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GS25, 차별화 서비스·상품 앞세워 경쟁사들 따돌려…대체 불가능한 오프라인 플랫폼으로 ‘우뚝’
[스페셜 리포트]‘약 4만8000개.’ 현재 전국에서 운영 중인 편의점 수는 이같이 추산된다. 매년 편의점 수가 급증하며 5만 개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그중 절반 이상이 GS25와 CU라는 사실이다. ‘온라인’이 유통업계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됐지만 이 두 업체의 성장세는 꺾일 줄 모른다.
상품과 서비스 혁신을 앞세워 끊임 없이 점포를 변화시켜 나간 것이 비결로 꼽힌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대체 불가능한 오프라인 플랫폼으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올해도 이들의 성장은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300여 개의 다양한 상품들을 원하는 기간 동안 사용해 보세요.”
1월 17일 찾은 서울 선릉역에 있는 편의점 CU의 BGF리테일 사옥점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문구다. 직영으로 운영 중인 이 점포에서는 CU가 1월부터 ‘픽앤픽’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인 렌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가의 발광다이오드(LED) 마스크와 헤어드라이어, 스피커 등 다양한 제품들을 필요한 만큼 빌릴 수 있다. 50만원에 육박하는 다이슨 헤어드라이어 제품은 하루 1800원의 사용료를 내면 대여할 수 있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각각의 상품 아래 부착된 QR코드를 카메라로 스캔한 뒤 기간을 선택하고 결제하면 현장에서 직원에게 바로 물건을 인도받을 수 있다.
1년 이상 장기간 상품을 빌려야 하는 기존의 렌털 상품들과 달리 단기 렌털(최소 3일)이 가능한 것이 이 서비스의 가장 큰 강점인데, 이런 부분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점포에서 약 1km 떨어진 곳에는 경쟁사인 GS25가 운영하는 와인 특화 점포(역삼홍인점)가 들어서 있다. 와인 열풍이 부는 추세를 감안해 기존 점포를 리모델링해 지난해 2월 재오픈한 곳이다.
내부는 주류 전문 매장을 방불케 했다. 진열돼 있는 와인에 손을 올리면 해당 제품이 가진 맛의 특징과 원산지 등을 알려주는 키오스크까지 구비해 와인 입문자들도 직원의 도움 없이 쉽게 수매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돋보였다. 와인뿐만 아니라 로얄 살루트 21년산과 같은 수십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수입 양주들도 구매할 수 있다.
세븐일레븐·이마트24·미니스톱 등을 제치고 GS25와 CU는 편의점업계의 양강 체제를 굳건하게 다진 상태다. 편의점의 점유율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점포 수에서도 잘 나타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GS25와 CU의 점포 수는 각각 1만5000개를 돌파해 세븐일레븐(약 1만1000개), 이마트24(약 5800개), 미니스톱(약 2600개) 등을 압도하고 있다.급변하는 소비자 트렌드 파악해 혁신두 업체는 급변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빠른 서비스와 상품을 혁신하며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벌릴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날 찾은 두 점포는 양 사가 그동안 진행해 온 다양한 서비스와 상품 혁신들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장소라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CU의 BGF사옥점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단연 픽앤픽 서비스다. 상품을 구매하는 것 대신 대여하는 고객들이 급증하는 추세를 반영해 1월부터 픽앤픽이라는 이름의 렌털 서비스를 개시했다.
배경은 이렇다. 정수기·비데·공기청정기 등을 넘어 최근에는 ‘대여하지 못하는 상품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렌털 시장이 커지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렌털 시장 규모는 지난해 40조원을 돌파했고 2025년에는 1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CU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렌털 고객들을 사로잡겠다는 목표로 해당 서비스를 선보였다.
GS25도 마찬가지다. 와인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해 업계에서 처음으로 대규모 와인 특화 점포를 지난해 만들었다. 그 무엇보다 주류는 온라인 구매가 불가능한 만큼 향후 이런 형태의 점포를 늘리며 애주가들을 그러모아 한국 최고의 주류 플랫폼에 도전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MZ세대 겨냥한 PNB로 매출 견인 이 밖에 두 점포는 다른 경쟁사들이 갖고 있지 않은 수많은 무기들을 앞세워 소비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CU의 BGF사옥점에는 작은 사무 공간이 마련돼 있다.
2015년 원룸촌·대학가·주택가를 중심으로 도입해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는 ‘무인 복합기 서비스’가 주인공이다. 편의점에서도 간단한 문서 업무와 출력까지 처리할 수 있도록 구축했다.
그 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현재 CU의 무인 복합기 서비스는 점포당 월 최대 이용 건수가 1만8000여 건에 달한다. CU가 제공하는 생활 서비스는 20여 개다. 무인 복합기 서비스는 그중 택배에 이어 둘째로 높은 이용률(운영점 기준)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주택가에 있는 일부 점포에서는 해당 서비스를 통해서만 월 220만원에 달하는 추가 매출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CU 관계자는 “서비스 이용 고객의 약 78.8%가 추가로 상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나 집객 효과도 높다”고 설명했다.
GS25 역삼홍인점은 냉장 택배 보관함 서비스인 ‘박스25(BOX25)’가 눈에 띄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한 신선 상품을 냉장 상태로 편의점에서 찾아 갈 수 있게 한 서비스다. 고객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냉장 신선 식품을 구매하고 픽업 장소를 GS25 점포로 선택하면 원하는 시간에 찾아 갈 수 있다.
냉장 택배 상품이 GS25에 도착하면 고객에게 도착 알림 문자와 함께 QR코드와 비밀번호가 전송된다. 고객은 BOX25에 설치된 스캐너에 전송받은 QR코드를 갖다 대거나 비밀번호 여섯 자리 숫자를 입력해 상품을 찾아 갈 수 있다.
BOX25는 2020년 3월 서비스를 론칭했는데 현재 샐러드 배송 업체인 프레시코드와 GS프레시몰·DHL 등 다양한 기업들과 제휴하고 있다. 소비자의 반응이 좋아 2025년까지 3000개 편의점에 이를 구축할 계획이다.
다양한 서비스와 함께 PNB(Private National Brand) 제품들의 활약도 두 업체의 매출 견인차 역할을 하는 강력한 무기로 꼽힌다. PNB는 제조사가 생산한 제품을 특정 유통 업체에만 공급하는 것을 뜻한다.
CU가 지난해 곰표와 수제 맥주 업체 세븐브로이가 함께 만들어 판매 돌풍을 일으킨 ‘곰표 밀맥주’가 여기에 속한다. CU는 이후에도 말표·해표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해 수제 맥주 후속작을 선보이고 있다. 또 TV 프로그램 ‘편스토랑’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제품들도 실제로 출시하며 모객 중이다.
GS25 또한 비슷한 방식으로 수제 맥주·도시락·제과 제품 등을 선보이고 있다. 수제 버거 전문점 다운타운버거와 함께 만든 스윙칩을 비롯해 인기 맛집 금돼지식당과 함께 도시락을 선보여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었다.
노은정 동국대 산학협력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배송이 빨라지더라도 편의점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다. 급하게 생필품이 필요할 때 소비자들은 집 앞에 있는 편의점을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는 서비스나 PNB 상품까지 갖춰 편의점은 대체 불가능한 오프라인 플랫폼이 됐다.”
노 교수는 이어 “이런 부분을 감안할 때 앞으로 편의점들의 성장세가 가파르지는 않더라도 꾸준하게 우상향을 이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