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만든 배달 앱 ‘땡겨요’ 이용해 보니

신한은행, 연말 베타 서비스 오픈
수수료 낮고 당일 정산…은행은 상품 개발에 데이터 활용

이용자 확대 못하면 ‘맛스타’ 콘텐츠는 무용지물

[비즈니스 포커스]

그래픽=배자영 기자


결제·배달 정보 등을 기반으로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자영업자와 라이더를 대상으로 한 전용 대출 상품이 나온다면 어떨까.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기획 단계에서부터 애정을 쏟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땡겨요’ 이야기다. 신한은행은 금융권 처음으로 배달 앱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의 혁신 금융 서비스로 인가받고 올해 6월 온라인·오프라인 연계 서비스(O2O) 추진단을 신설해 땡겨요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 12월 22일 땡겨요 베타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내년 1월 14일 오픈할 계획이다.

땡겨요는 서울 광진구·관악구·마포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 등 6개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다. 신한 쏠(SOL)과 안드로이드 기반의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설치할 수 있고 iOS 기반의 앱스토어 설치는 본 서비스 오픈 때 가능하다. 내년 말까지 서울 전역과 경기도 등 약 8만 개의 가맹점을 목표로 서비스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는 1만5000개 정도의 가맹점이 입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은 땡겨요가 데이터 신사업의 기반 역할을 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땡겨요에서 직접적인 수익을 얻기보다 배달 앱 운영을 통해 쌓인 결제 데이터로 혁신적인 금융 상품을 개발하는 데 이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예컨대 땡겨요의 가맹점을 통해 모은 매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용 평가 모형을 고도화해 소상공인을 겨냥한 대출 상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아직 인지도 낮아 주문 자동 취소 현상
이처럼 신한은행이 땡겨요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명확하다. 문제는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충분히 많은 사용자들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미 시장을 선점한 배달 앱들이 충성 고객을 많이 확보하고 있어 가맹점과 소비자를 끌어오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차별점이 있을까. 12월 23일 퇴근 시간, 기자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에서 땡겨요를 이용해 봤다.

일단 땡겨요는 앞서 언급했듯이 배달 앱이다. 음식을 주문하는 기본 구조는 다른 배달 앱을 사용하는 것과 동일했다. 다만 신한은행은 단순히 음식 종류별로 가맹점을 구분하지 않고 ‘맛스타 리뷰’, ‘집밥 같은 혼밥 메뉴’, ‘밥도둑 메뉴’, ‘핵인싸 힙메뉴’ 등 배달 콘텐츠를 분류해 차별화했다.

앱을 실행한 후 첫 화면을 보자 주황색 바탕 위에 별이 그려져 있는 ‘맛스타’ 버튼이 눈에 띄었다. 버튼을 누르면 ‘맛스타 리뷰’ 페이지로 들어가는데 이 공간에서 소비자들이 남긴 리뷰를 볼 수 있다. 리뷰별로 팔로우와 공감 수가 있어 방문자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 신선했다. 마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연상케 했다.

소비자가 리뷰를 통해 주문하면 리뷰 작성자에게 주문 금액의 0.6~1.5%를 포인트로 지급하는 것도 특징이다. 포인트는 앱 내에서 현금처럼 이용할 수 있다. 리뷰 하나 잘 쓰면 하루 끼니 값을 벌 수도 있는 구조인 셈이다.

기자도 찜닭을 주문해 봤다. 잘 쓴 맛스타 리뷰 하나로 쏠쏠하게 포인트를 모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차올랐다. 주문이 많은 저녁 시간대였지만 앱 구동 속도는 느리지 않았다. 그런데 주문 후 4분 뒤 ‘가게 사정으로 주문이 취소됐어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카드 결제가 취소됐다. 다른 가게에서 재주문했는데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매장에 전화해 이유를 물어보니 “갑자기 자동 취소가 됐다”며 “다시 주문하면 바로 접수받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앱 구동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주문이 들어간 후 4분 안에 매장에서 ‘주문 접수 받기’를 누르지 않으면 자동 취소된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땡겨요의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자동 취소된 것이다. 다른 배달 앱도 일정 시간 안에 주문을 받지 않으면 접수가 자동 취소된다. 강남역 처럼 유동 인구가 많고 주문이 밀려드는 저녁 시간대에 매장에선 땡겨요에서 받은 주문보다 기존 배달 앱을 통한 주문을 우선적으로 받았다.

