 그러모을 계획이다.
[인터뷰]
요한 크발하임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한국·일본 총괄 이사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수산물 소비 시장”


요한 크발하임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한국·일본 총괄 이사는 한·일 양국을 오가며 노르웨이 수산물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그는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열풍으로 노르웨이의 산업 지형도가 점차 변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크발하임 이사는 “최대 수출 품목인 석유·가스를 대신해 수산업이 점차 대세가 되고 있다”며 “노르웨이의 미래를 책임질 산업으로 수산업이 떠오른 만큼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한국 수산물 시장을 공략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강조했다. 11월 18일 서울 중구에 있는 노르웨이 대사관에서 그를 만났다.노르웨이가 글로벌 수산물 수출 강국으로 떠오른 비결은 무엇인가.
“노르웨이는 본토보다 6배 넓은 190만㎢의 해양 면적을 갖고 있다. 그 무엇보다 걸프 난류가 흘러들어와 위도에 비해 바다 수온이 높기 때문에 어업 환경이 좋다. 이런 해안에서 많은 양의 수산물이 잡히는데 인구수는 약 550만 명으로 많지 않아 전체 수산물의 95% 정도를 수출하고 있다. 이런 지리적·인구적 특성 때문에 노르웨이는 중국에 이은 세계에서 둘째로 많은 수산물을 수출하는 국가다. 여기에 정부와 민간 기업들의 연구·개발(R&D) 노력이 더해지면서 노르웨이산 수산물은 전 세계 소비자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수산물로 자리매김했다.”어떤 기술들이 수산업에 적용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여러 정보기술(IT)을 수산업에 맞춰 개발하고 실제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아쿠아 클라우드’를 꼽을 수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어종이 잘 자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이런 시스템을 구축했다. 여러 기업들의 양식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가 이곳에 축적되고 있다. 이런 데이터를 활용해 어류가 잘 자랄 수 있는 사료의 양부터 수온 등을 도출해 최적의 생육 환경을 만들어 준다. 또 대부분의 양식장에 수중 카메라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어류의 생장 조건을 보면서 그에 맞게 사료를 투입하기도 한다.”IT 관련 인력들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과거부터 어업 양식장의 자동화에 대비해 전문성을 가진 인재 배출을 위해 준비해 왔다. 아무래도 수산업 자체가 노르웨이의 주요 산업이기 때문에 이 같은 프로그램은 민간 기업과 대학교 등 교육기관 위주로 이뤄졌다. 이를테면 기업에서 대학에 필요한 인력과 전문성 등을 요구하면 여기에 맞춰 학교들이 교육 과정을 짜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양식장에 IT가 접목된 만큼 여기에 맞는 인재들을 배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노르웨이에서는 수산업과 관련한 IT 관련 학과의 전공이 가장 인기가 있다. 관련 분야의 학생들은 졸업 전에 기업의 스카우트 제안을 받아 취업한다고 들었다.”현재 한국과 일본 시장을 총괄하고 있는데 두 시장은 어떻게 다른가.
“노르웨이의 수산물 수출액을 살펴보면 일본이 10위, 한국이 11위로 엇비슷하다. 다만 일본은 오래전부터 이미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수출액 증가율이 미미한 반면 한국은 매년 가파른 속도로 수출량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차이점이다.”한국으로의 수산물 수출액을 보면 연어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오래전부터 한국 시장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노르웨이산 연어의 우수성을 알린 결과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연어의 수출을 더욱 늘리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연어의 뒤를 이을 만한 수산물을 찾는 것 또한 숙제다. 현재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는 한국에서 킹크랩의 판매가 늘어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내년을 기점으로 다양한 킹크랩 관련 마케팅과 홍보 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진행해 수출을 늘릴 계획이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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