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로펌 맞아요?”…스타트업 문화로 돌풍 일으킨 ‘위어드바이즈’

출범 3년 만에 로펌업계 톱10 진입…대표 방 따로 없고 출퇴근 자유로워

[비즈포커스]

위어드바이즈 소속 변호사들. 앞줄 왼쪽부터 김병철, 정연아, 박준용 공동 대표변호사. 뒷줄 왼쪽부터 최연석, 배태준, 민경현, 김지호, 김남훈, 국태준, 송우용, 홍지현 변호사. 사진=서범세 기자
서울 강남 선릉공원 인근에 자리한 법무법인 위어드바이즈의 사무실 분위기는 기존에 봐 왔던 로펌들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식물들이 가득한 공간엔 칸막이가 없었고 천장에는 요즘 새롭게 문을 연 카페에서나 볼법한 레일 조명이 곳곳에 달려 있었다.

직원들의 모습도 정장 넥타이 차림의 전형적인 변호사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보기술(IT) 관련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개발자들처럼 편안한 복장에 운동화를 신은 채 업무를 보고 있었다.
위어드바이즈는 김앤장·태평양·세종·율촌 등 대형 로펌의 파트너급 출신 변호사들이 의기투합해 2019년 7월 설립한 로펌이다. 첫 간판을 내건 지 불과 3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신생 로펌답지 않은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대형 로펌들의 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한경비즈니스가 매년 200대 기업 법무팀과 사내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대한민국 베스트 로펌’ 결과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위어드바이즈는 설립 2년 차에 불과했던 2020년 조사에서 전통의 강호들 사이를 비집고 당당히 16위에 이름을 올리며 ‘신흥 강자’의 등장을 예고했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2021년 조사에서는 순위를 더욱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톱10(종합순위 9위)’에 안착하며 2020년의 결과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제시하다
“해를 거듭할수록 산업의 흐름이 급변하고 로펌 시장의 경쟁도 치열해지는 상황입니다. 이런 한국 법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로펌들에서는 찾을 수 없는 위어드바이즈만의 ‘새로운 문법’을 업무에 적용했던 것이 큰 효과를 거뒀다고 생각합니다.”

박준용 위어드바이즈 공동 대표변호사에게 빠른 성장의 비결을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한때 태평양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재직하며 IT 기업들로부터 ‘최고 변호사’라는 평가까지 받았던 그가 위어드바이즈 창업 멤버로 합류하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박 변호사는 2018년 태평양이 판교 실리콘밸리에 분사무소를 개소했을 때 오픈 멤버로 참여한 바 있다. 자연히 카카오·엔씨소프트 등 빠르게 사세를 확장 중인 IT 기업들의 유연한 근무 방식을 현장에서 목격하면서 이런 기업들에 맞춰 ‘딱딱함’을 벗어던진 유연한 로펌을 만들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런데 때마침 당시 법무법인 세종의 판교 분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던 투자, 인수합병(M&A) 전문가인 김남훈 변호사와 부동산 전문가인 김병철 변호사, 김무언 외국변호사, 법무법인 율촌의 공정거래 전문가인 최연석, 김호준 변호사와 법무법인 태평양의 경영권 분쟁 등 송무 전문가인 국태준 변호사 등도 박 변호사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새로운 형태의 로펌을 구성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이들로부터 함께 새로운 형태의 로펌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받아온 박 변호사는 결국 고민 끝에 위어드바이즈에서 새로운 출발을 결심했다.

이렇게 탄생한 위어드바이즈의 업무 방식은 확실히 기존 로펌의 사무실과 큰 차이를 보인다.

우선 대표나 파트너 변호사들의 방이 없다. 박 변호사는 “직급에 상관없이 모두 개방된 공간에서 일하며 자유롭게 소통하기 위해 이런 개방된 형태의 사무 공간을 꾸렸다”고 말했다. 복장에도 제한을 두지 않고 출퇴근 시간도 자유롭다. 스타트업처럼 각자 맡은 업무에만 충실하면 되는 구조다.

특히 기존의 로펌 대비 합리적인 비용으로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시스템을 장착한 것은 위어드바이즈가 가진 최대 무기다.

