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목표 주가 ‘100만원’ 상향…내년 타이어코드 호황 이어지면서 상승세 이어질 듯
[스페셜 리포트]한 주당 주가 100만원을 넘는 종목을 ‘황제주’라고 부른다. 한국 주식 시장에서는 황제주 자리를 바라보는 종목들이 몇 가지 있다.
올해 효성의 화학 계열사 효성첨단소재는 가파른 주가 상승으로 개미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15만원대를 오갔던 효성첨단소재의 주가는 2021년 9월 24일 87만7000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고점에서는 내려왔지만, 연초에 비해 주가는 4배 이상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가는 여전히 효성첨단소재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12월 7일 효성첨단소재의 목표 주가를 1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 주식 시장에서도 현재 단 한 종목밖에 없는 황제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효성첨단소재의 주력 산업인 타이어코드의 호황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타이어코드 시장은 빠듯한 수급에 따라 공급자들이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본업’인 타이어코드 외에도 효성첨단소재가 신성장 동력으로 내세운 탄소 섬유와 아라미드의 성장세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특히 최근 효성첨단소재는 탄소 섬유와 아라미드의 생산 능력을 지속적으로 늘리면서 신소재 분야에서도 영향력을 넓혀 가고 있다.
타이어코드 재고 확보전에 덩달아 성장한 실적
효성첨단소재의 올 한 해 실적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다. 매번 분기 최대 실적을 갈아 치웠고 3분기에도 분기 최대 실적 기록을 세웠다. 2021년 3분기 효성첨단소재의 매출액은 9671억원으로 전년 대비 51.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39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무려 1074.8% 증가했다.
3분기 효성첨단소재의 주력 사업인 타이어 보강재 부문에서는 전방 자동차 업종의 재고 보충 수요가 계속되고 전 분기 대비 판가가 상승하면서 매출이 증가하고 수익성이 유지됐다. 탄소 섬유 부문도 수요 증가로 전 분기 대비 판가가 상승하면서 매출과 수익성이 모두 개선됐다. 아라미드 사업부문은 증설 설비 안정화 과정에서 생산량이 감소해 전 분기보다 매출과 수익성이 줄었지만 4분기에 본격 양산되면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효성첨단소재는 2018년 (주)효성의 산업자재 부문이 인적 분할돼 설립됐다. 주요 포트폴리오는 타이어 보강재와 산업 자재, 기타 부문으로 나눌 수 있다 .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2021년 효성첨단소재의 예상 실적 기준 사업부별 매출 비율은 타이어 보강재 56%, 산업용 원사 16%, 기타 28%다.
타이어 보강재는 타이어를 제조할 때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소재로 타이어코드와 스틸코드가 있다. 아라미드는 높은 강도와 내열성을 갖는 것이 특징인 합성 섬유다. 방탄 소재, 자동차 고무 보강용, 산업용 등에 사용된다. 탄소 섬유는 고압 용기, 전선 심재, 건축 보강 용도로 사용되는 고부가 가치의 신소재 제품이다. 또 자동차용 안전벨트와 에어백, 건축·토목 및 일반 산업 현장용 원사에 쓰이는 산업용 원사, 자동차 차체 바닥에 장착되는 제품인 카펫을 생산한다. 카펫은 내구성이 우수하고 흡음성과 차음성이 뛰어나 주행 시 소음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생산 제품 중에서 올 한 해 수요가 급증한 것은 단연 ‘타이어 보강재’, 그중에서도 타어어 코드다. 수요 상승을 타고 효성첨단소재의 실적 상승에도 큰 몫을 차지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타이어 보강재는 효성첨단소재 영업이익의 60%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회복되면서 타이어코드 시장은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억눌려 있던 소비가 폭발하면서 물동량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해상 수송과 항공 수송 운임이 치솟는 등 전 세계 물류망이 붐비고 있다.
육상도 마찬가지다. 물동량의 증가로 상업용 트럭의 타이어 교체 주기가 짧아지고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해외여행 대신 국내 여행의 수요가 늘면서 개인 자가용에 쓰이는 타이어의 수요도 늘어났다. 이에 따라 자동차 제조사들은 당장 눈앞의 수요와 함께 타이어코드의 재고를 마련하는 것에도 분주해졌다.
효성첨단소재는 폴리에스터(PET) 타이어코드 세계 시장점유율 50%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1위 업체다. 브리지스톤·미쉐린·굿이어 등 글로벌 타이어 업체들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고 이들로부터 매출의 70%를 창출하고 있다. 상위권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큰 만큼 효성첨단소재의 수요처도 든든하다. 이진명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현재 효성첨단소재의 PET 타이어코드 생산 능력은 26만8000톤이고 2~3위 업체의 생산 능력은 각각 9만~10만 톤으로 타 상위권 업체들과의 설비 규모 격차가 큰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PET 타이어코드 외에도 효성첨단소재가 생산 중인 스틸코드도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효성첨단소재 관계자는 “효성첨단소재는 수직 계열화된 생산 공정을 통해 안정적 생산과 함께 주요 타이어 업체들과 장기 공급 계약으로 매출 기반까지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를 책임질 탄소 섬유와 아라미드
주 사업인 타이어 보강재와 함께 효성첨단소재가 최근 신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것은 ‘탄소 섬유’다.
