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성지로”…백화점의 변신

인증 샷 찍히기 위해 화제성 높은 F&B 유치 박차…외관도 화려하게 변신

[비즈니스 포커스]
갤러리아 광교점은 건물 외관을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만들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렸던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 이날 오후 6시께 찾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있는 ‘아쿠아가든 카페’ 앞은 기념일을 맞아 찾아온 뱅문객들로 북적였다. 이곳은 내·외부를 수족관(아쿠아리움) 콘셉트로 꾸민 가게다. 입구부터 카페 안까지 곳곳에 배치된 수족관에는 멋들어진 수목 사이사이를 형형색색의 열대어들이 지나다녔다.

내부에 들어서자 방문객들은 카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서로 인증 샷을 찍어 주는 모습이 보였다. 연인들뿐만 아니라 어린아이와 함께 방문한 가족 단위 고객들도 많았다. 모객 효과를 톡톡히 해내고 있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 아쿠아가든을 검색하면 약 2만 개에 달하는 게시물을 찾을 수 있었다.

백화점이 이른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명소’로 진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확산으로 비대면 소비에 익숙해진 고객들을 점포 안으로 그러모으기 위해 이 같은 변신을 택한 것이다.
독특한 공간 앞세워 소비자 유인
백화점들이 SNS 명소화를 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매출 증대다. 백화점은 얼마나 많은 이들이 점포를 찾는지 여부에 따라 매출이 결정된다. 내부에 마련한 공간들이 SNS상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켜 더 많은 이들이 사진을 찍거나 공간을 체험하기 위해 백화점을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SNS 명소가 되기 위해 백화점들이 가장 큰 변화를 준 부분은 단연 내부에서 운영하는 카페나 레스토랑과 같은 식음료(F&B) 유치 전략을 꼽을 수 있다.

백화점 F&B는 통상적으로 입점을 원하는 업체의 의뢰를 받으면 내부에서 이를 면밀히 검토한 뒤 최종 오픈 여부를 결정한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과거엔 오로지 ‘맛’이나 ‘명성’에 중점을 두고 F&B를 유치하는 경향이 짙었다.

최근에는 달라졌다. 맛도 중요하지만 해당 F&B가 얼마나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화제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여부를 세심하게 검토한다는 설명이다. 아쿠아가든 역시 독특한 콘셉트를 앞세워 일찌감치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던 카페다. 롯데백화점 역시 이런 부분을 고려해 내부 입점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월드타워점에 위치한 수족관 콘셉트의 ‘아쿠아가든 카페’. 사진=김정우 기자


예상은 적중했다. 아쿠아가든 카페가 문을 연 것은 지난해 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은 오픈 1년여 만에 롯데월드타워를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연일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며 모객 효과를 톡톡히 거두고 있다.

F&B 외에도 오로지 쇼핑에만 집중하도록 구성했던 판매 공간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이날 찾은 롯데월드타워 또한 정문과 명품 매장 곳곳에 이른바 ‘포토존’을 만들어 고객들의 인증 샷을 유도했다.

문호익 롯데백화점 홍보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주변에 입점한 쇼핑몰들과 조화를 이루는 예술 작품이나 콘텐츠 제공에 과거보다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영감과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인증 샷 등을 통해 홍보 효과를 얻고 있고 색다른 경험을 찾는 방문객도 늘어나고 있다.”영업 공간도 과감하게 포기최근에 지어진 백화점들은 이런 부분을 고려해 아예 내부를 구성한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더현대 서울이 대표적인 사례다.

더현대 서울은 전체 면적의 50% 정도를 고객들에게 내줬다. 만약 점포가 들어섰다면 2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공간을 과감하게 포기한 것이다.

