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드라마 제작에 ‘골드 버튼’ 단 증권사, 비상장·글로벌 기업 파헤치는 리서치
[스페셜 리포트] 2021 하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증권사가 보다 더 많은 이들에게 투자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로 대표되는 개인 투자자를 잡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해외 주식과 비상장 기업 등 분석 대상도 확대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K리서치센터’의 요즘 트렌드를 짚었다.
유튜브 채널 강화
언택트 투자 트렌드에 ‘유튜브’로 모여라
“빨간불과 파란불에 울고 웃는 사람들. 그럼에도 사람들은 내일의 희망을 꿈꾼다. 그리고 난 그 사람들을 희망의 길로 안내하는 ‘애널리스트’다.”
웹 드라마 ‘미래의 회사’의 첫 에피소드인 ‘나는 애널리스트다’ 편의 한 대사다. ‘미래의 회사’는 애널리스트를 꿈꾸는 리서치어시스턴트(RA)들의 이야기를 담은 웹 드라마로, 총 5부작으로 구성됐다. 기획·제작·촬영 모두 미래에셋증권으로, 이 회사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매주 연재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첫 방영됐는데 1화의 조회 수만 10만 회가 넘었다. 최근 주목받는 메타버스·전기차 등 투자 트렌드가 담겨 있어 재미와 정보 제공 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콘텐츠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미래에셋증권 유튜브 채널 조회 수는 1월 5일 기준으로 2억 회 돌파를 앞두고 있다. 한국 증권사 유튜브 채널 누적 조회 수 중 가장 많은 수치다. 구독자 수 100만도 가볍게 넘기며 유튜브가 100만 구독자 이상 유튜버에게 제공하는 ‘골드 버튼’을 따냈다.
키움증권과 삼성증권도 골드 버튼의 주인공이다. 특히 키움증권은 같은 날 기준으로 총 123만 구독자를 보유해 증권사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 1위를 자랑한다. 2021년 초 구독자 수가 20만으로 불과 1년 만에 이룬 성과다.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 40분까지 장중 실시간 방송과 주식 초보자를 위한 투자 꿀팁, 키움리서치와 협업을 통한 업종 기업 분석 등이 채널의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비상장 기업 분석
공모주 투자 열기에 리포트 대상 확장
“당사는 동사의 현재 가치를 약 1000억원 이상으로 추정한다.”
신한금융투자 기업분석부가 지난해 10월 펴낸 비상장사 ‘카사코리아’ 기업 분석의 한 내용이다. 공모주 투자 열기에 이어 비상장 주식으로 선행 투자에 나서는 개인투자자들이 늘면서 증권사 역시 비상장 기업 분석에 역량을 강화하고 나섰다.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 등은 관련 팀을 신설하고 보고서 발간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비상장 기업 관련 두 개의 리포트를 발간해 화제를 모은 신한금융투자는 장외 시장에 대한 고액 자산가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 전문적인 분석을 통해 기업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초기 비즈니스 모델이 좋은 기업들을 알리는 역할로 차별화할 예정이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기업분석부 비상장·벤처팀장은 “앞으로 모든 분야의 비상장·벤처기업 분석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이 과정에서 전 기업분석부 애널리스트들도 함께 참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KB증권은 2021년 유망 비상장 기업 분석을 위해 신성장기업솔루션팀을 신설했다. 전자 상거래·모빌리티·핀테크·바이오·그린 에너지 등 성장 산업의 우량 비상장 기업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투자증권과 DB금융투자 등 다른 증권사 역시 비상장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 반열에 합류한 ‘당근마켓’을 분석한 리포트를 펴내 화제를 모았고 DB금융투자는 2019년부터 업계 최초로 비상장 기업을 전담하는 애널리스트를 두고 비상장 기업 분석 리포트를 발간하며 업계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당시만 해도 파격적인 결정으로, 장외 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리서치센터 차원에서 비상장 기업을 전문적으로 분석하고 관련 기업 정보와 풀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 통한 것이다.
글로벌 기업 분석 강화
분석 기업 수 늘리고 투자 정보 강화
‘서학개미’ 고객을 잡기 위한 리서치센터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글로벌 기업 분석을 강화해 해외 주식 투자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리서치센터의 전문성을 활용한 길잡이가 해외 주식 투자자는 물론 노후를 준비하고자 하는 이들 모두를 사로잡고 있다.
선두 주자는 미래에셋증권이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는 2020년 6월부터 글로벌 유망 종목을 다룬 보고서를 펴내 각 기업의 실적 전망치와 목표 주가 등을 제공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에서도 글로벌 주식과 관련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양질의 콘텐츠로 ‘서학개미’를 그러모으고 있다.
정우창 미래에셋증권 글로벌기업분석팀장은 “리서치 애널리스트 조직을 기존 업종 위주에서 모빌리티·인공지능(AI)·로보틱스 등 테마 위주로 재배치하는 등 글로벌 장기 혁신 테마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홍콩·베트남·인도네시아·인도 등 현지법인 리서치와 협업해 아시아 주요 기업을 통합 분석한 자료를 홍콩·싱가포르 등 해외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다른 증권사 역시 해외 기업 리서치를 늘리고 있다. 이전에는 해외 빅테크 기업의 리서치 정도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분석 기업 수가 늘어나고 대상 기업 역시 다양해지는 추세다.
NH투자증권은 홍콩·중국 주식 관련 리서치를 강화했다. 리서치센터에서 정기적으로 ‘지금 중국은’ 자료를 발간하며 반기 단위로 중국 산업과 기업 분석 자료를 제공할 예정이다.
ESG 강화
ESG팀 설치와 관련 인덱스 개발 나서
금융 시장의 새 기준으로 자리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또한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놓칠 수 없는 블루오션이다. ESG를 위한 전담 부서 신설은 기본이고 ESG 인덱스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 중이다.
KB증권은 2021년 초 리서치센터 기업분석부에 ESG솔루션팀을 신설했다. 현재는 소수 인원이 활동하고 있지만 올해 규모를 확대해 해외 기업들의 ESG 실천 사례와 경영 정책 등을 소개할 계획이다.
삼성증권은 증권업계 최초로 2020년 11월 자사 리서치센터 내에 ESG연구소를 설립했다. ESG연구소에서는 ESG 관련 자문은 물론 관련 리포트도 발간하는데, 특히 글로벌 ESG 평가 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리서치 역량 강화에 나섰다. MSCI와 제휴해 한국 유가증권시장 상위 40개 기업에 대한 ESG 데이터를 수치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ESG 전담 인력을 구성했고 키움증권도 리서치센터 내에 ESG 담당자를 선정하고 섹터별 애널리스트와 협업해 ESG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2019년 한국 증권사 중 처음으로 ESG 리포트를 발간했다. 현재는 모든 기업 분석 자료에 ESG 인덱스와 이슈 관련 내용을 심층적으로 기재해 투자자들에게 보다 많은 ESG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앞으로도 애널리스트의 전문성을 활용해 분석 대상 기업과 분석의 깊이를 더해 갈 예정이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