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센스 명가’ F&F가 패션왕에 등극한 비결

MLB·디스커버리 인기로 ‘브랜드 파워’ 보유…2022년 중국 시장 전망도 ‘파란불’

[비즈니스 포커스]

2019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현지 최대 스트리트 브랜드 박람회 '요후드 박람회'에 마련된 MLB의 부스.(사진=MLB)


현재 패션주 중에서 가장 뜨거운 종목을 꼽으라면 단연 ‘에프엔에프(F&F)’다. 2021년 11월 9일은 F&F의 주가가 97만6000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날이었다. 2021년 12월 들어 다소 하락했지만 12월 22일 장중 88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F&F는 2021년 5월 지주사 전환을 위해 인적 분할을 실시했다. 기존 법인은 투자회사 F&F홀딩스로, 사업회사는 신규 법인 F&F로 5월 21일 분할 상장했다. 본업인 ‘패션’에 더 주력할 수 있다는 기대감 덕분일까. 재상장 이후 36만원에서 출발한 F&F의 주가는 어느 새 100만원을 넘보고 있다.

증권가는 F&F의 6개월 내 목표 주가를 100만원 이상으로 설정하고 있다. 현재 한국 증시에서 가장 유력한 ‘황제주(주당 100만원이 넘는 종목)’ 후보다. 여기에 F&F는 한국 증시에 상장된 패션 기업들 중 시가 총액 1위에 올라서며 존재감을 굳건히 하고 있다.

‘황제주’ 노리는 라이선스 명가 F&F의 2021년 3분기 실적은 큰 폭으로 성장했다. 매출액은 32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9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659%가 늘었다. 특히 중국 매출이 전 분기 대비 성장한 것이 실적을 크게 이끌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패션 시장에도 변화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졌고 명품과 비명품 브랜드 간 사이의 간격도 넓어졌다. 동시에 면세 채널의 부진으로 패션 기업들은 여전히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F&F의 약진은 패션업계 전체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비결은 무엇일까. 이는 F&F만의 ‘브랜드 파워’라고 요약할 수 있다.

F&F는 라이선스 브랜드 디스커버리·MLB·MLB키즈(KIDS)를 비롯해 자체 브랜드 듀베티카·스트레치 엔젤스 등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F&F는 디스커버리의 성공으로 ‘라이선스 브랜드 명가’라는 별칭을 얻었고 중국 시장에서 MLB의 히트로 한국 외에서 안정적 기반을 마련했다.

F&F는 자사의 브랜드 파워에 대해 “브랜드를 한국 외 시장의 특성과 트렌드 변화에 맞춰 기획·생산·판매함으로써 안정적 수익의 원천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F&F가 1997년 한국 판권을 들여와 유통하기 시작한 MLB는 높은 인지도와 코로나19 사태 이후 바뀐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아시아 시장에서 ‘스트리트 브랜드’로서 높은 위상을 갖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MLB에 대해 “스트리트 브랜드에서 이지 웨어 스타일로의 전환에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공고히 다졌다”며 모자에서 신발·의류로의 카테고리 확장에도 브랜드의 소모 없이 연착륙했다고 평가한다.

MLB의 중국 시장 점령기가 시작된 것은 2019년이다. 중국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인 티몰에 MLB가 입점하면서 날개를 달았고 그 후 면세 채널을 중심으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패션업계에서는 MLB가 명품 브랜드를 연상하게 하는 커다란 모노그램으로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았다고 평가한다. 여기에 아시아권에서 인기가 높은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MLB 모자를 착용하면서 인지도를 자연스럽게 높일 수 있었다.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도 F&F의 브랜드 파워에 힘을 더한다. 글로벌 논픽션 채널 ‘디스커버리 채널’과 라이선스를 맺은 디스커버리는 기존 정통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획일화된 디자인을 탈피해 캐주얼과 아웃도어의 경계를 허물었다. 주 타깃은 2040세대로 기존 아웃도어와는 차별화된 제품을 보여준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 밖에 2018년 5월 론칭한 자체 브랜드 스트레치 엔젤스는 기존 액세서리 브랜드가 시도하지 못했던 신기술을 접목한 소재로 기능성을 강화했다. 또 2018년 5월 F&F의 지배회사인 에프엔에프홀딩스가 인수한 듀베티카는 최고의 생산 품질을 갖춘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다. 이른바 ‘고가 패딩’의 인기가 꾸준한 만큼 F&F의 디자인·마케팅 역량과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현재 글로벌 브랜드로 확장 중이다.

디스커버리의 2021년 윈터컬렉션.(사진=디스커버리)
중국인 마음 사로잡은 MLB ‘모노그램’


2021년 F&F의 성장이 유독 두드러졌던 이유는 중국 시장에서의 활약 덕분이다. 특히 3분기에 중국 오프라인 매출의 증가로 F&F는 패션업계의 대장주 자리를 굳힐 수 있었다. 분할 상장 이후 의류 사업에 주력하면서 3분기부터 중국 오프라인 확장의 성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해외 소비자들이 MLB를 주로 찾았던 면세점 채널이 부진을 겪었다. 이에 따라 F&F는 현지에서 온·오프라인 채널을 강화하는 방법을 택했다. F&F 차이나는 F&F가 MLB 중국 비즈니스 전개를 위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의 현지 법인으로, 중국 내 대형 온라인·직영·대리점 등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 중이다.

2021년 F&F의 중국 시장 매출은 더욱 늘어났다. 비결은 오프라인 매장의 확대다. 대신증권은 F&F의 중국 매장 출점이 당초 계획했던 250개를 초과하는 500개로 마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정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2022년 중국 점포 수가 전년 대비 60% 증가하고 온라인 채널 매출 역시 10% 성장할 것으로 보여 중국 법인 매출액은 90% 이상 고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의 전환을 시도했지만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당분간 일상 회복은 어려워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패션업계는 2022년에도 ‘K자형 소비’의 형국을 그대로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 고가의 명품 브랜드나 소비자의 가치를 표현할 수 있는 브랜드들의 소비가 늘면서 패션 시장에서 브랜드가 갖는 힘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F&F가 브랜드 파워를 등에 업고 황제주 자리에 등극할지 패션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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