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마이크로소프트 등 ‘빅 테크’ 주가 더 오른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13인 설문…최다 추천 유망주는 ‘애플’, 애플카 기대감도

[스페셜 리포트]

사진=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9월 14일 아이폰13을 공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1년에도 해외 주식 투자 ‘붐’은 여전했다. 연초 이후 박스권에 갇힌 한국 증시와 달리 미국 증시는 연일 상승세를 보인 영향이다. 2022년에도 해외 주식 열풍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2022년 해외 주식 투자 성공 키워드로 ‘선별’과 ‘기다림’을 제시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글로벌 증시는 “추세적 움직임보다 변동성이 큰 장세를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 투자자라면 시세를 쫓아다니기보다 여유 자금으로 저평가된 종목을 매수한 후 시간을 사는 게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미국 등 주요국의 2022년 경제성장률은 경기 부양 정책에 힘입어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이전보다 높은 수준을 보일 것”이라며 “공격적이고 장기적인 투자자라면 정책 수혜가 집중되는 2차전지 및 미래차, 플랫폼 및 메타버스, 차세대 에너지 및 친환경 관련 주식 등을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유리해 보인다”고 말했다.

탄탄한 ‘캐시카우’ 돋보이는 애플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2022년 해외 주식 ‘톱픽’으로 애플을 제시했다. 13명의 센터장 중 8명이 애플을 추천했다.

애플은 최신 스마트폰 모델인 아이폰13의 판매 호조와 아이폰 운영 체제인 iOS 사용자 확대 및 콘텐츠 증가에 따른 수수료 확대 등으로 내년에도 좋은 실적을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서비스 관련 매출은 최근 5개 분기 연속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5세대 이동통신(5G) 도입의 가속화 속에 급증한 스마트폰 교체 수요를 바탕으로 아이폰13 판매량이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애플은 탄탄한 브랜드 경쟁력을 바탕으로 제품·서비스 부문에서 추가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며 “장기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유효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미래차 등 애플이 추진 중인 여러 신사업도 투자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애플은 향후 4년 안에 자율주행차를 출시한다는 목표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애플카가 출시되면 아이폰과의 연결 등 iOS 생태계 확장도 가능할 것”이라며 “애플은 메타버스 영역에서도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동시에 구현하는 ‘XR 헤드셋’을 2022년 출시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메타버스 기업으로 변신하는 엔비디아

리서치센터장들은 또한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빅 테크’를 해외 유망 종목으로 꼽았다. 페이스북은 최근 메타버스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메타로 사명을 바꿨다. 보유 중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이용자가 향후 메타버스 산업을 선점하는 데도 핵심 역할을 할 전망이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메타는 메타버스 소셜 플랫폼 ‘호라이즌’과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마켓 플레이스, 가상 자산 지갑 ‘노비’ 등의 출시를 통해 메가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 디지털 광고 사업을 통해 안정적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메타는 애플의 프라이버시 정책 변경과 규제 이슈 등으로 매출 둔화 우려가 있었지만 알고리즘 개선을 통해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높게 나올 가능성도 있다”며 “디지털 지갑인 노비를 통해 블록체인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등 신규 캐시카우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전 사업 부문에서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매 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와 가이던스 상향을 통해 지속적 성장성을 보여주는 기업으로 평가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재택근무 수요가 증가하면서 기업의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이 가속화한 데 따른 대표 수혜주로 분류된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마이크로소프트는 강력한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클라우드 시장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데다 게임 시장에서의 성장이 기대되는 등 단기 모멘텀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B2B(기업 간 거래)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은 경기 둔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악재를 비켜 가는 차별적 프리미엄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용 그래픽 처리 장치(GPU) 전문 기업을 넘어 메타버스·AI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엔비디아도 우량주로 분류됐다.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 등 산업 전반에 걸쳐 고성능 반도체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실적 호조를 이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고성능 그래픽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업무용 메타버스 협업 플랫폼인 옴니버스 등 소프트웨어 부분에 대한 가치도 재평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엔비디아는 독보적 시장점유율에 더해 최근 공급망 투자를 바탕으로 부품 부족 우려를 일부 완화했다”며 “향후 AI 워크로드 소프트웨어 부문의 성장을 통해 모멘텀이 부각되면 밸류에이션의 재평가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엔비디아는 자율주행차와 AI 등 신성장 산업 부문에서 가장 앞서 있는 반도체 기업”이라며 “향후 주가가 조정을 겪더라도 점차 저점을 높여 가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여전히 매력적인 알파벳·테슬라·ASML

리서치센터장들은 이 밖에 알파벳·테슬라·펩시·ASML 등을 해외 유망주로 제시했다. 알파벳은 구글의 지주회사다. 검색 광고와 유튜브·클라우드 등 전 사업 부문의 고성장에 따른 마진 개선 흐름을 이어 가고 있다. 최근 ‘픽셀 패스’ 등의 하드웨어와 기존 서비스들을 결합한 구독 모델을 발표하며 애플 생태계와의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광고 시장은 2022년 전년 대비 6.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전통 광고 매체의 축소 추세를 고려하면 알파벳의 주 사업 분야인 디지털 광고 시장의 성장성은 더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AI를 활용한 자율주행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보험 등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수익성 향상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2021년 말 또는 2022년 초 미국 텍사스와 독일 베를린 공장 완공 등으로 전기차 생산량을 늘린 것도 장기적 측면에서 주가 상승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규 공장 초기 가동 비용에 따라 일시적으로 수익성이 하락할 수 있지만 생산량 안정화에 따라 수익성이 재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과 중국에 이어 유럽 현지 공장을 확보함에 따라 세계 3대 시장에서 전기차 수요 확대에 따른 수혜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펩시는 글로벌 오프라인 활동 재개 추세로 음료 매출의 증가가 기대되는 리오프닝주로 주목받고 있다. 고태봉 리서치본부장은 “펩시는 넓은 제품 포트폴리오와 함께 경쟁사 대비 낮은 소비자 가격 인상 폭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안정적 배당을 바탕으로 투자자에게 늘 매력적인 종목”이라고 말했다.

ASML은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기업으로, 노광 공정의 핵심 기술을 독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종목으로 꼽혔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SML은 반도체 극자외선(EUV) 공정 대장주로 2022년 2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업체들의 증설과 공급 병목 현상이 해소되면서 실적 가이던스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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