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상황에서 침묵은 금이 아니다 [강함수의 레드 티밍]

말 한마디로 천 냥 빚 갚는 위기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정기적으로 상황 업데이트하고 대응 조치 알려야

[강함수의 레드 티밍]

서울 강서구 오스템임플란트 본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인식과 현실 간의 차이가 있다면 먼저 승리하는 것은 인식이다. 기업은 위기를 잘 해결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하지만 사실 기업의 외부 세계는 그것을 알 수 없다.

위기에 처한 기업은 위기와 관련한 정보를 대중에게 알려야 하는 책임이 없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모르게 하거나 빨리 관심이 사라지기를 바란다. 이런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위기 정보가 많아지면 더 통제할 수 없고 법적으로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그 내용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그 위기를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메시지 전략에 실패한 오스템임플란트

오스템임플란트에서 1880억원 규모의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혐의가 의심되는 재무담당 팀장을 회사가 경찰에 고소하고 이를 공시하면서 사건이 알려졌다. 회사는 언론 보도 이후 3일이 지나 대표이사 명의로 배포된 사과문을 통해 공식적으로 사건을 알렸다.

사상 초유의 사태로 주주와 고객에게 심려를 끼쳐 사과한다는 내용과 함께 횡령 금액이 2021년 말 기준 자기 자본의 91.8% 수준은 아니고 회수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사건을 두고 사람들은 ‘어떻게 회사에서 그 정도로 큰 액수의 현금이 인출될 수 있었나’, ‘대표이사와 경영진은 무엇을 했나’, ‘회사와 경영진을 신뢰할 수 있을까’, ‘회사는 사건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나’ 등 많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상식적이고 당연한 의문을 회사는 풀어주고 있지 않다.

회사와 경영진이 이 사건을 개인의 일탈로 여기고 회사 측은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대중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형성된 회사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은 앞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발표와 또 다른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지금보다 더 큰 위기와 피해를 가져올 것이다.

위기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는 당연히 고도의 전략에 기반해 수립해야 하고 다양한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하지만 최선의 방법은 상황의 정기적인 업데이트와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과 실행이다.

오스템임플란트가 사건 발생 후 지금까지 소액 투자자를 포함해 고객에게 무엇을 알려주고 있는지를 보면 아무것도 없다. 손실 금액의 회수나 단독 범행이라는 사실은 현시점에서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은 사건의 내용보다 회사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더 관심있게 본다. 조직의 처신을 보는 것이다. 이때 회사의 대응은 실질적인 명성과 신뢰로 연결된다.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면 그것을 위해 회사가 무슨 조치를 하고 있는지 말해야 한다. 의사 결정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객관적인 검증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런 일련의 조치와 이행 계획을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로 능동적으로 알려야 한다.

2022년 1월 29일 삼표산업이 운영하는 경기 양주 채석장에서 토사가 붕괴돼 작업자 3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건에 대한 삼표산업의 대응도 오스템임플란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언론의 관심은 삼표산업이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1호 처벌 가능성 여부였다. 삼표산업은 사고 당일 대표이사 명의로 성명문을 내고 “피해를 당한 사고자와 가족에게 깊이 사죄한다”며 “회사 모든 역량을 집중해 유관 기관과 긴밀히 협조하고 매몰자 구조와 현장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주)삼표 사장과 최고경영진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운영을 발표한 것이 전부다. 유가족에게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현장 안전 관리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그와 관련된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지 사람들은 알 수 없다.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위기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범위를 올바르고 책임감 있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침묵하는 것이 위기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의 관리 방안이라면 그것도 메시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위기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적절히 관리하지 않는다는 것은 위기로 형성된 사람들의 인식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고 화재가 발생한 공장에 기름을 쏟아붓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 ‘레드 티밍(red-teaming)’은 조직의 전략을 점검하고 보완하기 위해 다른 관점에서 문제점이나 취약점을 발견하고 의도적으로 공격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행위다. 미국이 모의 군사 훈련 과정에서 아군인 블루팀의 취약점을 파악, 분석하기 위해 편성한 가상의 ‘레드팀(red team)’으로 지칭한 것에서 유래됐다.


강함수 에스코토스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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