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투자 삼매경 빠진 GS그룹…배터리도 ‘눈독’

“사업 생태계 확장하라” 허태수 특명
지주사 1호 CVC 설립…투자회사로 변모 중
바이오 이어 배터리 밸류체인 투자 확대

서울 강남구 논현로 GS강남타워 전경. 사진=한국경제신문


GS그룹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바이오, 신재생에너지, 모빌리티, 이커머스, 배터리 등에 공격 투자하며 사업 생태계 무한 확장에 나섰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2022년 화두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 생태계 확장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해 GS그룹은 허 회장의 신사업 발굴 지시에 따라 국내외 관련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 등 약 60건에 투자했다.

GS그룹은 바이오 분야에서는 보툴리눔 톡신 기업 휴젤을 인수했고 이커머스와 관련해서는 카카오모빌리티, 메쉬코리아 등에 투자하고 쿠캣, 요기요, 펫프렌즈를 인수했다.

특히 올해는 GS그룹의 벤처·스타트업 투자에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주)GS가 1월 7일 지주회사 산하에 국내 1호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GS벤처스’를 설립했기 때문이다.

GS벤처스의 설립에 따라 지주회사 체제를 가진 기업 집단의 CVC 설립이 이어지면서 국내 벤처 생태계의 활성화와 대기업의 신성장 협업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휴젤·쿠캣·요기요 인수…스타트업 투자 큰손으로

국내법상 그동안 지주회사의 산하에 금융업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를 둘 수 없었으나 2021년 12월 30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발효되면서 벤처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금융사 설립이 가능해졌다.

앞서 GS그룹이 한국이 아닌 미국 현지에 해외 투자법인인 GS비욘드, GS퓨처스를 세우고 해외 혁신 스타트업 투자에 매진해온 이유다. 이번 GS벤처스 설립으로 GS그룹은 국내와 해외에 각각 CVC 자회사를 두고 국내외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GS벤처스는 지주회사 (주)GS가 자본금 100억원을 전액 출자해 지분 100%를 소유한 자회사로, 초대 대표로 허준녕 (주)GS CVC 팀장(부사장)을 선임했다.

허 대표는 미래에셋과 UBS 등에서 국제적인 인수·합병(M&A)을 이끌어온 투자 전문가다. 최근 토종 유니콘 하이퍼커넥트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하면서 1조9000억원 가치로 매각에 성공해 벤처투자업계에서 주목받았다.

GS벤처스는 바이오·기후변화 대응·자원 순환·유통·신에너지 등 GS그룹이 신성장 분야로 꼽고 있는 5개 분야의 유망한 국내 스타트업 발굴에 나설 계획이다. GS그룹은 현재 GS건설 산하에 그룹 네 번째 CVC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구 GS타워에서 2021년 9월 7일 열린 ‘포스코-GS 그룹 교류회’에서 최정우 포스코 회장(왼쪽)과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GS 제공


배터리 한발 늦은 GS, 밸류체인 성장성에 주목

10대 그룹 대부분이 ‘제2 반도체’로 불리는 배터리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고 LG와 SK, 삼성은 선제적인 투자와 연구·개발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GS그룹은 배터리 시장 진입이 한발 늦은 만큼 경쟁이 심화한 직접 생산보다는 성장성이 높은 배터리 밸류체인에 주목하고 있다.

GS칼텍스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충전 인프라 구축에 주력하면서 배터리 재활용, 배터리 생애주기 서비스(BaaS) 등으로도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GS그룹은 폐배터리 재활용, 배터리 솔루션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 벤처투자사인 GS퓨처스가 2021년 동안 투자한 5곳 중 4곳이 배터리 관련 분야다.

GS그룹은 GS퓨처스를 통해 호주 배터리 재사용 스타트업 ‘릴렉트리파이’, 배터리 관리 시스템 스타트업 ‘타이탄 어드밴스드 에너지솔루션’, 에너지 빅데이터 분석 기업 ‘오토그리드’, 전기차 충전 솔루션 기업 ‘RPS’에 투자했다. GS에너지를 통해서는 배터리 진단 전문기업 민테크의 시리즈B 라운드에 45억원을 투자해 지분 5~6%를 확보하기도 했다.

GS그룹은 포스코와 합작사를 설립해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GS그룹은 전국의 주유소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전기차 폐배터리를 회수하고, GS에너지의 전기차 배터리 진단·평가 기술로 폐배터리 재사용 여부 등을 판단한다. 포스코는 폐배터리에서 니켈, 코발트, 리튬 등의 소재를 추출하는 사업을 담당하게 된다.

이와 함께 GS에너지가 투자 중인 전기차 배터리 상태를 진단·평가할 수 있는 기술을 기반으로 폐배터리를 정비와 재사용, 재활용 여부를 판단하는 등의 BaaS 사업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