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중립 대안 ‘수소’…주요 그룹 모두 눈독

2050년 3000조 시장 형성 전망
SK, 밸류 체인 전반 통합 선두 노린다

[스페셜 리포트] 2022년 판을 바꿀 파격 신사업

두산이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22’에서 선보인 연료전지 시스템 트라이젠과 완전 전동식 트랙로더 T7X. 사진=두산 제공



수소는 탄소 배출이 거의 없고 화석 연료 대비 효율이 높아 탄소 중립 시대의 핵심 에너지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탈탄소 흐름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확산으로 수소가 기업들의 미래 먹거리로 부각되고 있다.

기업들이 수소에 주목하는 이유는 파리기후협약의 발효와 함께 각국 정부의 탄소 중립 선언이 이어지고 있고 재생에너지 비율이 높아지면서 에너지 저장·수송 수단으로서 수소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은 저서 ‘수소혁명’을 통해 산업화 시대 초기 석탄과 증기기관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만들었듯이 수소가 기존의 경제·정치·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수소 경제는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산업과 시장을 의미한다. 수소 경제 밸류 체인은 수소 생산-저장·운송-활용으로 구성된다.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시스템에서 벗어나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수소 생태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수소 생산 생태계는 2조5000억 달러(약 2940조원) 규모의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1조 달러가 수소 생산 판매(4000억 달러)와 수송·저장 인프라(6000억 달러)이고 나머지가 수소 모빌리티, 발전·난방 등 수소 활용 시장이다.

10대 그룹 모두 뛰어들었는데…LG만 수소에 관심 없는 이유

한국의 주요 기업들이 수소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수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조 단위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삼성·LG를 제외한 주요 그룹이 수소 신사업에 뛰어들었다.

현대차·SK·두산·포스코·롯데·효성·한화·GS·현대중공업·코오롱 등 주요 그룹이 수소 경제 활성화와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수소 기업 협의체인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을 2021년 9월 출범하고 수소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요 그룹이 미래 먹거리 ‘수소’로 헤쳐모이는 가운데 재계 1위 삼성그룹과 LG그룹은 수소 사업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삼성은 수소와 관련 있는 화학사업을 한화그룹, 롯데그룹에 이미 매각해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업이 거의 없다. 일부 계열사에선 자체적으로 수소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이 한국남부발전 등과 함께 청정수소와 청정암모니아 도입 및 활용을 위한 업무 협약(MOU)를 체결했고,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은 수소 관련 EPC 사업과 수소 연료전지 추진선 개발을 다른 기업과 손잡고 각각 추진하고 있다.

LG는 수소와 연결할 수 있는 사업은 많지만, 범LG가인 GS그룹, LS그룹의 사업 분야와 겹칠 수 있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기업들은 서로의 사업 분야에 침범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다.


그래픽=박명규 기자

18조원 투자해 ‘수소 1위’ 노리는 SK그룹

가장 적극적인 곳은 SK그룹이다. SK그룹은 정유·화학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어 수소 생산부터 공급까지 수소 밸류 체인 전반에 걸친 수소 사업에 최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SK그룹은 2025년까지 약 18조원을 집중 투자해 수소 생산·유통·공급에 이르는 수소 밸류 체인 전 과정을 통합 운영하는 한국 유일의 사업자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는 목표다.

SK E&S는 SK그룹의 수소 사업 비전을 실행하는 주축 계열사다. 추형욱 SK E&S 사장은 SK(주)가 2020년 12월 신설한 수소 사업 전담 조직인 ‘수소사업추진단’도 이끌고 있다. SK의 한국 수소 생태계 조성 전략은 크게 두 가지 단계로 진행된다.

첫째, SK E&S는 액화 수소 3만 톤 생산 체제를 달성하기 위해 약 5000억원을 투자해 액화 수소 생산 기지를 건설한다. SK E&S는 SK인천석유화학단지 내 4만2975㎡(1만3000평)의 부지를 매입해 연 3만 톤 규모의 수소 액화 플랜트를 2023년까지 완공할 방침이다.

액화 플랜트를 통해 수소를 액체 형태로 가공함으로써 수소가 기체 형태로 운송·충전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비효율을 개선하고 안정성을 대폭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에서 부생 수소를 공급받을 예정이다.


