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김앤장의 독주…세종, 3년 연속 ‘톱3’

전문성·서비스 등 17개 항목 평가…광장 6년 만에 2위 탈환 쾌거

[스페셜 리포트-2021 대한민국 베스트 로펌·변호사]‘올 한 해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로펌은 어디일까.’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한경비즈니스는 2010년부터 ‘대한민국 베스트 로펌’ 조사를 시작했다. 로펌의 실수요자라고 할 수 있는 200대 기업 법무팀과 사내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돌려 ‘최고’라고 생각하는 로펌을 직접 적어 내도록 했다.

올해도 한국사내변호사회와 공동으로 ‘2021 대한민국 베스트 로펌’을 선정했다. 총 240명의 기업 법무 담당자와 사내 변호사들이 응답했다. 1위는 김앤장이 차지했다. 무려 12년 연속이다. 광장은 6년 만에 2위 탈환에 성공했고 세종은 3년 연속 ‘톱3’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올해 종합 순위 2위 탈환에 성공한 법무법인 광장의 변호사들. 왼쪽부터 이미지(연수원 39기), 선정호(37기), 김수련(34기), 안용석(15기), 한종연(38기), 정병기(38기), 김지훈(40기) 변호사. 사진=서범세 기자

‘김광태(김앤장·광장·태평양)’냐 ‘김태광(김앤장·태평양·광장)’이냐.
실적만으로 따졌을 때 한국 로펌업계의 순위는 매년 위의 두 단어들 중 하나로 결론이 났다.
김앤장이 부동의 선두 자리를 이어 가는 상황에서 광장과 태평양이 매년 치열한 2위 다툼을 벌였다. 한국 기업 사내 변호사들이 평가에 참여하는 한경비즈니스의 ‘대한민국 베스트 로펌’ 결과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매년 광장과 태평양 중 어느 로펌이 김앤장의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할 것인지가 늘 초미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올해 ‘2021 대한민국 베스트 로펌’ 조사 결과를 보면 이른바 ‘김광태’, 또는 ‘김태광’순이었던 로펌업계의 판도에 뚜렷한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선두는 변함이 없었다. 김앤장은 여전히 압도적인 평가를 받으며 12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2위는 전년보다 순위가 1계단 오른 광장이 차지했고 3위는 세종에 돌아갔다.

세종은 지난해(2위)보다 순위가 한 계단 내려왔지만 3년 연속으로 ‘톱3’ 안에 드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 같은 세종의 계속된 약진은 로펌업계의 ‘뉴 빅3’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하다.

4위는 태평양이다. 지난해 태평양은 한경비즈니스가 대한민국 베스트 로펌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3위 밖으로 순위가 밀렸다. 2년 연속 4위에 머무르면서 자존심 회복은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김앤장, 서비스 평가에서도 반등‘2021 대한민국 베스트 로펌’은 한경비즈니스와 한국사내변호사회가 공동으로 조사했다. 로펌의 주요 고객인 한국의 200대 기업의 법무팀 담당자들과 한국사내변호사회 소속된 사내 변호사들에게 설문을 돌려 ‘올해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로펌’이 어디인지 물었고 그 결과를 집계해 최종 순위를 매겼다.

평가 항목은 ‘전문성 평가’와 ‘서비스 평가’ 등 두 가지다. 전문성 평가는 ‘금융 및 자본 시장’, ‘조세’, ‘공정 거래’, ‘중재 및 국제 분쟁’, ‘노동’, ‘특허와 상표 및 지식재산권’, ‘민사’, ‘형사’, ‘기업 법무’, ‘펀드 및 사모펀드’, ‘기업 상속’ 등 14개 분야다. 이 중 기업 법무는 ‘인수·합병(M&A)’, ‘부동산’, ‘정보통신 및 미디어’, ‘신산업(AI·블록체인·핀테크 등) 및 정보 보호’ 등으로 세분화해 질문했다.

서비스 평가는 ‘자문료 및 소송비용’, ‘클라이언트와의 소통’, ‘클라이언트에 대한 로열티(성실성·책임성)’ 등 세 개 질문으로 구성했다. 올해 설문에는 총 240명이 참여했다.

