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상상인증권 디지털전략실장 “증권사 한계 넘어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 준비”
[인터뷰]최근 금융권에는 두 가지 큰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빅블러(big blur)다. 디지털에 친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소비의 주측으로 떠오르며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에 불을 댕기고 있다. 업종과 업태별 경계가 흐려지는 빅블러로 빅테크(대형 IT 기업)는 금융업에, 기존 금융사는 생활 플랫폼에 도전하는 등 산업 패러다임이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상상인증권도 새로운 물결에 대응하며 반격의 채비에 나섰다. 회사는 2019년 그룹사에 편입된 후 2020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2021년 3분기 74억8000만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젠 디지털 전환을 화두로 내걸고 ‘재미’와 ‘유익함’을 탑재한 플랫폼 비즈니스를 새롭게 구축해 퀀텀 점프에 성공하겠다는 포부다. 디지털 전환을 이끌 김도형 상상인증권 디지털전략실장(상무)을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만났다.
그는 “상상인 금융그룹과의 시너지를 통해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고 증권사라는 사고의 한계를 깨뜨리며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 회사를 넘어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에서 디지털 전환은 어떻게 이뤄지나.
“디지털 전환이란 용어는 4~5년부터 나왔지만 예전에 없던 단어는 아니다. 온라인 사업, e비즈니스 등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 어쨌든 1차적인 의미는 비대면화다. 기업으로선 인공지능(AI) 등으로 자동화에 성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고 소비자로선 편의성이 높아지는 형태다. 혁신은 가죽을 벗겨 새로 입힌다는 의미인데, 기존 시스템이 구축돼 있는 전통적인 금융권에서의 디지털 혁신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증권업계에선 온라인 증권사가 생긴 지 20년 가까이 됐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할 때 다른 부분은 모바일의 유무다. PC를 이용하는 것과 모바일을 이용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24시간 365일 업무 처리가 가능해졌다.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나 증권 업무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너도나도 모바일 퍼스트를 외치면서 수많은 경쟁자들을 따돌릴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한데, 경계를 허무는 사고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IT 기반의 빅테크들은 상상의 한계없이 확장하면서 금융업에까지 진출해 기존 플레이어들을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 반면 아직도 전통 금융사들은 기존 비즈니스에 제한을 두는 등 상상의 한계선을 긋는 모습이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뭔가.
“인재 확보다.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려면 반드시 디지털 감각과 사고를 탑재한 인력이 풍부해야 한다. 여기엔 개발 인력은 물론 디지털 환경에 알맞은 기획자와 마케터 등도 포함된다. 장기적으로 디지털 관련 인력이 전체 인력의 20% 정도는 돼야 업계를 선도할 수 있는 디지털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기획자와 마케터는 왜 필요한가.
“디지털 부서는 더 이상 단순히 개발하고 관리하는 부서가 아니다. 증권사의 ‘간판’ 역할을 하는 부서다. 과거엔 영업점을 통해 계좌를 개설했지만 이젠 모바일로 계좌를 개설하는 수가 훨씬 많아졌기 때문이다. 결국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접하는 디자인이 회사의 이미지가 되는 셈이다. 상상인증권이 디지털전략실에서 확보하고 싶은 기획자와 마케터는 금융권 종사 이력보다 디지털 세계에서 회사의 ‘얼굴’을 새롭게 뽐내게 해줄 아이디어가 있는 이들이다.”
금융권의 IT 인재 모시기가 한창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별한 전략이 있나.
“한국은 과거에도 능력 있는 개발자를 금융사에 영입하기 어려웠다. 규제가 많은 금융권에서 마음껏 기술력을 내보이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카카오뱅크나 토스 등 스타트업의 성공 신화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IT 인력들이 회사를 선택할 때 기준으로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추가한 것이다.
그렇다고 안정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본다. IT 인재들에게 ‘안정적인 금융 그룹 내에서 스타트업을 해보자’고 제안해 본다. 상상인증권은 ‘안정성’과 ‘꿈’ 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기업이란 점을 강조하고 싶다.”
스타트업 규모는 이미 넘지 않았나.
“디지털전략실은 사내 벤처의 개념으로 생각하면 된다. 스타트업처럼 유연한 조직으로 운영하고 열정을 다해 일하자는 마음으로 출발하겠다는 각오다. 유능한 IT·디지털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유연한 조직 문화, 탄력 근무 등 유인책도 내놓고 있다. 예컨대 올해부터 매주 금요일 임원급은 오후 3시, 일반 직원들은 오후 3시 30분에 퇴근하도록 하고 있다. 이때 ‘컴퓨터 전원을 끄고 행복한 주말을 찾아 떠나자’는 퇴근송도 나온다. 상상인그룹의 경영 이념처럼 ‘출근하고 싶은 회사’가 되도록 하겠다는 노력의 일환이다.”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상상인증권은 흑자 전환 이후 지속적인 수익 실현을 통해 경영 안정화를 도모하고 있다. 올해부터 선도 기업으로 가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도 계획하고 있다. 디지털전략실 신설 역시 상상인증권이 도약하기 위한 투자 경영의 일환이다. 디지털전략실에선 IT 개발은 물론 디자인·마케팅·플랫폼 신사업 등 다방면으로 준비 중이다.”
단기·장기 계획은 세웠나.
“단기적으로 상상인증권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부족했던 IT 인프라를 강화하고 디지털 전환을 위한 체질 개선에 주력해 상상인증권의 혁신 기차가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레일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
또한 중요한 신사업으로 ‘새로운 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증권 비즈니스에 국한되지 않고 고객들이 머무르며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기획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플랫폼 신산업을 통해 상상인증권을 포함한 상상인그룹 전체 비즈니스와의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룹사, 그리고 같이 일할 스타트업과의 협력이다.”
미래에셋증권 등 대형사와 비교해 어떤 강점이 있나.
“디지털 혁신이라는 물결로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는 몸집이 큰 대형 증권사보다 상상인증권과 같이 몸집은 작지만 유연한 조직 문화를 가진 회사들이 유리하다. 대형사들은 이미 방대한 규모의 디지털 자산을 구축했고 조직 내 의사 결정 구조 또한 복잡해 적극적인 변화를 도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상상인증권은 디지털 혁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도전에 돛을 올렸다. 금융사뿐만 아니라 IT 업체들에도 도전이 되는 좋은 혁신 사례를 만드는 게 목표다.”
과거와 현재를 비교할 때 가장 주목할 것은 뭔가.
“전 세계적으로 현재 업종을 불문하고 디지털 전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미국 초대형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IT, 컴퓨터 소프트웨어, 금융 서비스로 분류하고 관련 IT 인력들을 대거 채용하고 있다. 한국에선 설립된 지 몇 년 되지 않은 IT 기반 스타트업의 회원 수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형 금융사의 고객 수를 앞지르고 있다. 과거 금융사는 오프라인 인프라, 즉 영업점의 확대를 통한 성장이 주요 전략이었다면 현재는 온라인·디지털을 통한 빠른 성장이 가능해진 것이다. 기존 영업점 기반의 대면 비즈니스 시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성과다. 비대면과 디지털의 힘이다. 다시 말해 고객에게 새로운 혁신적인 경험을 제공한다면 누구나 단기간에 톱티어에 도달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상상인’ 사명에는 ‘상상으로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는 다른 의미로 혁신과도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디지털을 통해 소비자 경험을 다양하게 하고 편의성을 높이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 상상인증권 디지털전략실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