수소기업협의체 설립 논의를 위해 2021년 6월 현대자동차·기아 기술연구소에서 회동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사진=한국경제신문


2025년부터는 친환경 블루 수소 대량 생산 체제도 가동한다는 목표다. SK E&S는 연간 300만 톤 이상의 LNG를 직수입하고 있는 한국 최대 민간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자로, SK E&S가 대량 확보한 천연가스를 활용해 보령LNG터미널 인근 지역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25만 톤 규모의 청정 수소를 추가로 생산할 계획이다.

SK는 장기적으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 수소 생산 사업도 추진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수소의 대량 공급 체계를 완성하겠다는 전략이다.

둘째, 25만 톤을 추가 생산하게 되면 SK는 한국에서만 연간 총 28만 톤의 친환경 수소를 생산·공급하는 글로벌 1위 친환경 수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SK는 이러한 사업 경험과 역량을 활용해 중국·베트남 등 아시아에서 수소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SK(주)는 수소 사업 핵심 기술 확보를 통한 글로벌 수소 시장 공략도 병행한다. 이를 위해 수소 관련 원천 기술을 보유한 해외 기업 투자는 물론 글로벌 파트너십 체결 등을 통해 글로벌 수소 사업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중국·베트남 등 아시아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낸다.

SK(주)는 2021년 초 글로벌 수소 시장 선도 기업 플러그파워에 최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고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청록 수소 생산 체제를 구축한 미국 모놀리스에도 투자해 다양한 형태의 청정 수소 생산 옵션과 핵심 기술을 발 빠르게 확보해 나가고 있다.

SK(주)는 모놀리스와 청록 수소, 고체 탄소 등 친환경 산업 원료 수요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한국 합작법인 설립도 추진 중이다.


현대차의 엑시언트 수소 전기 트럭. 사진=현대차 제공


생산-저장·운송-활용
수소 밸류 체인 기업 투자 포인트

수소 경제 밸류 체인 단계별 주요 기업을 살펴보면 생산 단계에서는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을 꼽을 수 있다.

롯데케미칼은 한국 최대 규모의 부생 수소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고 2030년까지 60만 톤의 수소 생산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생산 중인 부생 수소를 기반으로 2025년까지 탄소 포집 기술(CCU)을 활용해 블루 수소 16만 톤도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국 화학업계 최초로 여수 1공장에 기체 분리막을 활용한 CCU 기술 실증 설비도 구축했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사업을 담당하는 큐셀 부문과 수전해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케미칼 부문이 그린 수소를 생산한다는 전략이다. 그린 수소 상용화의 핵심 기술인 수전해 기술 개발을 2023년까지 완료해 2024년부터 상업화한다는 목표다.

저장·운송 단계에서는 효성중공업을 들 수 있다. 효성중공업은 세계 최대 액화 수소 기업인 린데그룹과 합작법인 린데수소에너지(생산)와 효성 하이드로젠(판매)을 설립했다. 효성중공업은 2023년 액화 수소 생산 공장을 완공하고 액화 수소 충전소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활용 단계에서는 현대차(모빌리티), 두산퓨얼셀(연료전지), 포스코(산업공정), 두산중공업(수소 가스터빈)이 앞서나가고 있다. 이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수소 비전 2040’을 통해 2040년을 수소 에너지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하고 2028년까지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 연료전지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 전기차 양산에 성공한 이후 넥쏘 등 수소 전기차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2020년 7월에는 세계 최초 수소 전기 대형 트럭 엑시언트 FCEV 양산을 시작해 대형 차량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현대차는 스위스 현지 합작법인과 엑시언트 수소 전기트럭 1600여 대를 수출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두산퓨얼셀은 인산형 연료전지(PAFC)에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의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 70%를 점유하고 있다. 고체 산화물(SOFC)과 고분자 전해질형 연료전지(PEMFC)로도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포스코는 부생 수소 3500톤을 자체 활용 중이고 탄소 배출 없이 철을 만드는 수소 환원 제철 공정 상용화에 힘을 쏟고 있다. 2030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해 연간 매출 2조3000억원, 생산 50만 톤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50년까지 연간 700만 톤의 수소 생산 체제를 구축해 글로벌 톱10 수소 공급 기업으로 자리 잡겠다는 복안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