김앤장은 올해도 이들에게 가장 높은 평가를 받으며 1위를 수성했다. 한경비즈니스의 첫 조사 때부터 12년 연속 선두를 지키고 있다.

부문별 순위에서도 경쟁 로펌들을 압도했다. 김앤장은 총 14개 부문으로 구성한 전문성 평가에서 ‘조세’를 제외하고 전부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김앤장은 올해도 재계의 굵직한 사건들을 도맡아 처리했다. 올해 DL그룹(구 대림그룹) 지배 구조 개편, 한국앤컴퍼니(구 한국타이어)와 삼양홀딩스의 인수·합병(M&A) 등이 모두 김앤장의 손을 거쳤다.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정보기술(IT) 대기업이 손잡아 큰 주목을 끌었던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의 합작법인 설립 역시 김앤장이 숨은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최근 한국 기업들이 해외 영토 확장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인데, 이는 김앤장을 바라보는 전망을 더욱 밝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김앤장은 오랜 기간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사건을 수행하며 한국 로펌 중 해외 로펌들과 가장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 냈기 때문이다. 유수의 글로벌 로펌들과의 풍부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M&A·파이낸스·세무·국제 분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앤장 관계자는 “어느 국가에서든 장소와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각국의 법률·규제·산업을 가장 잘 이해하는 현지 최고 전문가들과 협력을 토대로 사건 발단부터 최종 해결 그리고 향후 전략까지 이어지는 최상의 통합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기적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또 올해 조사에서 김앤장은 그간 다소 낮은 점수를 받아 왔던 서비스 평가에서도 반등을 이뤄 냈다. 특히 ‘클라이언트에 대한 로열티’ 항목에선 지난해 3위에 그쳤는데 올해는 세종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율촌은 조세 부문에서 1위
급변하는 기업 경영 환경에 발맞춰 보다 빠르고 신속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김앤장 관계자는 “최근의 산업 환경 속에서는 보다 전략적이고 통합적인 법률 서비스가 요구된다”며 “이를 위해 김앤장은 전문성을 한층 강화하고 거시적 관점에서 발 빠르게 의뢰인의 상황을 다각도로 검증해 최상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장은 모처럼 2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경비즈니스 조사에서 광장이 2위를 차지한 것은 2015년 이후 약 6년 만이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태평양에 밀려 3위를 차지하던 광장은 2019년 4위까지 순위가 떨어졌다.



2020년부터 차츰 순위를 끌어올리더니 올해는 세종에 간발에 차이로 앞서며 2등의 주인공이 됐다. 부문별로 살폈을 때 광장은 ‘금융·자본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으며 경쟁 로펌들과의 격차를 벌렸다. 이를 강화하기 위한 광장의 노력이 결실을 봤다는 해석이 나온다.

광장은 각 금융회사의 대체 투자, 인수 금융 등 거래 자문 분야에서 전통적으로 강점을 보여 왔다. 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금융회사의 제재 등에서는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광장은 지난해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을 영입하고 그를 중심으로 금융감독원 대응팀을 전폭적으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광장 관계자는 “이런 행보들을 통해 광장은 올해 각 금융회사의 검사 대응과 이에 대한 제재 대응 업무를 활발히 수행해 내며 균형 잡힌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기업 법무(M&A)’ 부문에서도 광장은 독보적인 한 해를 보냈다. SK에코플랜트의 EMC홀딩스 인수, 넷마블의 스핀엑스 인수, 잡코리아 매각 등 조 단위의 딜 자문을 연거푸 따내며 맹활약했다.

지난해 2위에 올라 ‘대이변’을 일으켰던 세종은 3위를 차지했다. 순위는 한 계단 떨어졌지만 세종의 3위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세종은 이번에 3위에 오름으로써 2019년부터 무려 3년 연속 ‘톱3’에 드는 기염을 토해냈다. 김앤장·광장·태평양으로 견고하게 이어지던 로펌업계 ‘빅3’의 아성을 무너뜨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올해 세종의 활약상을 살펴보면 왜 대기업 법무팀과 사내변호사들이 후한 점수를 줬는지 이해가 간다.

