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가치 평가(2)…정량적 분석으로 내재 가치 이해해야 정성적 분석도 가능
[비트코인 A to Z]암호화폐 가치 평가의 중요성과 방법론 #2
암호화폐 시장은 해가 갈수록 기관투자가의 유입이 증가하고 스마트 머니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가격 변동성이 줄어드는 효율적인 시장으로 수렴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미리 정량적 가치 판단을 스스로 해낼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이고 널리 알려진 밸류에이션 방법을 소개한다. 밸류에이션은 크게 절대 가치 평가와 상대 가치 평가 등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1편에 이어 이번엔 상대 가치 평가를 소개한다.PER로 보는 밸류에이션 암호화폐 시장은 아주 극초기 시장으로, 효율적이지도 못하고 희열과 공포가 오가는 비이성적인 시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시장 가격이 기껏 절대 가치 평가 방식으로 계산해 낸 내재 가치에 수렴하지 않거나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따라 틀린 계산 값으로 전락해 버릴 수 있다.
암호화폐와 같은 극초기 시장에서는 상대적 가치 평가가 보다 안정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물론 비교 대상을 포함해 모두가 함께 버블 혹은 대공황 상태에 빠질 때는 비교의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다.
특정 자산의 현재 가치를 살펴볼 때 사람들은 가장 먼저 시가 총액을 먼저 보게 된다. 하지만 시총은 단순히 해당 자산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크기만 알 수 있는 정보에 지나지 않는다. 시총만으로는 해당 자산이 현재 고평가돼 있는지, 저평가돼 있는지 알 수 없다. 따라서 기준점이 필요하다.
기준점은 무엇으로 잡을까. 당연히 ‘이 자산이 돈을 얼마나 버는가’라고 할 수 있다. 이 수치와 함께 시총을 비교해 보면 좀 더 합리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시총 대비 이익을 계산하기 위해 ‘주가수익률(PER)’을 가장 기본적으로 사용한다. 대표적인 지수의 PER을 파악하면 현재 분석하고 있는 자산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집중받고 있는지(고평가) 혹은 관심이 없는지(저평가)를 가늠할 수 있다.
반면 이렇게도 이해할 수 있다. PER이 높다는 것은 주가(분자)가 내리는 것이 아니라 이익(분모)이 증가함으로써 PER이 하락해 적정 숫자로 회귀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받고 있다는 것일 수 있다.
암호화폐에서는 이익은 감소하지 않았지만 과도한 토큰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자산 1개당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낮아지는 것에서 변수가 생기는 것 또한 주의해야 한다. 암호화폐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시총이 아닌 최대 공급량 기준 시총(FDV)을 통해 PER을 구하는 방법도 합리적일 수 있다. 혹은 가치를 평가하고자 하는 연도까지의 희석량을 반영한 시총을 추정할 수 있다면 더욱 합리적일 것이다.
시장은 생각보다 똑똑하기 때문에 PER이 높거나 낮은 데는 어딘가 자신이 모르는 이유가 있는 것이라는 의심을 항상 가져야 한다. 실제로 시장을 보면 성장주의 PER이 높고 가치주의 PER이 낮은 것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따라서 비교 대상보다 PER이 낮다고 바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기대를 받고 있지 않지만 본인이 생각하기에 향후 큰 이익 상승이 기대된다는 것까지 충족돼야만 PER을 제대로 해석했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PER을 이용한 암호화폐의 밸류에이션을 간단하게 살펴보자. 메이커다오(MKR)를 예로 들면, MKR의 현재 가격이 2200달러, 현재 PER이 15 그리고 5년 동안 보유할 것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현재 매년 MKR 1개에 145달러를 얻고 있다고 역산할 수 있다. 메이커다오가 앞으로 5년간 성장하면서 MKR 개당 450달러를 벌 것이라고 추정하고 PER이 미국 은행의 PER인 30에 수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해 보자. 그렇다면 5년 후의 MKR은 얼마가 될까.
위 공식에서 결국 미래의 추정 프로토콜 수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산 가격은 미래의 기대감에서 만들어지는 결과물이기 때문에 과거의 이익은 이미 지나간 데이터다. 결국 가치 평가를 위해서는 미래의 프로토콜 수익을 직접 추정해야 한다.PSR로 추정한 밸류에이션 아직 순이익이 마이너스인 신생 적자 프로토콜이라고 하면 PER이 음수가 될 것이다. 음수의 PER 값은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하기 때문에 음수가 될 수 없는 값인 매출(총 프로토콜 수익)을 변수로 해서 만든 지표가 주가매출비율(PSR)이다.
혹은 밸류에이션 시 매출은 추정할 수 있지만 순이익은 추정하기 힘든 경우(투자 기간 내에 비용 및 원가 구조가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될 때)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 외 사용 방법은 PER과 같다.
이 밖에 배당수익률(DY), 기업의 시장 가치(EV)÷세전영업이익(EBITDA) 등 전통 주식 시장에는 다른 여러 지표들이 존재하지만 암호화폐 시장에서 이런 재무제표적인 지표들의 유용성은 아직 명확하지 않으므로 제외한다.
지금까지 설명한 지표들은 밸류에이션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도구다. 이를 바탕으로 더 나아가 각자 자신만의 지표를 만들어 암호화폐 시장에 적합한 가치 평가를 시도해 볼 수 있다.
현재 암호화폐 시장은 프로토콜 수익과 서비스의 가치보다 내러티브와 정성적인 지표가 가격에 더 영향을 많이 끼치기 때문에 다방면에서 정량적 분석과 정성적 분석이 가능하도록 여러 가지 지표를 스스로 만들어 보기를 권한다.
예를 들어 네트워크의 벨리데이터 수, 트랜잭션 수, 총예치 자산(TVL), 사용자 수, 커뮤니티 활성도 등 다양한 요소들을 활용해 암호화폐에 적합한 밸류에이션 방법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정량적인 분석보다 정성적인 분석이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결국 정량적인 분석을 통해 내재 가치를 제대로 이해해야 프로토콜의 동작 구조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정성적인 분석도 할 수 있다.
암호화폐의 투자 근거를 바탕으로 본인이 생각하는 목표 가격을 숫자로 산출하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와 고민이 필요하다. 자산 밸류에이션에는 미래 매출의 추정, 톱다운·보텀업, 절대 가치 평가와 할인율, 상대 가치 평가와 목표 배수 등 여러 가지 분석 프레임워크가 필요하고 논리적 사고가 뒷받침돼야 하는 수많은 가정과의 싸움이다.
투자는 평생의 과제다. 암호화폐 시장이 프런티어 시장이라고 해서 밸류에이션을 등한시하지 않고 지금부터라도 고민하고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조얼 디스프레드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