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3.0, 플랫폼 기업의 독점 깰수 있을까

엘론 머스크 "아직은 마케팅 용어에 불과" 지적...블록체인·NFT가 탈중앙화 해법 될 수도

[테크 트렌드]



작년 12월 말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미국에서 작은 투자 계획이 발표됐다. 바로 이더리움(Ethereum) 확장 개발 플랫폼인 폴리곤(Polygon)과 레딧의 공동 창업자인 알렉시스 오하니안의 벤처캐피털 회사인 세븐세븐식스(Seven Seven Six) 간의 투자 계획이다.

이 두 회사는 웹 3.0 소셜 미디어와 게임 스타트업을 위해 2억 달러(약 2400억원)의 투자 계획을 공동으로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이 추진하는 서비스는 간단하게 말해 이용자가 서비스 운영에 참여하고 그에 따라 보상을 받는 분산형 웹 서비스이자 탈중앙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다.

오하니안 창업자는 세븐세븐식스 투자 계획에 대해 웹 3.0 초기 단계에서 확실한 비즈니스 기회인 게임과 SNS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폴리곤 측에서도 “웹 3.0의 원동력은 플랫폼보다 사용자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더 나은 인터넷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규모로 보나 서비스 유형으로 보나 사실 그리 주목을 끌 만한 투자 발표는 아니었다. 오히려 이번 투자가 주목을 받은 것은 트위터의 공동 창업자이자 미국 간편 결제 업체인 블록(Block)의 잭 도시 대표와 테슬라의 창업자 엘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공개적으로 웹 3.0을 비난하는 시기에 나왔기 때문이다.웹 3.0 실체에 대한 논쟁 가열웹 3.0에 대한 논쟁은 도시 대표가 미국 래퍼 가수인 카디 비(Cardi B)의 트위터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웹 3.0은 진정한 의미에서 탈중앙화돼 있지 않고 웹 3.0의 소유자는 사용자인 ‘우리’가 아니라 ‘벤처캐피털과 유한 책임 투자자(LP)’의 것이라고 주장했다.

머스크 CEO도 웹 3.0 논쟁에 합류했다. 그는 웹 3.0을 본 사람이 있느냐고 물으며 웹 3.0은 단지 마케팅 용어에 불과하다고 그 의미를 평가 절하하고 나섰다. 특히 이 두 사람은 미국의 대표적 벤처캐피털인 앤드리슨호로위츠(a16z)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웹 3.0 논쟁에 불을 지폈다.

이에 대해 웹 3.0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진영에서 즉각적인 반론이 나왔다. 웹 3.0 프로젝트인 EPNS(Ethereum Push Notification Service) 공동 설립자인 해시 라제트는 도시 대표의 주장에 대해 일부 동의한다면서도 웹 3.0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는 상당 부분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를 예로 들며 EPNS는 기본적으로 커뮤니티가 지분의 대부분(53%)을 소유하고 있는 반면 투자자의 지분은 20%에 불과하기 때문에 투자자가 네트워크를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웹 3.0 기반의 벤처캐피털은 토큰 판매, 에어드롭, 채택 장려, 네트워크 리소스 제공 비용 지불 등을 통해 웹 2.0 스타트업에 비해 소유권 지분이 더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a16z의 파트너 크리스 딕슨도 “웹3.0에서는 모든 코드와 데이터·소유권이 오픈 소스이고 벤처캐피털들은 거의 소유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도대체 웹 3.0이 무엇이기에 이러한 논쟁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러한 논쟁의 본질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웹의 진화 단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1990년대 들어 인터넷과 함께 주로 웹 페이지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언어인 하이퍼텍스트 마크업 언어(HTML), 하이퍼텍스트 전송 프로토콜(HTTP), 통합 자원 식별자(URL) 기술을 통해 검색 같은 웹 1.0 서비스가 등장했다.

초기 형태의 웹은 정적 웹페이지를 단순히 보여주는 수단 이상을 제공하지 않았다. 따라서 웹 1.0은 이용자를 연결한다는 점에서는 혁신적이었지만 사용자 간 상호작용이 거의 없고 제한된 정보 제공만 가능했다.

