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바뀌어도 순항’…대우건설, 역대 최대 영업이익

주택 공급 1위 수성, 정비 사업도 대박…독립 경영 합의 등 매각 마무리 단계

[비즈니스 포커스]

대우건설 을지트윈타워 사옥 사진=대우건설 제공


대우건설이 매각 이슈에도 순항하는 모습이다. 중흥그룹으로 주인이 바뀌고 있음에도 주택사업의 선전으로 지난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주택 공급 1위 자리를 지키며 해당 사업뿐만 아니라 도시정비사업 분야에서도 대박을 터뜨린 결과다.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대우건설은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올해 주택 공급량 목표치 등을 더욱 공격적으로 설정했다. 시장에선 중흥그룹의 인수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고 외형·수익성·수주 등 ‘3박자’가 그 어느 때보다 좋은 만큼 지난해 실적을 쉽게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 3만 호 공급·신규 수주 12.2조원 목표

대우건설은 지난해 2만8344가구를 공급해 2019년부터 3년 연속 주택 공급량 1위를 달성했다. 2019년 2만1000가구, 2020년 3만3000가구 등에 이어 지난해에도 많은 물량을 공급했다.

도시정비사업 분야에선 과천 주공5단지와 흑석 11구역 등 15개 사업장에서 3조8992억원의 신규 물량을 따냈다.

이를 통해 매출 8조6852억원, 영업이익 7383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2020년 대비 6.7%, 영업이익은 32.2% 늘었다. 이 중 영업이익은 2006년의 6288억원을 뛰어넘어 창사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8.5%다.

주택 사업부문의 견고한 성장세와 나이지리아·이라크 등 해외 현장의 수익 안정화가 호실적을 이끌었다. 분양가 규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의 어려움을 공급량과 기술력으로 이겨 낸 셈이다.

올해는 분양 시장에 주택과 오피스텔 등 3만 호를 공급해 4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겠다는 목표다. 주택 형태 별로 아파트 1만8985가구, 주상복합단지 6322가구, 오피스텔 4378실, 타운하우스 315가구 등이다.

주택 공급량 1위를 지켜 온 대우건설은 그동안 축적해 온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전국 245여 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유망 사업지를 선정하는 ‘전략 사업지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올해 역시 이 시스템을 활용해 부동산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에 1만6497가구, 지방에 1만3503가구를 공급한다. 서울에는 행당 7구역과 신림 3구역, 마포로 3-3구역 등 도시정비사업을 중심으로 5175가구를 목표로 한다. 경기도에서는 수원 망포지구와 양주 역세권개발지구 등 1만717가구를 선보인다. 수도권 기준 지난해 물량인 1만3122가구 대비 29% 공급량을 늘렸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올해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보다 변수가 많아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빅데이터를 활용해 지역·단지별 세부 분양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며 “동시에 입주민의 수요에 맞는 디지털 마케팅 전략도 수립해 새로운 분양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신규 수주 목표치를 12조2000억원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대규모 해외 수주 부재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택 시장에서 많은 일감을 따내 총 11조830억원의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9조9556억원, 해외 1조1274억원이다.

하지만 지속 성장을 위해 올해는 국내 10조1000억원, 해외에서 2조1000억원의 새 일감을 따내겠다는 목표다.

국내에선 수익성이 높은 자체 사업을 본격화하고 해외에서는 거점 국가에서 계약 금액이 많은 프로젝트의 추구 수주를 노리겠다는 각오다. 대우건설에 따르면 올해 해외에서 입찰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의 총금액은 4조원 수준이다. 이 중 절반 정도를 대우건설의 몫으로 챙기겠다는 것이다.

박형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해외 수주가 부진했지만 올해는 1조9000억원의 리비아 발전소 프로젝트와 5000억원의 나이지리아 인도라마 요소비료 플랜3호기 등의 일감을 따낼 것으로 기대된다”며 “견고한 주택 공급 물량과 고수익 해외 프로젝트 수주로 매출이 꾸준히 늘면서 수익성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9부 능선 넘은 매각 작업, 독립 경영 신호탄

대우건설의 중흥그룹으로의 매각 작업이 9부 능선을 넘었다. 두 차례에 걸친 인수·합병(M&A) 협상에서 대우건설 노동조합 측이 요구한 대부분의 조항을 중흥그룹이 받아들이기로 합의한 것이다.

합의 조건의 핵심은 독립 경영권 보장이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을 인수한 후 3년간 사업부 분할 매각과 법인 분할 등을 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대우건설의 대표를 향후 3년간 현재 근무 중인 대우건설 임직원 중에서 선임하기로 했다.

또 같은 기간 대우건설 임직원의 고용을 보장하고 노조와 합의 없는 인위적인 구조 조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임직원 처우 역시 건설업계 상위 3개사 수준으로 맞추기로 결정했다.

중흥그룹은 “양 기업의 상생을 위해 대우건설 임직원의 목소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조만간 관련 작업을 마무리해 본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매각 작업이 조만간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우건설은 올해 초 신임 대표가 된 백정완 사장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기업 경영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회사가 큰 기업을 인수한 과거의 사례를 보면 구조 조정을 통해 수익성 높은 핵심 사업만 쏙 빼가는 행태가 많았다”며 “단, 대우건설과 중흥그룹의 합병을 보면 최소 3년간 안정적인 독립 경영이 가능한 만큼 현재 흐름대로 호실적이 계속되면 독립 경영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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