“일반적으로 로펌은 경력이 짧은 ‘어쏘(associate) 변호사’에서 시작해 ‘중간 파트너 변호사’, ‘시니어 파트너 변호사’ 등을 거치며 법률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여러 단계로 나눠져 있는 만큼 체계적인 점은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또 비용도 비싸지기 마련이죠. 그렇다고 해서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업무의 완성도는 일하는 연차에 있는 전문가들 간의 수평적 협업으로서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어드바이즈는 처음부터 모든 사건들을 대형 로펌에서 풍부한 경력을 쌓은 파트너급 변호사들이 도맡아 처리하고 있습니다. 기업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죠.” 김남훈 변호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시작부터 여러 대형 로펌의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법인을 세운 덕분에 나타나는 ‘시너지’도 뻬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창립 멤버 중 한 명인 최연석 변호사는 “대형 로펌 출신들이 직접 로펌을 설립하는 사례를 보면 대부분이 한 팀에서 일하던 변호사들이 함께 나와 한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부티크 펌’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면서 “여러 대형 로펌 소속으로 각각 다른 분야에서 활약하던 변호사들이 한데 뭉쳐 로펌을 설립한 것은 위어드바이즈가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팔방미인 로펌으로 도약 목표이런 시스템을 앞세워 위어드바이즈는 당초 내부 구성원들이 기대했던 것 이상의 성장 속도를 기록 중이다.

김병철 공동 대표변호사는 “정확한 실적 공개는 어렵지만 설립 이후부터 매년 2~3배 정도의 매출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2021년에는 이미 상반기에 2020년의 실적을 뛰어넘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인수·합병(M&A)과 부동산 거래와 관련해 대기업들이 도움을 요청할 로펌을 선택할 때 최근에는 대형 로펌들과 함께 위어드바이즈가 항상 여기에 끼어 있다는 말이 들릴 정도”라며 “유수의 기업들이 위어드바이즈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위어드바이즈는 삼성SDI·현대차그룹·네이버·카카오·위메프·야놀자·두나무·무신사 등 한국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에서부터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업들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다.

빠르게 늘어나는 기업 고객에 맞춰 현재 위어드바이즈는 한 단계 더 도약하겠다는 새 목표로 갖고 대대적인 전력 보강에 돌입한 상태다.

박준용 위어드바이즈 공동 대표변호사. 사진=서범세 기자


박준용 변호사는 “보통 신생 로펌들은 하나의 특정 분야에 먼저 안착한 뒤 다른 분야로 서서히 사세를 늘려 나가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라며 “2022년부터 더 다양한 분야로 법률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해 위어드바이즈는 최근 다양한 인재들을 영입 중이다.

올해 3월에는 김앤장의 TMT(기술·미디어·통신) 전문가였던 안준규 변호사가 합류했다. 안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수료 당시 사법연수원장상(4등)을 수상한 촉망받는 인재였다.

김앤장 내에서도 주요 외국계 IT 기업들을 담당하여 온 유망주였기 때문에 안 변호사의 위어드바이즈 합류는 당시 상당한 화제를 불러모았다.

8월에는 오랜 기간 네이버 그룹의 법무책임자로 활약해 왔던 정연아 변호사를 공동 대표변호사로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업계에 따르면 수많은 대형 로펌들이 정 변호사를 영입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는데 그의 선택은 위어드바이즈였다. 정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서 다양한 법률 문제를 경험하면서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장에 만족스러운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전부터 하고 있었어요. 위어드바이즈가 추구하는 비전과 업무 방식에 제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서 함께 일하겠다는 결심이 서게 됐죠.”

IT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정 변호사의 영입을 통해 위어드바이즈의 해당 분야 영향력 또한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세종에서 노동 전문 변호사로 탄탄한 입지를 쌓아 온 송우용 변호사도 얼마 전 위어드바이즈의 일원으로 합류하며 전력 보강에 힘을 보탰다. 송 변호사는 “기존의 경험을 십분 활용해 위어드바이즈의 노동 부문에서의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어쏘 변호사들도 새롭게 영입했고 또 위어드바이즈만이 가진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전관도 본격적으로 영입할 계획입니다. 사세가 커지면서 기존 대형 로펌과 비슷한 구조로 변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이런 가운데서도 위어드바이즈만이 구축한 새로운 업무 방식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현재 직면한 과제인 것 같습니다. 위어드바이즈만의 문법으로 로펌업계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김병철 대표변호사가 밝힌 포부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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