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의 검사와 9시간의 대기…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 참관기 [글로벌 현장]

개막식에서부터 시작된 중국의 통제식 관리…올림픽 통해 체제 우월성 강조

[글로벌 현장]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개회를 선언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개막식이 열린 국립경기장 곳곳에 빈 자리가 눈에 띈다(베이징=강현우 한국경제 특파원)


지난 2월 4일 열린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은 중국의 ‘통제식 관리’를 제대로 체험해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중국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강력한 통제를 기반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특색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전 세계에 알릴 계획이다.
오후 8시 개막식 위해 오전 11시에 집결
(사진=강현우 특파원)


이번 올림픽은 개막식부터 모든 경기의 입장권을 판매하지 않는다. 정부가 선별한 관중만 입장할 수 있다. 개막식 참관자들은 사전 2회, 사후 2회 등 총 4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핵산 검사를 받고 음성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또 중국 정부가 인정한 백신(자국 백신) 접종 사실도 증명해야 한다.

외신 기자들은 개막식 당일 오전 11시 베이징 중심 둥청구의 프레스센터에 집결했다. 검사 결과 등을 확인한 후 탑승한 버스는 베이징 동쪽 차오양구의 차오양공원으로 이동했다. 개막식이 열리는 북쪽 국가체육장에선 오히려 멀어졌다.

차오양공원엔 대규모 보안 검색 시설이 설치돼 있었다. 검색대를 통과할 때 소지할 수 있는 물품은 휴대전화와 보조 배터리 뿐이었다. 취재를 위한 노트북이나 카메라는 물론 음식·핫팩·담배·라이터 등 개인 소지품은 모두 타고 온 버스에 두고 내려야 했다. 주최 측은 “경기장에서 방한 도구를 제공한다”고 안내했다.

차오양공원 주차장에는 수십 대의 버스와 새로운 버스들이 늘어서 있었다. 버스 앞 창문에는 ‘폐쇄 루프 밖 취재진’ 외에도 국유기업·베이징위생관리위원회·베이징교육위원회 등의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베이징 정부가 공기업·공공기관·학교 등에서 인원을 선별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새 버스에 탑승하자 주최 측은 다시 한 번 신분을 확인한 뒤 출입카드·마스크·음식을 나눠 줬다. 마스크는 붉은색과 푸른색 등 2종이었다. 주최 측은 개인 마스크를 쓴 사람에게 “나눠 준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고 반복해서 요구했다.

차오양공원에서 대기하는 동안 갈 수 있는 곳은 버스와 화장실 정도였다. 일부 특파원들은 “화장실을 보내 주는 게 어디냐. 이 정도면 중국 정부가 자유를 많이 주는 것”이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동·검사·대기 등을 반복한 뒤 올림픽공원에 도착하니 오후 4시였다. 아직 개막식 시작까지 4시간이 더 남았지만 몸과 마음은 슬슬 지쳐 갔다. 선별 인원들이 타고 온 버스는 총 340대였다. 이렇게 많은 버스가 한 번에 정차할 수 있는 공간은 국가체육장에서 멀 수밖에 없었다. 하차 장소에서 국가체육장까지 1시간 이상을 걸어가야 했다. 경기장 앞에서 또 2차례 신분을 확인한 뒤 배정된 자리에 앉으니 오후 6시였다.

경기장에서도 배정받은 자리 외 지역으로의 이동은 제한됐다. 구역마다 자원봉사자와 보안 요원들이 배치돼 입장권 번호를 확인했다. 경기장 내에도 대회 참가자들을 외부인과 차단하는 ‘폐쇄 루프’가 마련됐다. 외부인은 폐쇄 루프 근처에만 가도 제지당했다.

폐쇄 루프는 경기장·선수촌·훈련장을 마치 거대한 거품을 덮어 씌운 것처럼 외부와 접촉을 엄격히 차단하는 방식이다. 폐쇄 루프에 들어간 선수나 코치진·자원봉사자는 외부와 접촉이 철저히 차단되며 외부에서도 폐쇄 루프로의 진입이 엄격히 통제된다.

