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금맥’ 돈 몰리는 기후 금융 수혜주 찾기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 미국과 중국의 ‘탈탄소화’ 드라이브…신재생에너지 등 수혜주로 관심 집중

[스페셜]

최근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사를 꼽자면 단연 ‘기후 변화’다. 지난 11월 13일 글래스고에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가 막을 내렸다. 200여 개국이 ‘지구 온도 상승 폭 1.5도 제한’이라는 목표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파리협정 이후 6년여 만에 세부 이행 사항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COP26 폐막을 이틀 앞두고 미국과 중국이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대 기후 대응 강화에 관한 미·중 글래스고 공동 선언’을 깜짝 발표하며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글로벌 패권 경쟁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를 지닌 국가들이자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들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이들 두 나라가 글래스고에서 도출된 ‘2040년까지 석탄 화력 발전소 단계적 폐지안’에는 불참하며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탄소 중립’ 등에 더욱 바짝 고삐를 죌 것을 천명한 것은 의미가 크다.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향후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과 기술에 더욱 많은 자본이 몰리게 될 것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이들 두 나라의 친환경 수혜주를 살펴봤다.

2050 탄소 중립 고삐 죈 미국, ‘친환경 전력 인프라’ 주목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2050 탄소 중립을 약속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했던 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하는 등 글로벌 탄소 중립 정책의 리더십을 회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다시 말해 바이든 시대를 관철하는 투자 키워드는 ‘탈(脫)탄소’가 될 것이 분명하다. 한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정부의 강력한 ‘탄소 중립’ 드라이브에 힘입어 2022년 미국 증시는 친환경 관련 기업들이 주도할 전망”이라며 “특히 친환경에 관심이 많은 미국 소비자들의 태도 변화 등에 힘입어 민간·공공 부문에서 친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전기차 충전기 / 사진=연합


그중에서도 미국 내 ‘친환경 전력 인프라’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미국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전기차의 성장과 궤를 같이하며 향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대표적인 분야다. 미국은 이미 배출 가스 규제가 전반적으로 강화되는 가운데 2030~2050년까지 내연기관차 생산과 판매 금지를 선언한 주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캘리포이나·매사추세츠·뉴저지·워싱턴 주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전기차 판매가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 내 전기차 충전소와 전기차 충전 장비 포트 수는 각각 약 4만9000개, 12만5000개로 집계된다. 바이든 정부는 이를 2030년까지 공공 전기차 충전 장비 포트 50만 개로 늘릴 계획이다. 여기에 미국의 전기차 오너들은 전기차 충전의 80% 이상을 집에서 진행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전기차 판매가 늘어날수록 가정용 충전 솔루션 수요도 동반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미국 전기차 판매량이 2020~2026년 사이 연평균 41% 정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의 선두 업체로는 차지포인트와 테슬라 등을 꼽을 수 있다. 차지포인트는 북미 지역 전기차 충전 인프라 1위 업체다. 충전 설비, 소프트웨어(SW) 및 서비스 통합 플랫폼을 통해 수익 창출하는 구독 모델(SaaS 모델)로, 100% 반복 매출이 발생한다. 현재 4000여 개가 넘는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고 유럽 16개 지역에서도 사업을 영위 중이다. 현재 미국의 유럽 전기차 충전 인프라 관련 투자 금액은 2030년 600억 달러, 2040년 1920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정용 태양광 발전 시스템 인프라도 높은 성장성이 기대된다. 친환경 정책 기조에 따라 ‘저탄소 경제’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미국 태양광 발전 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예상되는 것이 ‘가정용 태양광 발전’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미국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은 10.7GW 증가했는데 그중 약 18%에 달하는 1.9GW가 가정용 태양광 발전(RS : Residential Solar) 시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미국 주택에서 가정용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 설치된 비율은 3.5% 수준에 불과하지만 시장에서는 향후 10년간 연평균 15%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31년에는 미국 주택 가운데 17% 정도가 가정용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설치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례로 환경 규제가 엄격한 캘리포니아에서는 2023년부터 신규 빌딩과 상업 시설 내 태양광 패널, 에너지 저장 장치(ESS)의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가정용 태양광 인프라와 관련해 주목해 볼 만한 기업은 선런이다. 가정용 태양광 발전 시스템과 전력 SW 플랫폼 전문 업체로, 현재 미국 내 22개 주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정용 ESS 사업으로도 영역을 확장했다. 20~25년에 달하는 장기 시스템 임대와 전력 구매 계약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복 매출 구조와 낮은 해지율 등으로 안정적인 실적 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2020년 10월 경쟁 업체인 비빈트솔라를 인수하며 미국 가정용 태양광 인프라 시장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했다는 평가다.

