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소통’하는 조직을 만들 수 있을까[김한솔의 경영 전략]
입력 2021-12-30 17:30:05
수정 2021-12-30 17:30:05
다양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이 조직…‘갈등’ 아닌 ‘시너지’ 내기 위한 대화법 필수
[경영 전략]회사엔 다양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다. 제각각 서로 다르지만 이들이 공통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래서 많은 회사가 ‘조직 문화’를 강조한다. 일 많이 하는 문화를 말하는 게 아니다. 조직 문화에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
동료와 ‘함께’ 일하는 것이 불편하지 않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래야 같이 일하는 조직으로서의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게 바로 소통이다.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고 그것을 경청해 주는 문화다. 하지만 많은 조직의 구성원과 리더를 만나봤지만 “우리 회사는 소통이 정말 잘 됩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이는 거의 보지 못했다.
소통 대신 ‘대나무 숲’을 찾아가는 직원들은 많이 봤다. 본인의 신분이 드러나지 않는 익명 게시판이나 외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에 불만을 털어놓는 것이다.
그게 의도하지 않게 큰 문제를 낳기도 한다.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조직, 하지만 내부에선 입을 닫아 버리는 구성원. 이들이 대나무 숲에서 돌아오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리더와 조직이 나서 고민해야 문제가 해결조직 문화를 맡고 있는 담당자나 리더의 생각을 먼저 들어보자. 이들은 이렇게 하소연한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직접 말하면 되지 왜 밖에서 저렇게 얘기할까요. 충분히 들을 준비가 돼 있는데도 말하지 않으니 너무 답답합니다.”
맞다. 문제가 있을 때는 직접 맞서는 게 가장 빠르고 정확하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구성원의 처지도 이해해야 한다. 회사가 싫든 좋든 구성원에게 이곳은 안정적인 월급을 주는 곳이다. 이처럼 힘을 가진 회사와 나쁜 관계가 되는 것을 원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러니 어떻게 보면 솔직히 얘기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회사 측과 한마음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적이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계속 참고 가만히 있기만 하면 분이 터질 것 같으니 결국 밖에 있는 대나무 숲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
어떤 리더들은 이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불만만 얘기할 게 아니라 진짜 원하는 게 뭔지 해결책도 같이 얘기해 주면 좋겠습니다. 회사는 그게 합당한 것이라면 들어 줄 수 있으니까요.”
대안도 없이 반대만 하는 사람, 같이 일할 때 짜증난다. 동의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구성원의 관점에선 당연하다. 해결책을 알면 제안할 것이다. 하지만 본인도 잘 모르겠으니 제안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지금 이 상태는 아니라고 생각되니까 문제 제기라도 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이것을 고민하는 것은 리더와 조직의 몫이다. 조직의 리더들도 찾아내지 못하는 방법을 구성원들에게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과도한 기대 아닐까.
그렇다고 소통을 포기할 수는 없다. 구성원들과 조금 더 제대로 소통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이를 위해선 구성원들이 가진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어 줘야 한다.
‘회사에 대해 불만이 있으면 편하게 얘기하라’는 말을 들은 구성원들 머릿속엔 ‘내가 솔직하게 문제를 얘기해도 될까’라는 고민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후폭풍이 두려워서다.
본인이 입을 여는 순간 누가 그런 문제를 일으켰는지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지 않을지, 왜 빨리 얘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그냥 뒀는지 등 파고들어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입을 닫게 된다. 이를 다시 말하면 조직 내 ‘심리적 안전감’이 없다는 의미다.
그래서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앞으로의 미래 중심으로 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질문이다. 묻는다고 해서 “그게 왜 문제라고 생각해요”와 같은 질문은 위험하다.
상대의 관점에선 공격 받는다고 느낄 수 있다. ‘왜’가 아닌 ‘어떻게’나 ‘무엇’을 활용한 질문이 좋다. “어떤 부정적 영향이 있어 특히 그게 더 문제라 생각하나요”와 같은 질문을 예로 들 수 있다. 개인적 차원의 불만이 아니라 조직이나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한 발 더 나아간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 달라져야 할 것 같나요”와 같은 것도 물어볼 수 있다. 상대가 바라는 이상적 모습을 함께 생각해 보는 것이다. 하지만 거창한 답을 기대하지는 말자. 그것을 고민하는 것은 앞서 설명했듯 리더나 조직의 몫이다. 회사가 더 나아지기 위해 강해져야 할, 현재의 약점을 짚어준 것에 대해 고마워하자.
요구 들어줄 수 없으면 솔직하게 밝히자구성원들이 입을 닫는 또 다른 이유는 ‘얘기한다고 정말 회사가 달라질까’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만약 우리 회사에 이런 생각 때문에 말하기를 주저하는 구성원이 많다면, 미안하지만 해당 조직의 리더는 반성해야 한다.
이 얘기에는 구성원들은 나름대로 이미 많은 시도를 해 봤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심정이 드니 더 이상 계란을 던지지 않기로 결정한 것과 비슷하다.
이런 조직은 구성원들이 성공을 경험하게 해 줘야 한다. 구성원들이 원하는, 우리가 제안한 것들이 회사 정책에 반영되고 이를 통해 문화가 바뀌어 가는 것을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보여줘야 한다.
이렇게만 설명하면 어떤 이들은 ‘이왕 구성원들의 얘기를 듣는 것을 기회 삼아 대대적인 변화를 주자’고 생각한다. 일종의 컨벤션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이런 시도와 변화가 짧은 시간에 일어날 수 있다면 좋다. 하지만 변화는 대부분 어렵다. 여러 부서, 다양한 직급의 이해관계가 얽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조직 문화를 바꾸려는 시도는 당장 급한 현업 업무에 밀린다. 그렇게 잊힐 확률도 높아진다.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작은 변화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눈에 보이고 몸으로 느껴지는 게 필요하다.
수평적 조직을 만들겠다고 직급 체계를 바꾸거나 호칭을 통일하는 것 같은 시도는 어렵다. 그 대신 회의 때 ‘리더 혼자 주도하지 않는다’는 식의 행동 약속을 정하고 실천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다.
또 조직의 이런 변화가 구성원들의 제안으로 시작됐다는 것을 공표할 필요도 있다. 의도적으로 티를 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 구성원들도 변화를 인지하고 체감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까지 얘기하면 현실적 고민이 생긴다. 우리 조직에서 구성원들이 바라는 것을 들어줄 수 없을 때다. 이럴 때는 무엇을 해야 할까. 간단하다. “여러분들의 제안을 충분히 듣고 검토했는데 현재로선 반영하기 힘들다”고 솔직히 밝히는 것이다.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게다가 구성원들이 허탈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구성원들은 원했던 것을 얻지 못했을 때보다 피드백이 없을 때 더 속상해한다.
모두가 실리콘밸리 기업과 같은 조직 문화를 가진 회사에서 일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다만 회사에서 주는 정보가 없을 때 ‘왜 안 해 주는 거지’, ‘우리 의견을 듣기는 하는 건가’라는 아쉬움이 생긴다. 조직에서 해 줄 수 없는 이유가 있을 테니 그것을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
조직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기에 그만큼 다양한 생각이 있다. 이게 갈등이 될지, 시너지가 될지에 대한 열쇠는 조직 문화가 갖고 있다. 충분히 소통하고 행동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도가 중요한 이유다. 함께 고민해 보자. 우리 조직은 무엇을 듣고 어디서부터 ‘작은’ 변화를 만들어 볼 수 있을까.
김한솔 HSG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