현재 배달 앱 시장에선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 3사가 신속 배달, 멤버십 할인 구독 서비스 등 서비스를 내세우며 이미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신한은행 배달 앱 ‘땡겨요’에서 12월 23일 오후 6시 39분께 ‘찜닭’을 주문한 후 4분 뒤 ‘가게 사정으로 주문이 취소됐어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카드 결제가 취소됐다.

업계 최저 수수료, 빠른 정산 주기 ‘매력’
하지만 인지도가 낮다고 성공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 땡겨요는 베타 서비스만 오픈했을 뿐이다. 이제 막 사용자들에게 알리기 시작한 단계라 반격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신한은행도 초기 시장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비용을 쏟아부으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일단 신한은행은 땡겨요 가맹점에 입점 수수료와 광고비를 받지 않는 것은 물론 업계 최저 수준의 중개 수수료율 2%를 적용할 계획이다. 예컨대 월매출이 500만원인 경우 기존 배달 앱의 평균 중개 수수료 11.4%(결제 수수료 별도)를 적용하면 가맹점은 443만원을 정산 받는다. 반면 땡겨요 앱의 중개 수수료 2%(결제 수수료 별도)를 적용하면 가맹점은 490만원을 정산 받을 수 있다.

소상공인의 자금 회전에 큰 도움이 될 ‘빠른 정산’ 서비스도 제공한다. 땡겨요는 자체 전자 결제 지급 대행 시스템을 구축, 별도 이자 및 수수료 없이 당일 판매 대금을 정산할 수 있도록 했다. 즉 다른 배달 앱에 비해 정산이 빠르고 수수료가 저렴한 게 특징이다.

소비자에겐 첫 주문과 둘째 주문에 사용할 수 있는 5000원 쿠폰(2장)을 제공한다. 최대 1만원까지 주문 금액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앱의 결제 방법에 따라 할인 혜택도 다양하다. 1월부터 땡겨요 앱 등에서 발급할 수 있는 ‘땡겨요 전용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결제 금액의 10%를 마이신한포인트로 적립할 수 있다. 또 결제에 사용할 수 있는 서울사랑상품권을 지역화폐 할인 기준인 10% 할인된 금액에 살 수 있다. 선불 충전과 계좌 결제, 주문 횟수를 반영한 고객 등급에 따라 주문 금액의 최대 1.5%를 땡겨요 포인트로 적립할 수도 있다.

다만 금융권 관계자는 “사장님들은 이미 광고료를 지불한 여러 배달 앱을 쓰는 상태이고 기존 배달 앱의 소비자 결제 혜택이 더 크다. 맛스타도 결국 많은 이용자가 있어야 포인트 혜택을 느낄 수 있는 구조”라며 “금융 상품과 연계해 기존 배달 앱이 선보이지 못한 막강한 한 방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윤여주(가명·34)씨는 “배민, 배민1, 요기요 익스프레스, 쿠팡이츠를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 가게들이 4~5개를 이용한다”며 “소비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배달 앱이 있는데 굳이 새로운 앱을 사용할까 싶다. 당장은 입점 수수료 등을 면제해 줘도 언제까지 공짜일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배달 앱 ‘땡겨요’ 유튜브 광고. 사진=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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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금융 정보 모으는 은행권
최근 은행권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 비금융 정보를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금융 정보를 기반으로 신용 평가 모형을 고도화해 신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다. 이미 주요 시중 은행들은 자영업자와 배민 라이더 등 금융 소외 계층으로 대출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2021년 10월 배달 라이더 전용 소액 신용 대출 상품인 ‘쏠편한 생각대로 라이더 대출’을 선보였다. 12월엔 긱 워커(gig worker)의 긴급 생활 자금을 지원하는 ‘신한 급여 선지급 대출’을 출시했다. 긱 워커는 일정 기간 계약하고 일하는 초단기 노동자를 의미하는데, 배달 라이더들은 긱 워커인 경우가 많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2021년 9월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손잡았다. KB국민은행은 외식업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첫 내 가게 마련 대출’ 상품을 내놓았고 우리은행은 배민 라이더를 대상으로 소득 증빙 없이 최대 300만원까지 대출을 제공한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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