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 시중은행 대표 PB “내년 선진국 주식, 리츠에 투자하라”

금리 1.75%까지 오를 것…채권 비율 낮추고 현금 보유 필수

[스페셜 리포트] 추천 투자 포트폴리오

미국 중앙은행(Fed)은 12월 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장기화하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속도를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높이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테이퍼링 종료 시점은 내년 6월에서 3월로 당겨진다. 또 FOMC 위원들은 내년 3회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사진은 11월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설치된 대형 화면을 통해 제롬 파월 Fed 의장의 기자회견이 생중계되고 있는 모습. 이날 Fed는 FOMC를 열고 이달부터 테이퍼링에 들어가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사진=AP연합뉴스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공포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세계 경제가 출렁이고 있다. 그동안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선을 그어 온 미국 중앙은행(Fed)이 결국 기준금리 인상에 시동을 걸자 세계 금융 시장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과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창궐 우려로 2022년 투자 전략 수립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한경비즈니스가 주요 시중은행의 대표 프라이빗 뱅커(PB) 6인에게 들었다.
막 내린 제로금리 시대
韓 기준금리 내년 최대 3번 인상 전망

그래픽=배자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작된 ‘제로(0) 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한국은행은 올해 두 차례 걸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 연 1%인 기준금리가 내년에는 연 1.75%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인플레이션 쓰나미에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서둘러 정책 금리 인상 등 돈줄 죄기를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다른 선진국과 신흥 국가들도 글로벌 투자 자금 이탈 방지를 위해 금리 인상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NH농협‧IBK기업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대표 PB들도 2022년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내년 기준금리가 최대 1.75%까지 인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은순 KB국민은행 압구정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년 연속 한국은행의 목표치인 2%를 넘어서고 있고 가계 부채 등 금융 안정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 정상화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에 맞춰 2022년 하반기부터 2023년까지 1.5~1.75% 수준으로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원용 하나은행 영업1부PB센터지점 PB팀장도 “미국의 금리는 2022년 여름 이후 2번 인상되고 한국은 상반기 1번, 하반기 2번 등 총 3회 인상돼 1.75%까지 인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인 1.5%까지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자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탁규 IBK기업은행 반포자이WM센터 PB팀장은 “현재 금리 시장에선 1회 정도 추가 인상은 선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1.5% 수준까지의 상승은 자산 시장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경기 회복 속도가 늦춰지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추가 인상을 고려해야 할 상황이 된다면 자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은행은 특히 금리 인상이 부동산 시장에 주는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이다. 손희정 우리은행 아시아선수촌 PB영업점 부지점장은 “부동산 시장은 대출 금리 상승, 대출 규제, 부동산 세금 부담 증가 등의 영향으로 매수 심리가 다소 꺾여 가격 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주식 시장은 예년 수준을 웃도는 성장이 예상돼 미래 성장 산업이나 정책 산업 등에 자금이 몰릴 것으로 판단되고 채권 시장은 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 금리 상승 압력으로 채권 투자 시 신중한 고려가 예상돼 자산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NH농협은행도 금리 상승 기조 속에서 현재 경기 회복 속도와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할 때 지금의 기준금리 수준이 긴축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김경원 NH농협은행 올(All)100자문센터 전문위원은 “자산 시장에 크게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유동성이 점차 줄어드는 효과를 줄 것으로 보인다”며 “펀더멘털(기초 체력)과 실적이 뒷받침되는 자산으로의 자금 흐름 이동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신한은행은 금리 인상에 대해 보수적으로 전망했다. 송은영 신한PWM잠실센터 PB팀장은 “한국은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 공격적인 금리 인상보다 코로나19 변이 확산 추이와 경기 회복 속도에 맞춰 금리 인상 시기와 횟수 등 완급을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최근 한국의 가계 부채 증가세를 고려하면 빠른 금리 인상은 원리금 상환에 부담이 증가돼 최근 회복되고 있는 민간 소비 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저금리에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오랜 기간 박스피에서 벗어나 3000을 회복했던 한국 증시 역시 큰 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워진다”고 분석했다.
금리 상승기, 어떻게 투자하나
자료=각 사 제공, 그래픽=배자영 기자


그렇다면 금리 상승기엔 투자와 배분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까. 우선 대표 PB들은 선진국 주식의 비율을 높인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을 제안했다. NH농협은행은 주식 비율을 70% 수준으로 유지하되 선진국 중심으로 투자하는 것을 권했고 신한은행은 주식 비율을 50%, 하나은행과 IBK기업은행은 40%, 우리은행은 30% 정도 보유할 것을 추천했다.

김탁규 IBK기업은행 팀장은 “금융주 같이 금리 상승기에 실적이 호전되는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지역별로 보면 내년에도 선진국 주식 성과가 신흥국 주식 성과를 앞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금리 상승에 따른 달러 캐리 트레이드(달러화를 저금리로 빌려 신흥국 시장에 투자하는 전략) 청산 움직임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송은영 신한은행 팀장도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금리 인상 등의 이슈가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고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한 만큼 주식 비중 확대를 추천한다. 특히 경기 정상화 과정에서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격차가 더 커질 수 있어, 실적 개선이 예상되고 비용 상승에 덜 영향 받는 재무 구조와 현금 흐름이 우수한 선진국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채권의 비율은 축소하는 것을 추천했다. 채권은 금리 상승 시 가격 하락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신한은행과 IBK기업은행은 자산 배분 차원에서 신용 등급이 우수하고 만기가 짧은 우량 단기 채권 위주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10% 이내로 편입할 것을 권했다.