개막식 행사는 10시 30분께 끝났다. 하지만 폐쇄 루프 인원들이 경기장을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 퇴장할 수 없었다. 퇴장 후에도 버스까지 다시 1시간을 걸어갔다. 차오양공원에 도착한 시간은 다음날 새벽 1시. 수천 명이 한꺼번에 내리고 택시를 잡느라 일대 교통이 마비됐다.
외신 기자 생중계 돌연 제지
개막식 당일 경기장 외부에선 보안 요원이 네덜란드 기자의 보도 생중계를 무단으로 제지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네덜란드 공영 방송사 NOS의 중화권 특파원인 쇠르드 덴 다스 기자는 당일 저녁 개막식이 열린 베이징 국가체육장 밖에서 생중계를 시도했다.

다스 기자가 마이크를 든 채 보도를 시작하자마자 갑자기 팔에 붉은 완장을 찬 남성이 카메라 앞에 난입하더니 중국어로 소리를 지르며 기자를 두 팔로 잡아 시야 밖으로 끌어냈다. 기자는 떠밀려 가면서도 보도를 이어 가려고 했지만 중국인 남성에게 떠밀려 가면서 시야에서 멀어졌고 끝내 네덜란드 현지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이를 지켜보던 앵커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중계를 중단했다.

다스 기자는 몇 분 뒤 개막식 중계를 이어 갈 수 있었다. 그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오후 7시 직전에 국가체육장 주위를 찍고 있었는데 경찰이 해당 공간이 폐쇄되니 떠나 달라고 했다”면서 “우리는 하라는 대로 했고 생방송을 위해 준비하고 있었는데 경찰이 재차 폐쇄된 도로 끝으로 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직후 나는 ‘공공 안전을 위한 자원봉사자’라는 붉은 배지를 단 사복을 입은 사람에게 사전 경고 없이 강제로 화면에서 끌어내졌다”면서 “그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았고 매우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히 말하지 못했다. 생방송은 이후 코너를 돌아 주차장에서 이어 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NOS는 “우리 특파원이 카메라 앞에서 보안 요원에게 끌려나갔다”면서 “유감스럽게도 이런 일이 중국에 있는 취재진에게는 점점 일상적인 일이 되고 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다스 기자의 보도가 당시 폐쇄 루프로 지정된 통제 구역에서 이뤄졌다며 생중계 중단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중국 측의 설명대로 그 기자의 보도가 통제 구역 내에서 이뤄졌을 수 있다. 하지만 제지 과정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알려진 것은 중국에도 분명히 타격일 수밖에 없다. 보안 요원은 이런 전략적인 고려보다 통제 구역에서의 보도 차단을 우선했을 것이다. 과도한 통제가 낳은 경직성의 결과로 보인다.

기자는 베이징에 1년 넘게 살았다. 그동안 아파트단지나 마을을 통째로 봉쇄하는 등의 코로나19 방역 조치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 하지만 오후 8시에 시작하는 개막식에 가기 위해 오전 11시부터 집결해야 하는 식의 통제는 여전히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동행한 중국 사람들의 표정은 외국인들과는 달랐다. 세계 최대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한다는 자부심도 있었겠지만 근본적으로 이런 강력한 통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개막식에서 공연한 많은 출연진은 폐쇄 루프에 들어가기 때문에 행사 이후에도 1주일 이상 격리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서도 격리에 대한 부담보다 역사적 자리에 함께한다는 기쁨을 더 크게 감지할 수 있었다.

서방 국가들과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이런 통제가 가져 온 성과다. 중국은 특히 봉쇄식 관리로 코로나19 사태 확산을 빠르게 차단했다는 성과를 강조하며 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서방 국가들의 체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관리와 통제에 기반하는 중국의 체제가 다른 영역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중국의 주장이다.

중국의 ‘특색 사회주의’가 빈곤 탈출과 코로나19 차단 등의 성과를 냈음을 부정하긴 어렵다. 하지만 ‘올림픽 성공 개최’라는 명분을 앞세워 개인의 자유를 극도로 제한하는 시스템은 여전히 동의하기 어렵다.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체제가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경제 어젠다인 ‘공동 부유’가 부상할수록 중국 내에서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은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은 이번 올림픽을 대외적으로 체제 우월성을 알리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가 기대하는 더 큰 효과는 국내 선전이라는 분석이 많다. 세계적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는 모습을 공산당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의도가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 지켜볼 일이다.

베이징(중국)=강현우 한국경제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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