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체제 전환…철강 꼬리표 떼는 포스코

1월 28일 주총에서 물적 분할 확정…2차전지·수소 앞세워 친환경 소재 기업으로

[비즈니스 포커스]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사진=포스코


포스코그룹이 2000년 민영화 이후 22년 만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 포스코를 물적 분할해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존속법인)와 철강 사업회사인 포스코(신설법인)로 나누는 방식이다. 철강사의 꼬리표를 떼고 2차전지와 수소 등 친환경 소재 기업으로 변화하기 위한 조치다. 포스코는 1월 28일 임시 주주 총회를 열고 이 같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 승인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한다.

지주사를 상장사로…사업회사는 비상장 원칙

포스코의 지주회사 체제는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를 상장사로 유지하고 철강 사업회사 포스코는 비상장사로 물적 분할해 지주사가 100% 소유하는 구조다. 포스코홀딩스가 포스코·포스코케미칼·포스코에너지·포스코인터내셔널·포스코건설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는 형태다.

포스코그룹은 특히 포스코는 물론 향후 지주사 산하에 새로 설립될 신사업 법인을 상장하지 않기로 했다. 물적 분할한 자회사를 상장하는 ‘분할 후 상장’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조치다. 포스코는 이와 관련해 최근 정관에 ‘특별 결의’ 조건을 추가하면서 비상장 계획을 분명히 했다. 신설 철강 사업회사 포스코의 정관에 제9조를 신설했다고 1월 4일 공시했다. 제9조는 ‘포스코가 상장하고자 하는 경우 사전에 포스코홀딩스의 주주 총회 특별 결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포스코는 지주사 체제 전환에 앞서 자사주 소각과 함께 배당 정책을 강화하는 주주 친화 방안도 제시했다. 포스코는 보유 중인 자사주의 일부 소각을 연내 추진하기로 했다고 1월 5일 공시했다. 또한 올해까지 현재 중기 배당 정책 기준인 지배 지분 연결 순이익의 30% 수준을 배당하는 방안을 유지하고 이후 기업 가치 증대를 고려해 최소 주당 1만원 이상을 배당하기로 했다.

증권가는 포스코의 지주사 체제 전환 방침에 긍정적 반응을 내놓고 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물적 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은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사업회사의 비상장 체제에 대한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 등의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리튬·니켈·수소 등 신사업의 가치가 재평가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분할을 전후로 그룹 차원의 공격적 신사업 추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걸림돌은 남아 있다. 기업 분할 안건은 주총에서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과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포스코 지분 9.75%를 보유한 최대 주주 국민연금과 5.23%를 가진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 기관투자가들의 ‘표심’이 지주사 체제 전환의 성공 여부를 결정 지을 전망이다.



2030년 기업 가치 3배 이상 확대 목표

사진=최정우 포스코 회장 /포스코 제공


포스코는 지주사 체제를 기반으로 성장을 가속화해 기업 가치를 2030년까지 현재의 3배 이상으로 높인다는 목표다. 철강을 비롯해 2차전지 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건축·인프라, 식량 등 7대 핵심 사업을 중점 육성해서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포스코의 지주회사 체제는 그룹 차원의 균형 성장을 견인할 가장 효율적인 기업 지배 구조 모델”이라며 “각 사업회사는 본업의 전문성 강화에 집중하고 지주사는 성장 전략 수립 등을 통해 그룹 차원에서 더 크고 견실한 성장을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홀딩스는 단순히 자회사를 관리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고 그룹의 미래 신사업 발굴과 사업·투자 관리를 전담한다. 그룹의 성장 전략을 수립하고 미래 사업 테마를 발굴해 인수·합병(M&A) 등의 신사업을 추진하는 사업 포트폴리오 개발자 역할을 수행한다. 그룹 사업의 진단·평가를 바탕으로 육성 또는 구조 조정의 방향을 설정하는 등 시너지 기회를 발굴할 계획이다. 그룹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전략 수립과 탄소 중립 로드맵도 이끈다.

포스코의 주력인 철강 사업은 친환경 생산 체제 기반 구축, 프리미엄 제품 판매 강화, 해외 투자 확대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목표다. 철강 산업을 둘러싼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에서는 2030년까지 사회적 감축 10%를 포함해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 총 20% 절감을 목표로 2조원을 투자해 탄소 중립 생산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낸다. 해외에서는 2030년까지 12조원을 투자해 510만 톤의 조강 능력을 2310만 톤으로 확대하고 영업이익률을 7%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그린 스틸’ 생산 등 친환경 경쟁력을 보유한 지역을 중심으로 원료·에너지 파트너사와 협력 체제를 구축해 글로벌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2차전지 소재와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등 미래 사업에도 속도를 낸다. 2차전지 소재 사업은 양·음극재 생산 능력을 대폭 끌어올려 글로벌 톱 티어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양극재는 한국과 중국에서 배터리 회사를 공략한 생산 기지 집적화를 추진하고 미국에서는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을 통해 대규모 공장을 설립하는 등 생산 능력을 2030년 연 42만 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음극재는 흑연계에서 글로벌 리딩 경쟁력을 유지하고 실리콘계 사업에 진출해 2030년 26만 톤의 생산 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2차전지 소재의 원료인 리튬과 니켈 사업은 자체 보유한 광산·염호와 친환경 생산 기술을 통해 2030년까지 리튬 22만 톤 등의 생산 능력을 갖춘 글로벌 톱 제조사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리튬은 포스코가 2018년 확보한 아르헨티나 염호와 호주 필바라의 광산 지분을 통해 공급 체계 구축을 지속한다. 니켈은 2030년까지 광석 기반 11만 톤, 리사이클링 추출 3만 톤으로 총 생산 능력 14만 톤을 확보할 방침이다.

수소 사업에는 2030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해 연매출 2조3000억원, 생산 50만 톤 달성을 목표로 한다. 이후 20년간 사업을 고도화해 2050년까지 연 700만 톤의 수소 생산 체제를 구축해 글로벌 톱10 수소 공급 기업으로 자리 잡는다는 포부다.

포스코는 에너지 분야에서도 액화천연가스(LNG)·암모니아·신재생에너지 등 수소 경제와 연계한 사업을 확대한다. 광양에 LNG 터미널 2단계 증설 사업을 진행하는 한편 당진 등에도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LNG를 생산하는 탐사·생산(E&P) 사업은 미얀마 가스전 추가 개발과 함께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에서의 탐사 자산 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건축·인프라 분야는 2030년 친환경 수주액 4조3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제로 에너지 빌딩, 모듈러 건축 등 친환경 분야의 수주를 확대하기로 했다. 수소 생산 플랜트와 그린 뉴딜 연계 해상 풍력 플랜트 사업도 확장할 계획이다.

식량 사업은 2030년 매출 10조원을 목표로 우크라이나와 북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밸류 체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한 국제 환경 인증을 기반으로 환경 이슈가 야기되지 않은 팜 농장 인수 혹은 팜유 정제 사업 진출을 추진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과거에도 수차례 지주사 전환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경험해 보지 못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현시점이야말로 경영 구조 재편의 최적기라는 이사회의 공감대가 있었다”며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그룹의 지속 가능한 성장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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