세종은 이른바 ‘망 이용료’를 둘러싼 한국 통신사와 글로벌 콘텐츠 업체 간 법정 공방으로 세기의 재판으로 불리며 관심을 모은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분쟁에서 SK브로드밴드 측을 대리했다. 1심 판결에서 승소를 이끌어 내며 국제적으로 주목 받았다.

M&A 분야에서도 카카오가 카카오커머스를 합병하는 딜을 비롯해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인수, 쌍용자동차 매각 자문, 로젠택배 매각, 라이나생명 인수 등에 법률 자문을 제공하는 등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세종은 ‘젊은 리더십’을 앞세워 새로운 빅3의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세종은 올해 초 창업 1세대인 김두식 변호사의 바통을 이어 받아 2세대로 분류되는 오종한 변호사가 새로운 경영대표가 됐다.

그의 지휘 아래 세종은 5명의 운영위원 중 2명을 40대 변호사로 구성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젊은 세종을 강조하며 경쟁사들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세종 관계자는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는 시장 상황에서 젊은 리더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솔루션 도출이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내년으로 미뤄진 태평양의 ‘자존심 회복’
비록 순위는 4위에 그쳤지만 태평양은 올해 특히 국제 중재에서 독보적 활약을 펼치며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태평양은 ‘국제 중재의 명가’로도 불린다. 올해 태평양은 한국의 한 금융사와 해외 보험사의 분쟁에서 한국 금융사에 막대한 손해 배상 책임이 인정된 사건을 맡아 부당한 채무 부담 위험을 제거하는 성공적 결과를 이끌어 냈다.

인천시의 317조원 규모의 인공 관광레저 도시를 건설하려는 사업이 무산되면서 해외 투자자 측이 수백억원 규모의 손해 배상을 구하며 제기한 사건에서도 인천시를 대리해 이를 전부 기각하는 승소 판정을 받아 냈다.

태평양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대면으로 진행됐던 심리기일을 화상으로 대체하는 등 국제 중재 분야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30~40대 변호사들과 태평양의 국제 중재에 대한 풍부한 경험이 시너지를 내면서 효과적으로 대응해 다수의 큰 사건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세 명가’라는 칭호에 걸맞게 율촌은 올해 역시 조세 부문에서 만큼은 김앤장을 큰 차이로 압도하며 종합 5위를 기록했다.



올해도 율촌은 조세 부문에서 불합리한 과세 실무를 바로잡고 납세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판결을 다수 얻어 냈다. 예를 들면 은행과 증권사를 대리해 방카슈랑스 영업에서 얻은 보험 판매 수수료는 교육세 과세 표준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아 냈다. 또 공사·신탁사·병원·학교 등 여러 법인들을 대리해 재산세 감면 토지에 대한 재산, 종합부동산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 부당 이득 반환 소송에서 승전보를 남겼다.

6위는 화우에 돌아갔다. 올해 화우는 조단위 딜로 주목받았던 한샘 매각 자문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동부건설 컨소시엄의 한진중공업 경영권 인수도 화우가 처리했다. 화우는 동부건설 컨소시엄을 대리해 입찰 절차에 관한 자문부터 법률 실사, 주식 매매 계약 검토·수정, 거래 조건 협상 및 법적 이슈에 관한 전반적인 자문을 제공했다.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남양유업 사건에도 관여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 측과 경영권 지분에 관한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지만 매도인들의 이행 거절로 분쟁이 발생했는데, 화우는 한앤컴퍼니를 대리해 주식 처분 금지 가처분 결정,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결정 등을 이끌어 냈다.

다방면에서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만큼 내년도 순위 상승을 기대해 볼만하다. 이 밖에 지평·바른·대륙아주 등 전통의 강자들이 10위권 내에 안착하며 녹슬지 않은 영향력을 과시했다.

설립 2년 차에 불과한 위어드바이즈는 지난해 한경비즈니스 조사에서 첫 순위권(16위)에 진입했는데 올해는 9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업계의 떠오르는 강자임을 증명해 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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