효성은 2000년대부터 전 그룹사가 수소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투자를 지속해 왔다. 특히 효성첨단소재의 주가가 올 들어 상승한 동력 중 하나는 수소 산업이 보유한 성장 가능성 덕분이다. 2011년 효성이 한국 최초의 독자 기술로 개발한 탄소 섬유는 내열성·내충격성·내화학성을 갖춘 소재다. 철보다 10배 강하지만 무게는 4분의 1 수준이기 때문에 ‘꿈의 소재’라고도 불린다.
또 탄소 섬유는 주로 연료용 압축천연가스(CNG) 고압 용기, 자동차용 구조재, 풍력·우주항공용 소재와 스포츠 레저용 제품 등 철이 사용되는 모든 곳에 대체재로 활용할 수 있어 용도도 다양하다. 탄소 섬유를 적용한 차량의 CNG 연료 탱크나 수소 연료 탱크는 기존 금속 탱크보다 중량이 작아 차량의 주행 성능을 향상시키고 배기가스 배출도 감소시킬 수 있는 효과가 있다.
탄소 섬유는 미래 항공·교통에서도 각광 받는 소재다. 최근 탄소 섬유는 미래 친환경 자동차로 주목받는 수소차의 연료탱크와 CNG 고압 용기에 사용돼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고강도·고탄성·고경량화라는 특징 덕분에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항공우주, 선박용 연료 탱크 등 다양한 용도로 확대될 전망이다.
효성첨단소재는 탄소 섬유 분야에서 아낌없는 투자에 나서고 있다. 효성첨단소재는 2019년 8월 전주 탄소 섬유 공장에서 2028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자해 연산 2만 4000톤의 탄소 섬유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2월 1차 증설을 완료해 연산 4000톤 규모의 생산 능력을 확보했고 2022년 7월까지 2차 증설을 통해 연산 6500톤 규모까지 늘릴 계획이다.
정부도 탄소 섬유 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에 발맞춰 효성첨단소재는 ‘탄소 소재 융·복합 얼라이언스’의 일원으로 유관 기관들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2011년 독자 기술을 바탕으로 한국 최초로 고강도 중탄성 탄소 섬유 ‘탄섬’을 개발하고 2013년부터 전주 공장을 운영했다. 또 공장 내에 탄소 섬유와 복합 재료 연구센터와 탄소특화창업보육센터를 두고 탄소 섬유는 물론 중간재와 성형 가공까지 일괄 기술을 확보하며 탄소 섬유 관련 벤처·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탄소 산업을 국가의 대표 산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셈이다.
탄소 섬유와 함께 효성첨단소재가 주목하는 또 다른 성장 동력은 ‘아라미드’다. 아라미드 섬유는 강도·내열성·내약품성이 뛰어나 방탄복과 방탄 헬멧 등 방위 산업과 5세대 이동통신(5G)을 위한 케이블의 보강재, 자동차용 호스 및 벨트, 건축용 보강재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최근 전기차용 타이어의 캡플라이 부분에 나일론과 혼용되면서 강도를 보강하는 데도 쓰이고 있어 효성첨단소재의 프리미엄 브랜드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효성첨단소재는 탄소 섬유와 함께 아라미드 생산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이미 산업용 신소재 아라미드의 증설을 결정하고 올해 연산 1200톤에서 3700톤까지 생산 규모를 확대했다. 이를 통해 아라미드의 원가 경쟁력과 품질 경쟁력이 높아져 세계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타이어코드 시장 호황은 내년에도 지속 효성첨단소재는 올 한 해 더할 나위 없는 시간을 보냈다. 내년에도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까.
일단 효성첨단소재는 내년에도 타이어코드 시장의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타이어 보강재는 재고 보충으로 인해 수요가 계속돼 매출액과 수익성 모두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재고 보충은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인해 재고를 최소한으로 만들었던 고객사들이 다시 당장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구매하고 여기에 적정량의 재고 확보를 위한 구매까지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공급 사슬에 따라 구매가 연쇄적으로 발생해 타이어 보강재 수요가 급증하게 된 것이다.
타이어보강재 외에도 타 사업군의 전망도 밝은 편이다. 효성첨단소재 측은 아라미드 사업 부문은 증설한 설비가 본격적으로 양산되면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탄소 섬유는 수소 경제가 본격화되면서 매출액과 수익성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키움증권은 내년 효성첨단소재의 영업이익을 5267억원으로 올해 대비 13.3%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동욱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산업 자재의 주력 제품인 PET 타이어코드의 유효 공급 증가가 제한된 가운데 완성차에 납품하는 타이어의 수요 증가로 내년에도 PET 타이어코드는 수급이 빠듯한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