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하이브리드”…현대차 최대 실적 ‘효자’로

전기·내연차 장점 두루 갖춘 하이브리드 질주…부품 부족에 출고 ‘답답’

[비즈니스 포커스]

기아가 최근 출시한 올 뉴 니로 사진=기아 제공


“걸음마 뗀 전기차와 지팡이 짚기 시작한 내연차의 장점을 두루 갖춘 하이브리드차.”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시장의 평가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장점으로 완성된 하이브리드차는 시장에서 여전히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내연차와 전기차의 징검다리로 여겨지는 하이브리차는 지난해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현대차그룹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13.6만→23.4만, 늘어난 차종·증가한 판매량

현대차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을 이겨 내고 2014년 이후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체 판매량은 목표 예상치에 미치지 못했지만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판매량이 늘어나며 코로나19 사태 이전 이상의 실적을 달성했다.

현대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조6789억원으로 2019년 대비 178.9% 늘었다. 2014년 달성한 7조5500억원 이후 7년 만에 최대치다. 같은 기간 매출은 117조6106억원으로 13.1% 증가했다. 창사 이후 최대치다.

영업이익률은 5.6%다. 친환경 차량의 선전 등 고부가 가치 차량을 중심으로 판매가 진행되며 현대차가 제시한 목표치보다 4% 정도 높게 나타났다.


그중 하이브리드차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차종은 2020년 13만6000대에서 지난해 23만4000대로 72.1% 더 팔렸다. 투싼과 싼타페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 라인업에 하이브리드 트림이 추가되면서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와 함께 ‘탈내연화’ 흐름과 만족스럽지 않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이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이라는 선택지를 고르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도 판매량 증가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한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세계에서 일곱째로 많았다. 하지만 충전 인프라는 충전기 1기당 전기차 2대 이상이어서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의 도로를 달리는 전기차는 20만 대를 넘어섰지만 지난해 8월 기준 전기차 충전기는 9만1927기에 불과하다. 그중 급속 충전은 1만3731기, 완속 충전은 7만8196기다. 급속 충전기 1기당 전기차는 14대 정도다. 전기료 인상에 따른 충전비 부담 증가도 고민거리 중 하나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중단될 하이브리드차 세제 혜택도 관련 차종의 구매 열기에 기름을 붓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구매 혜택을 없앨 것이라고 공지한 이후 하이브리드차의 판매량이 줄곧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올해까지 하이브리드차를 구매하면 개별소비세 최대 100만원, 취득세 40만원 한도 내 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이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에 따라 마지막 세제 혜택이라도 받으려는 이들이 하이브리드차를 구매하고 있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개소세 인하 혜택이 끝날 무렵 차량 판매가 크게 늘었던 적이 있다”며 “자동차 시장에서는 이를 막차 효과라고 표현하는데 하이브리드차 역시 올해 여러 혜택이 종료되는 만큼 막바지까지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그랜저 하이브리드 사진=현대차 제공


급증하는 수요 대응할 반도체 수급 관건

국내외 차량 브랜드는 급증하는 하이브리드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신차를 출시하거나 기존 라인업에 트림을 추가하고 있다.

기아는 최근 올 뉴 니로를 출시했다. 사전 계약 첫날인 1월 18일 1만6300여 대가 팔려 시장을 놀라게 했다. 하이브리드차의 여전한 인기를 증명한 셈이다. 올해 신형 니로의 연간 판매 목표인 2만5000대의 70%를 넘긴 수준이다. 또 전 세대 모델인 더 뉴 니로의 지난해 판매량 1만1284대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또한 기존 인기 라인업에 추가된 하이브리드 트림도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의 한국 판매량은 각각 8.2%, 5.1% 줄었다. 반면 하이브리드차의 판매량은 현대차가 7.1%, 기아가 27.0% 늘었다. 하이브리드차를 찾는 소비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르노삼성도 올해 상반기 XM3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미 해외 시장에서 검증 받은 이 차량은 한국에서 니로와 현대차 코나 하이브리드 등과 치열한 경쟁 구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단,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는 반도체 수급난은 하이브리드차의 인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현재 현대차의 인기 모델 아반떼와 쏘나타, 그랜저 가솔린 모델은 출고 대기 기간이 각각 6개월, 2개월, 5개월 등이다.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차는 내연기관 모델보다 대기 기간이 더 길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한정된 배터리 공급 물량까지 해소돼야 차량을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아의 스포티지·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은 출고 대기 기간이 14개월이나 걸렸다.

올 뉴 니로 역시 계약부터 인도까지 1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증가한 상황이지만 반도체 수급난 등으로 생산 라인이 원활하게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처럼 하이브리드차 역시 언제 받는지에 따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가 결정될 것”이라며 “올해까지라는 데드라인이 있는 만큼 차량을 기다리는 소비자는 애를 태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생산자는 부품이 없어 생산할 수 없는 만큼 양측 모두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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