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를 브랜드답게 만드는 방법

입사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려면?…브랜딩의 A부터 Z까지

[서평]



그 회사의 브랜딩
황조은 지음 | 한국경제신문 | 1만5000원

브랜딩은 오해가 많은 말이다. 일상어에 가깝게 자주 사용하지만 떠올리는 의미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무언가를 알리는 활동이라고 본다면 그 대상이 회사일까, 상품일까. 알린다면 누구를 향해야 할까. 회사 내부의 조직원은 포함되지 않는 것일까. 그 무엇보다 무언가를 알리는 일이 브랜딩의 전부일까.

직무 자체의 경계와 역할이 모호할수록 스스로 방향키를 꼭 쥐어야 한다. ‘그 회사의 브랜딩’은 이와 같은 고민과 혼란 사이에서 숱한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찾은 해답을 품고 있다. 제조업체·투자사 등을 거쳐 현재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의 커뮤니케이션 리더로 일하고 있는 황조은 씨는 회사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기업과 회사를 대상으로 삼는 브랜딩 활동을 기업 브랜딩이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몇몇 제품이 아닌 기업의 전반을 폭넓게 다룬다. 조직 문화부터 채용·홍보·위기 대응 등 여러 영역에 관여한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임직원, 잠재적 직원, 정부 기관 등 고객군도 다양하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은 하나의 목적 아래 이뤄진다. 회사 이야기를 일관성 있게 들려줌으로써 회사의 제품을 구매하거나 회사에 투자하고 싶게 만들고 더 나아가 입사하거나 응원하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하다. 기업 브랜딩이라는 큰 방향 아래 책의 내용은 자유롭게 이어진다.

오늘도 브랜딩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1장에서는 기업 브랜딩과 마케팅·홍보는 어떻게 다른지, 기업 브랜딩의 고객은 누구인지 그리고 저자가 현재 일하고 있는 강남언니의 브랜딩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강남언니는 이름 때문에 많은 오해를 샀고 직원들조차 그 이름을 밝히기 꺼렸다고 한다. 저자는 입사하자마자 그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깨닫고 작은 명함에서부터 사람들에게 자주 노출되는 영역까지 강남언니를 대놓고 알리기 시작했다. 생생하게 옮겨진 당시의 상황은 읽는 이들에게 기업 브랜딩이 가진 의미와 가치를 자연스럽게 깨닫게 한다.

2장과 3장은 보다 실무적 차원에서 기업 브랜딩을 실현하는 방법을 담고 있다. 몇 가지를 살펴보자. 먼저 저자가 일하는 곳에 유명 유튜브 채널에서 출연을 제안해 왔을 때의 일이다. 당시 해당 유튜브 채널은 유명 연예인이 회사를 찾고 그곳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콘셉트로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이 소식을 들은 직원들은 모두 환호성을 질렀지만 이내 아쉬움을 머금고 거절했다고 한다. 회사에서 대외비로 여기는 몇 가지를 공개하는 게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당장의 홍보 효과가 아쉽지만 지켜 온 원칙을 어길 수 없었던 것이다. 세부적인 부분은 조금 다를 수 있어도 이러한 상황은 어느 회사든 한 번쯤 겪게 되는 일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브랜드 모두는 오랜 시간 동안 한결같이 원칙을 지켜 왔다는 점에서 다시 새길 만한 이야기다.

다음은 조직 내 소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내 뉴스레터를 시작한 얘기다.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구성원이 늘어나면 이전에는 없던 문제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중 대표적인 게 소통 문제다. 그가 당시 일하던 곳도 예외는 아니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누군가 무엇이라도 해야 했다. 그렇게 저자가 맡게 된 뉴스레터는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팀 뉴스, 이달의 인터뷰 등의 섹션으로 구성된 뉴스레터는 서로를 좀 더 알아가게 했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게 만들었다. 직원 간 소통이 좋아지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했을 것이다. 최근 조직 문화와 소통이 중시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데 어쩌면 답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지 모른다.

4장은 위기 대응 및 이슈 관리가 중심 내용이다. 병원 수술실 내 CCTV 설치 관련 이슈 등 최근 중요하게 다뤄진 일을 예로 들며 위기 대응 과정에서 중요하게 챙겨야 할 점을 짚는다. 책 말미에는 저자가 강연하면서 여러 차례 받은 질문에 답하는 형식의 Q&A가 실려 있다. 브랜딩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저자의 조언을 참고해 볼만하다.

박태훈 왓챠 대표는 추천사에서 “이 책은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한 태도임을 알려준다”고 썼는데 그 말 그대로 저자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브랜딩이라고 하면 많은 자원과 인력을 투입해 만든 크고 화려한 모습부터 떠올리지만 누구에게나 그런 자원이 마련된 것은 아니다. 저자는 너무 당연해 무심코 지나치는 사소한 일을 브랜딩 영감으로 발전시키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투자사에서 일하던 당시 함께한 창업가와의 일화부터 숱한 편견을 깨고 오늘날 강남언니의 이미지를 만들기까지의 과정과 꾸밈없이 풀어낸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 회사의 구석구석이 새롭게 보일 것이다. 그리고 브랜딩이 꼭 크고 화려한 모습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브랜딩을 시작할 때는 바로 지금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김종오 한경BP 출판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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