2060년까지 탄소 중립 데드라인 중국, 신재생에너지 전폭 투자

중국은 2060년까지 탄소 중립 데드라인을 내걸었다. 지난 2월 중국이 발표한 이 야심찬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에너지 대전환’이 필요하다. 중국 칭화대 에너지환경경제 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발전을 배로 늘려야 한다. 연구소는 2060년까지 중국의 원전 용량이 지금의 약 4배, 태양광은 6배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태양광 에너지 설비 / 사진=연합


특히 2022년은 중국의 ‘탈(脫)탄소’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구체적인 탈탄소 계획을 수립했지만 연간 목표 달성률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었기 때문이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10월 24일 2030년 탄소 배출 정점 도달을 위한 ‘행동 방안(액션 플랜)’을 발표했는데, 2022년에는 각 산업별로 본격적인 탈탄소 정책 집행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탈탄소를 위한 핵심은 결국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전력화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글로벌 기후 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 발전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2050년 86%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특히 중국은 유럽·미국 등과 비교해 탄소 배출 정점에서 탄소 중립 목표 달성까지 주어진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다. 탈탄소와 전력 공급 문제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과 직결되는 문제다.

향후 10년간 연평균 4.5%의 경제 성장과 탈탄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국은 203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을 2020년 대비 약 277%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만큼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전력 공급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전력 생산부터 저장, 송배전에 이르기까지 전력 시스템 전반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중국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향후 연평균 3조6000억 위안(약 661조원) 규모의 전력 관련 투자를 집행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위해 2022년을 기점으로 중국 내 태양광·풍력 설치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0월 12일 서부 사막 지역에 1기 100GW 규모의 풍력·태양광 발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광둥성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해상 풍력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고 푸젠성 또한 50GW 규모의 해상 풍력 설치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높아지면서 전력망 과부하 등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중국은 ESS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5년 ESS 설치 규모를 30GW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중국은 자원 분포 지역과 전력 소비 지역을 고려해 서쪽에서 전력을 생산해 동쪽으로 보내는 ‘서전동송(西電東送)’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대용량 저장과 장거리 수송에 유리한 그린 수소 관련 투자 집행도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저탄소 경제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중국의 에너지 대전환과 관련한 대표적인 수혜 기업은 용원전력이 꼽힌다. 중국 국무원 산하 신재생에너지 발전 기업으로 2009년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2021년 상반기 기준 총 25GW 규모의 발전 설비를 보유하고 있고 그중 풍력이 22.4GW, 화력이 1.9GW다. 향후 태양광 설비 증설 가속화할 계획이다. 현재 본토 증시에 2차 상장을 추진 중으로, 이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양광전원도 눈여겨볼 만하다. 현재 글로벌 2위 태양광 인버터 기업으로 2020년 글로벌 시장점유율 19%에 달한다. 그린 수소, ESS 등 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지역별 매출 비율은 중국 본토 65%, 해외 35%다. 사업 부문별 매출 비율은 발전소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43%, 태양광 인버터 39%, 풍력 컨버터 7%, ESS 인버터 6% 등이다. ESS와 그린 수소 생산 등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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