또 김탁규 팀장은 “내년에 경기 회복이 계속된다면 크레디트 스프레드(금리 차이) 축소로 하이일드 채권(고수익·고위험 채권)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부동산 직접 보유보다 ‘리츠’를 활용한 간접 투자를 제안했다. 대출 규제, 세금 중과, 금리 인상 등 비용 부담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대출을 활용해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극대화한 리츠의 구조상 금리 인상 때 장기 고정 금리로 자본 조달이 가능한지 여부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송은영 팀장은 “공모 리츠 활성화 정책에 따라 최근 안정적인 배당 수익률에 추가적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 시 자본 차익까지 기대해 볼 수 있는 우량 공모 리츠 상장 이어지고 있다”며 “개별 리츠나 우량 리츠로 구성된 리츠 상장지수펀드(ETF) 활용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은 부동산을 전체 포트폴리오의 20% 이내로 편입할 것을 제안했다. 김탁규 팀장은 “유동성 공급이 막힌 부동산 가격은 제한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업들은 확보한 현금을 바탕으로 설비 투자(CAPEX) 확대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공장 설비 등 제조업 관련 투자보다 주로 데이터센터나 물류센터 등 서비스업 관련 투자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촘촘하게 대출을 규제하는 주택이나 코로나19 사태로 임대료 인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가보다 주유소 리츠 투자를 추천했다. 주유소 임대에 따른 수익 배당률이 연 5% 이상으로 높고 주요 도로를 끼고 있는 주유소 특성상 지가 상승에 따른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는 것이다. 김탁규 팀장은 “향후 전기차 보급과 자율주행 시행에 따라 주유소 부지가 모빌리티정비센터로 개발되면 현재 주유소 임대에 따른 수익 배당보다 높은 배당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 PB들은 변동성이 높아지면 대응에 필요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을 전체 자산에서 20~30% 정도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경원 NH농협은행 전문위원은 “투자자의 투자 성향과 목표 자금 계획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금리 상승기에는 자산 시장의 변동성과 손실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의 비율을 올해보다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송은영 팀장도 “예비비 목적과 자산 가격 하락 시 추가 매수 여력을 위해 현금을 20% 정도 보유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다만 “신흥국 대비 견고한 경기 회복이 기대되는 선진국의 통화 강세가 예상되기 때문에 원화와 함께 달러도 함께 보유할 것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위험 관리 측면에서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군인 금 관련 상품에도 투자하길 권했다. 송은영 팀장은 “현금 흐름이 없는 자산인 ‘골드’의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졌지만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서 전통 안전 자산 선호 심리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골드 가격이 하방 지지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돼 전체 포트폴리오 5% 이내로 보유하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내년 상반기 공급망 부족 이슈가 해소되고 경기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산업 금속 수요 증가 예상된다”며 구리 등 산업 금속 자산을 전체 자산 중 5% 정도 보유하는 것을 추천했다.

한국은행이 11월 25일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1%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대응으로 시작된 ‘제로(0) 금리’가 막을 내린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월 16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 간담회에서 “금리 정상화 기조는 계속 끌고 가겠다는 종래의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사진은 11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통위 본회의 모습.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2년 자산 관리 키워드
메타버스, 기후 변화 및 친환경
인플레이션과 금리에 대한 중요성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이 밖에 대표 PB들은 2022년 자산 관리 키워드로 ‘메타버스’와 ‘기후 변화 및 친환경’ 등을 꼽았다.

메타버스는 가공·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현실(VR) 등의 기술이 결합된 3차원 세계다. 4차 산업혁명, 글로벌 언텍트(비대면) 문화 확산에 따라 메가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송은영 신한은행 팀장은 “업무 효율성에 대한 초기의 우려와 달리 화상 회의는 이제 일상화됐고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포트나이트에서 외국 가수의 콘서트를 즐기는가 하면 페이스북은 사명을 ‘메타’로 바꾸는 등 메타버스로의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연결하는 메타버스와 관련한 흐름은 5세대 이동통신(5G),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등 기술의 발전으로 내년에 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임은순 KB국민은행 부센터장은 “현재 메타버스는 아직 초기 발전 단계이기 때문에 당장은 메타버스 관련 기업에서 눈에 띄는 실적을 기대하기 어렵고 적자를 기록 중인 기업도 많다. 또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하게 올랐지만 막상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주가가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한국 기업에 투자하고 싶다면 KB 스타(STAR) 메타버스 상장지수펀드(ETF)와 타이거(TIGER) 메타버스 ETF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기후 변화와 친환경에 대한 중요성도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은영 팀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환경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최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선 세계 각국이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삼림 파괴 중단과 메탄 배출량 감축 및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등의 합의가 이뤄졌다”며 “다만 이른 시간 내 친환경 에너지로 완전 대체가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가 대두되며 전통 에너지와 신재생에너지의 균형 잡힌 투자로 수익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은순 부센터장도 내년 유망 금융 상품으로 ‘친환경’을 키워드로 뽑으며 해외 상품으로는 블랙록BGF 지속 가능 에너지펀드를, 한국 상품으로는 멀티에셋 글로벌 클린에너지 펀드 등을 추천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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