2000년대 들어 개방·참여·공유라는 기치하에 사용자가 직접 정보를 생산하고 양방향으로 소통하고 참여하는 웹 2.0 시대를 맞이했다. 웹 2.0의 대표적인 서비스로는 블로그·지식백과·사용자 제작 콘텐츠(UCC)가 있다. 특히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면서 애플리케이션(앱)이 브라우저를 대체했고 소셜 미디어와 전자 상거래의 등장은 우리 생활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 왔다.

이에 비해 웹 3.0은 상황 인식과 개인 맞춤형 추천 서비스 중심이고 ‘우리’보다 ‘나’에 맞는 정보와 지식을 제공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따라서 웹 2.0이 데이터와 정보 중심의 상호 작용이라면 웹 3.0은 맥락이나 상황에 맞는 추천과 개인화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개인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분산화된 방식으로 데이터를 상호 연결하는 미래 인터넷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웹 3.0 시대에는 대부분의 앱이 이더리움 같은 P2P 네트워크에 구축된 댑(DApp : 분산 애플리케이션)으로 대체된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면 웹 1.0은 읽기(read)만 가능했다면 웹 2.0은 읽기와 쓰기(read-write) 모두 가능하다. 즉, 상호 작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웹 3.0은 읽기와 쓰기에 덧붙여 ‘소유’라는 개념을 추가(read-write-own)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웹 2.0과 웹 3.0 관련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웹 2.0을 통해 거대 기술 기업으로 성장한 플랫폼 사업자들이 독과점적인 시장 지배력과 개인 정보를 남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위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이라고 불리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웹 생태계를 장악하면서 플랫폼 생태계 안에서 사용자들의 표현의 자유마저 통제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물론 웹 2.0 시대에도 개인 정보를 강화하고 이용자에게 통제권을 주기 위해 기존 서비스 대신 분산형 서비스를 구축하려는 프로젝트들이 진행된 바 있다. 예를 들어 2010년 페이스북(현 메타)의 정보 보호 정책에 반기를 들고 설립된 디아스포라(Diaspora)나 지앤유소셜(GNU Social) 그리고 마스토돈(Mastodon) 같은 분산형 오픈 소스 SNS가 그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웹 2.0의 폐해를 해결하기에는 버거워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웹 3.0은 기존 웹 2.0 서비스에 대한 거대 기술 기업들의 통제와 감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웹 3.0이라는 용어를 만든 이더리움의 공동 창업자 개빈 우드가 웹 3.0은 “새로운 글로벌 디지털 경제를 일으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시장을 창출하고 거대 플랫폼의 독점을 타파할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한국경제 DB
웹 3.0 구현을 위한 선결 조건들웹 3.0에 대한 이러한 낙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의미에서 웹 3.0이 실현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웹 3.0을 표방하고 추진하는 많은 프로젝트들이 머스크 CEO의 말처럼 무늬만 웹 3.0인, 다시 말해 웹 2.0과 다를 바 없는 여전히 중앙 집중화된 형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 집중화와 소유 주체에 대한 문제는 웹 3.0이 웹 2.0을 넘어 더 진화된 데이터 개인 정보 보호 및 사용자 주권을 제공하기 위해 반드시 선결돼야 하는 필수적인 문제다. 중앙 집중화인 웹 2.0과 달리 웹 3.0은 분산·개인·보안이 중심이 되는 진화된 웹 생태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의미의 웹 3.0 시대가 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그 무엇보다 웹 콘텐츠에 대한 중앙 통제 기관이 없고 콘텐츠 창작에 대한 보상과 사용자의 정보와 데이터 소유권 그리고 플랫폼 간 단일 아이디(ID)로 이동 등이 가능한 환경이 전제돼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블록체인의 등장은 진정한 탈중앙화와 분산화를 꿈꾸는 이용자들에게 구세주와 같은 기술로 여겨지고 있다. 블록체인과 블록체인 기반의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분산형 금융(DeFi), 분산형 자율 조직(DAO)에 따라 중앙 집중화와 소유권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머신러닝, 시멘틱 웹 같은 지능형·개인화 기술 요소들이 통합된다면 웹 3.0은 어느 정도 결실을 보지 않을까 기대된다.

심용운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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