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정품 앞세워 ‘폭풍 성장’…플랫폼 론칭 5년 만에 거래액 2000억원 달성
[비즈니스 포커스]“창사 이후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가 내놓은 올해 전망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미 3분기까지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올린 상태다. 4분기에도 호실적이 이어지고 있어 현재 흐름대로라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무난하게 사상 최고치를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악형향으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뒤 약 1년 만에 ‘대반등’을 이뤄낸 셈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이처럼 빠르게 코로나19 사태라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정품 판매’로 경쟁사들과 확실한 차별화를 둔 온라인 명품 쇼핑 플랫폼 ‘에스아이빌리지’의 역할이 컸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명품 구매의 큰손으로 불리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 사이에서는 ‘시마을’이라는 애칭까지 생겨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플랫폼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특히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이후 재택근무와 사회적 거리 두기의 영향으로 온라인 쇼핑과 명품 구매 수요가 급증했는데 확실한 정품 인증으로 이들을 끌어안는 데 성공하며 실적이 수직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에스아이빌리지의 거래액은 지난해 처음으로 1000억원이 넘었고 올해는 2000억원의 문턱마저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가짜 판치는 온라인 명품 시장에서 ‘새바람’에스아이빌리지는 2016년 론칭했을 당시부터 가품 판매가 성행하던 온라인 명품 시장의 허점을 공략해 만든 플랫폼이다.
배경은 이렇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MZ세대를 중심으로 온라인을 통한 명품 구매가 점차 활발해지는 흐름을 보였다. 시장 조사 기관 유러모니터에 따르면 한국의 온라인 명품 구매액은 2016년 처음 1조원들 돌파하기도 했다.
수십만원짜리 명품 향수부터 수백만원짜리 가방, 수천만원짜리 시계와 미술품에 이르기까지 온라인몰에서 판매하는 품목이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였다.
하지만 온라인 명품 시장이 확대되는 만큼 뒤따르는 부작용도 결코 작지 않았다. 바로 가품 유통의 증가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매년 1만 명이 넘는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위조된 가짜 상품을 구매해 피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가품이 발견되는 채널은 ‘병행 수입’ 방식의 온라인 플랫폼이다. 이들은 전자거래법상 ‘통신판매중개업자’로 분류된다. 단순히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는 만큼 가품을 구매한 소비자 보상에 대한 부담을 거의 지지 않아 결국 모든 피해는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런 온라인 명품 시장의 문제점을 눈여겨본 끝에 2016년 명품 플랫폼 에스아이빌리지를 론칭하기로 결정했다. 이른바 ‘짝퉁’이 판치는 온라인 명품 시장에서 자사가 보장하는 명품 브랜드들을 앞세우면 시장의 판을 단숨에 뒤흔들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에스아이빌리지는 론칭 이후 매년 두 배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했고 현재 소비자들 사이에서 믿고 명품을 구매할 수 있는 대표 온라인 명품 플랫폼으로 완전히 자리매김한 상태다.
에스아이빌리지에서는 해외 패션 브랜드부터 뷰티 브랜드까지 80여 개의 고가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다. 병행 수입 제품을 판매하는 다른 패션몰과 달리 정식 판권을 따내고 직접 수입한 제품들만 판매해 100% 정품을 보장한다.
최근에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고객의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해 아마존웹서비스와 손잡고 디지털 보증서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다.
시니어 세대까지 입소문 번져 디지털 보증서는 고객이 구매한 명품이 정품임을 인증하는 일종의 품질 보증서다. 위·변조가 불가한 블록체인 기반의 서비스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이를 통해 제품의 진위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 보증서에는 제품 정보와 구매 이력, 소유권 등의 다양한 정보가 내장된다. 제품을 구매한 이후 에스아이빌리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언제든 보증서를 열람하거나 출력할 수 있다.
정품 보장과 함께 판매 중인 명품 브랜드의 경쟁력 또한 에스아이빌리지의 성장에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판매 중인 제품의 면면을 봐도 나타난다. MZ세대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패션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부터 니치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딥디크 등의 한국 공식 유통사가 바로 신세계인터내셔날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해외에서 급부상하는 고가 브랜드를 한국에 빠르게 도입해 백화점·면세점 등에 입점시키는 방식으로 빠르게 성장해 왔다. 내부 직원들이 끊임없이 해외 패션 동향을 리서치하며 브랜드를 발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중에서도 메종 마르지엘라는 약 10년 전부터 한국에 들여와 판매했는데 뒤늦게 빛을 보며 실적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브랜드 선별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에는 오프라인 위주로 소개하는 브랜드 론칭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 에스아이빌리지를 활용한 온라인 전용 브랜드의 출시를 활발하게 진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반드시 에스아이빌리지에 접속해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 온라인 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전략이다.
마케팅도 돋보인다. 가격 정책을 예로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에스아이빌리지에서 판매하는 상품들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싼값에 구매할 수 있다. 신규 고객에게만 부여하는 20% 할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기존 고객에게도 등급별로 매달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고가의 상품 위주로 판매하는 만큼 5%만 할인 받더라도 최소 수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 에스아이빌리지에 점점 고객들이 늘어나는 이유다.
대기업답게 경쟁사 대비 스케일이 큰 프로모션도 빼놓을 수 없다. 수많은 온라인 명품 판매 사이트가 ‘세일 행사’를 한다고 해서 들어가 보면 실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할인 폭이 작거나 잘 팔리지 않는 제품들만 모아 놓고 큰 폭의 세일을 진행하는 일이 많다. 에스아이빌리지는 다르다.
올해 신세계의 모든 계열사들이 참여하는 전사적 할인행사인 ‘쓱데이’와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 등 두 번에 걸쳐 큰 프로모션을 진행했는데 특정 가격 이상 구매하는 고객에게 상품 가격의 최대 50%를 포인트로 되돌려 주는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선보여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100만원짜리 상품을 구매하면 50만원을 포인트로 돌려주는 방식이다. 또한 이렇게 쌓인 포인트는 에스아이빌리지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소비자들의 재구매를 유도했다.
전망도 밝다. 럭셔리에 집중한 차별화 전략을 통해 에스아이빌리지는 MZ세대를 넘어 50~60대 즉, 시니어 세대에게까지 고객 층을 넓혀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10월 기준 에스아이빌리지의 시니어 회원 수는 전년 대비 86.1% 증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들은 MZ세대보다 더 큰 경제력을 갖고 있다. 연간 3000만원 이상 구입하는 회원 중 30% 이상을 현재 시니어가 차지할 정도로 매출 기여도가 높다”며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내년에도 에스아이빌리지의 거래액 급증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최근 에스아이빌리지 내에 업계 최초로 고가의 미술품 판매 카테고리를 신설하는 등 고가 명품의 범위를 패션·뷰티 너머로 더욱 확장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수천만원이 넘는 최영욱 작가의 ‘달항아리’ 작품이 모두 완판됐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