점포 대신 조성한 인공 폭포와 숲 등은 더현대 서울이 개장과 동시에 여의도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개장 1년여 만에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더 현대 서울 관련 게시글은 무려 26만여 개에 달한다. 이 같은 화제성에 힘입어 더현대 서울은 오픈 첫해인 지난해 매출 7000억원을 돌파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백화점의 외관도 인증 샷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2020년 문을 연 갤러리아 광교점은 내부도 내부지만 건물 자체를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구성해 개점 전부터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건물 외관 중간중간에 독특한 모양의 유리로 만들어 외부의 빛을 들어오게 한 ‘루프’가 눈에 띈다. 이곳은 갤러리아 광교점의 상징이자 포토존으로, 멀리서도 방문객들을 찾아오게 만드는 요소가 됐다.

다양한 방법으로 외관을 변화시키며 소비자들의 인증 샷을 유도하고 나선 것도 최근의 추세다. 서울 삼성동에 있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2019년 총 100억원 이상을 투자해 건물 외벽에 농구장 3배 면적에 달하는 초대형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를 설치했다.

케이팝 스타들의 영상을 비롯해 국내외 유명 브랜드의 광고 영상 등을 송출하며 삼성동의 인증 샷 명소로 떠올랐다. 롯데월드타워 역시 저녁마다 다양한 색으로 불을 밝히고 있고 매년 불꽃놀이 축제 등을 개최해 건물의 외관을 활용한 고객 모시기에 열중하고 있다.
인터뷰
유나영 신세계백화점 VMD팀 부장
“미디어 파사드 통해 신세계 브랜드 가치 제고…향후 전시 기간 늘릴 것”


최근 인증 샷으로 가장 화제를 모은 백화점을 꼽자면 단연 서울 명동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들 수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건물 외벽에 서커스 콘셉트의 ‘미디어 파사드’를 설치하며 고객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저녁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은 인증 샷을 찍기 위한 사람들로 연일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였다. 이번 미디어 파사드를 기획한 유나영 신세계 VMD팀 부장을 만나 제작 과정과 이에 따라 거둔 효과가 무엇인지 들어봤다.

-언제부터 이 업무를 담당했나.
“원래 패션 회사에서 인테리어 디자인 업무를 하다가 2013년 신세계에 입사했다. 그리고 2018년부터 백화점 VMD 담당자로 일하며 미디어 파사드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

-제작 과정이 궁금하다.
“보통 약 10개월 정도의 준비를 거쳐 결과물이 나온다. 현재 2월인데 전시가 끝나기 무섭게 올해 연말에 전시할 미디어 파사드의 기획을 다시 준비하고 있다.”

-생각보다 준비 기간이 길다.
“할 일이 엄청나게 많다. 보통 2월부터 영상의 콘셉트를 기획하고 스토리 라인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 이후 일러스트레이션 작업과 모션 작업, 음향 작업, 연출물 구조 및 제작 비용 검토를 거쳐 서울시의 허가를 받고 나면 어느덧 6월이 된다. 이후 9월부터 현장 시공을 해 11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한다. 영상 작업자, 파사드 시안 작업자, 음악 감독 등 전문가들이 함께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시공 등에 투입되는 인원들까지 모두 합하면 60여 명 정도가 미디어 파사드 제작에 참여한다.”



-미디어 파사드가 화제를 모으면서 거둔 효과는 무엇인가.
“신세계라는 브랜드의 가치가 더 올라간 것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특히 고객들에게 신세계백화점이 조금 더 친숙해진 느낌을 주고 미디어 파사드를 전시했던 본점은 내부 집계 결과 매출이 상승하는 효과까지 거뒀다.”

-전시 기간이 짧아 아쉽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런 목소리를 실제로 많이 듣는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사람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는 것을 고려해 예년에 비해 고객들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고 온기를 줄 수 있는 영상을 제작하는 것에 집중과 고민을 더 많이 한 결과 기대 이상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전시 기간을 늘릴 계획은 없나.
“원래 신세계 본점 미디어 파사드는 연말 그리스마스 시즌부터 연초까지 짧은 기간 전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매년 진행해 왔는데 앞으로는 고객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반영해 전시 기간을 정할 계획이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본다면 작년보다는 기간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 또 올해 연말에는 완전히 새로운 파사드 디자인과 영상을 선보일 계획인 만큼 기대해도 좋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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