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여기어때’ 사건으로 이슈된 크롤링[김윤희 변호사의 지식재산권 산책]
입력 2021-12-03 17:30:11
수정 2021-12-03 17:30:11
지재권 침해,1심과 2심에서 엇갈린 판단…대법원 판결 여부에 업계 이목 쏠려
[지식재산권 산책]후발 주자가 선두 주자를 따라잡기 위해선 선두 주자의 사업 방식이나 제품, 서비스를 분석하거나 검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경쟁 업체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컴퓨터 기술의 발전으로 상대방의 자료를 대량으로 입수하는 것이 쉬워졌다.
특히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이나 온라인을 활용해 고객을 모집하고 이를 오프라인 판매로 연결하는 서비스인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에서 이런 특징이 도드라진다. O2O 서비스의 대표적인 예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음식 배달 서비스, 숙소 예약 서비스, 부동산 중개업자와 고객을 중개하는 서비스 등이다.미국에서도 비슷한 사건 재심리 중온라인에서 데이터를 대량으로 입수하는 도구로서 ‘크롤링(crawling)’이란 기술이 이용된다. 크롤링은 ‘크롤러(crawler)’ 또는 ‘스파이더(spider)’라고 불리는 로봇이 웹사이트의 방대한 정보를 기계적으로 다운로드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축적하는 기법이다.
크롤링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야는 검색 엔진이다. 인터넷 사용자가 검색 엔진을 통해 키워드를 검색하면 검색 엔진은 크롤러를 이용해 인터넷의 수많은 정보를 수집한 후 그 결과를 인터넷 사용자에게 노출하게 된다.
따라서 웹사이트 보유자들에게도 검색 엔진의 크롤러가 자신의 웹사이트 정보를 수집해 가는 것이 이득이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런데 후발 주자나 경쟁업 체가 자신의 웹사이트 정보를 크롤링을 통해 수집해 이용하는 것은 달갑지 않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문제가 된 사안이 ‘야놀자’와 ‘여기어때’ 사건이다.
‘여기어때’는 2016년 1월 ‘야놀자’ 서버에 저장된 숙박 업소의 정보를 모두 불러오는 기능을 탑재한 크롤링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여기어때’는 ‘야놀자’가 제공하는 숙박 업소의 업체명, 주소, 방 이름, 원래 금액 및 할인 금액, 업체 주소, 입실 시간, 퇴실 시간, 특별한 객설 서비스 판매 개수 등 거의 모든 정보를 확보했다.
‘여기어때’의 크롤링을 통한 데이터 복제량이 점점 많아지자 ‘야놀자’ 측 서버의 트래픽 부하가 늘어났고 이것이 계기가 돼 ‘야놀자’는 이 사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 사건은 형사와 민사 모두 문제가 됐는데, 형사 사건에서 1심과 2심의 결과가 달랐다.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형사 1심은 여러 혐의 중에 저작권법 위반과 관련해 “‘여기어때’의 행위는 타인의 데이터베이스를 무단으로 복제한 것이므로 저작권법 위반으로 유죄”라고 판단했다. 상당한 투자나 노력을 기울인 타인의 성과를 침해했음을 이유로 들며 10억원의 손해 배상을 인정했다.
반면 형사 2심은 “‘여기어때’가 ‘야놀자’의 데이터베이스의 일부 소재를 확인해 엑셀 파일로 정리했을 뿐 복제는 없었다”고 봤다. 형사 2심 재판부는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권리를 너무 강조하면 경쟁의 자유가 침해될 뿐만 아니라 문제가 된 정보 대부분이 공개돼 있고 이를 수집하는 것이 상당한 노력이나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 당해 정보를 참조만 할 수 있을 뿐 그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도 무죄의 이유로 제시했다.
이와 같이 형사와 민사, 1심과 2심의 다소 엇갈린 판단이 나오고 있어 대법원에서 어떻게 정리할지가 주목된다. 최근 미국 대법원에서도 ‘링크트인’에 공개된 데이터를 크롤링을 통해 수집한 ‘하이큐 랩스’의 행위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던 항소심 법원에 대해 재심리를 명한 바 있다.
김윤희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