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담보·사업자 대출 잇따라 출시...예대 마진 넘어선 혁신 가능할까
[스페셜 리포트]모바일 뱅킹 시대의 포문을 연 인터넷 전문 은행이 본격적으로 대출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서고 있다. 금융 당국의 가계 대출 총량 관리 강화로 가계 대출 중심의 여신 포트폴리오에 한계를 느끼자 개인 사업자 대출, 주택 담보 대출 등을 선보이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다만 기존 시중 은행들이 생활 플랫폼을 개발하고 기업금융 플랫폼을 전면 개편하는 등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디지털에 강점이 있었던 인터넷 전문 은행들이 경쟁에 살아남기 위해선 예대 마진 등 은행업의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보여줄 시기가 왔다는 지적이다.
‘주택 담보 대출의 모든 여정을 챗봇이 도와드려요.’
카카오뱅크의 주택 담보 대출(이하 주담대) 서비스 화면에 나와 있는 문구다. 카카오뱅크가 2월 22일 주담대를 시작했다. 카카오뱅크의 주담대는 KB 시세 기준 9억원 이하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 구매 자금에 대해 대출을 제공한다. 신규 주택 구입 자금, 기존 주담대 대환(갈아타기), 생활 안정, 전월세 보증금 반환 대출을 취급한다. 대출 가능 최대 금액은 6억3000만원, 대출 금리는 전날 기준 최저 2.989%다. 중도 상환 수수료는 올해 말까지 전액 면제다. 서류 제출 절차도 크게 간소화한다. 부동산 매매 계약서를 사진 촬영해 제출하고 나머지 필요한 서류는 카카오뱅크가 유관 기관과 연결해 확인한다.
은행권이 주목한 부분은 ‘대화형’ 인터페이스다. 상담이 인공지능(AI) 챗봇으로 이뤄져 카카오톡 대화처럼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카카오뱅크의 설명이다.
정말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수준은 아니다. 선택지와 이에 따른 답변이 일정 부분 정해져 있다. 다만 시중 은행에서 선보이고 있는 비대면 주담대 서비스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대화형에 가깝다. 시중 은행의 비대면 주담대 서비스는 대출 용도, 가구 보유 주택 수, 서민 실수요자·임차인·근저당권 여부 등에 대해 ‘예’, ‘아니오’를 선택하는 반면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서비스는 카카오톡 메신저에서 대화하는 것 같은 서비스를 제공했다.
우선 카카오뱅크 애플리케이션을 시작한 후 대출 신청 카테고리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선택한다. ‘주택담보대출 챗봇 시작하기’ 버튼을 누르면 대화 화면으로 이동한다. 휴대전화 본인 확인 인증을 거친 뒤 ‘구입’ 또는 ‘이미 보유’ 중 대출 목적을 선택한다. ‘구입’을 선택한 후 지역명과 동을 입력하면 대출이 가능한 아파트 목록이 뜬다. 구입할 아파트를 선택하면 아파트의 시세 안내와 함께 카카오뱅크에서 제시한 대출이 가능한 시세 범위, 즉 9억원을 초과하면 안 된다는 설명이 나온다. 이어 잔금일과 근로소득자 또는 사업소득자 중 선택한 후 연소득을 입력하고 미혼·기혼 여부를 고른 후 주택 보유 수를 선택하면 세대주 여부를 확인한다. 이 과정을 다 끝내면 ‘한도와 금리 조회하기’가 뜬다.
여기까지가 카카오뱅크 주담대 챗봇 서비스의 일반적인 과정이다. 이번엔 서울 도봉구 창동 소재 아파트를 구매하는 30대 초·중반 고객(미혼)이 카카오뱅크 주담대 챗봇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가정해 보자. 창동 삼성 아파트의 전용면적 89㎡(약 27평)의 시세는 8억5500만원으로 확인됐다. 연소득 부분에선 30대 초·중반의 평균 연봉으로 알려진 4000만원을 적용했다. 대출 기간은 35년, 대출 한도는 3억2600만원, 금리는 3.799%로 안내 받았다. 금리는 기준금리(금융채 5년) 2.799%와 가산 금리 1.000%가 적용된 결과다. 최근 시중 은행 주담대 금리가 연 4~5%대인 점을 고려하면 금리면에서 메리트가 있다는 평가다.
IT 갖춘 인뱅들
개인 신용 대출에 크게 의존했던 인터넷 전문 은행(이하 인터넷은행)들이 개인 사업자 대출, 주담대 등 시중 은행의 영역으로 본격 진출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주담대에 앞서 케이뱅크는 이미 아파트 담보 대출(이하 아담대)을 운영하고 있다. 대출 신청과 실행을 100% 비대면으로 진행, 대출 신청 후 승인까지 걸리는 시간도 이틀 정도에 불과해 상품 출시 1년 4개월 만인 지난달 누적 취급이 1조원을 넘어섰다. 다만 대환 대출과 생활 안정 자금 대출만 가능하다. 케이뱅크는 최근 더 공격적인 모습이다. 아담대의 금리를 낮추고 예금 금리를 인상하며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토스뱅크는 이달 들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개인 사업자 대상의 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전면 비대면, 무보증·무담보 상품이다. 토스뱅크가 자체 개발한 신용 평가 모형을 활용한다. 수입이 정기적일수록 금리와 한도를 우대해 준다. 최대 한도는 1억원이다. 토스뱅크는 향후 지역 신용보증재단과 협력해 보증 기반 상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도 올해 안에 개인 사업자 대출을 선보인다. 카카오뱅크는 하반기 중에, 케이뱅크는 1분기 중 상품을 출시한다. 케이뱅크는 2017년부터 개인 사업자 전용 생활 자금 대출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번에 운전 자금 대출까지 가능하도록 상품을 확장한다.
앞서 살펴본 인터넷은행의 강점을 요약하면 이자 경쟁력과 정보기술(IT)이다. 특히 인터넷은행 3사에서 기술 인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50% 수준이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기술 조직을 대폭 강화했다. 기존에는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총괄하는 형태로 기술 조직을 큰 틀에서 관리했지만 올해 기술팀을 각각 영역별로 ‘플랫폼 금융’, ‘IC(Intelligence Connecting) 기술그룹’, ‘신뢰기술그룹’ 등 크게 3개 부문으로 세분화했다. 또 각 그룹장을 임원으로 선임해 의사 결정 권한을 줬다.
앞으로 과제는
다만 일각에선 인터넷은행의 사업 구조가 전통 은행처럼 예대 마진이라는 큰 틀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바일 뱅킹의 접근성을 강조하며 ‘차별화’를 내세웠지만 아직까지 수익 구조는 전통 은행과 비교해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독일의 피도르은행은 커뮤니티 기반의 인터넷 뱅킹 전략을 구사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고객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 페이스북·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에서 고객이 각종 이벤트에 참여하면 기여도에 따라 별도의 보상을 주거나 게시물의 ‘좋아요’ 수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저축예금의 이자를 높여준다.
또 인터넷은행이 향후 기업 금융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심사 인력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아직까지는 여신 심사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출 재원도 대부분 수신 기반으로 조달하고 있어 다변화가 요구된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최근 내놓은 상품들을 보면 심사가 끝난 대출을 받거나(갈아타기), 소상공인 규모만 대출해 주거나 리스크를 최소화한 주담대 상품만 내놓고 있다. 이제 막 걸음을 시작했지만 대출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이자 경쟁력이 정말 파격적인지 의문”이라며 “시중 은행들은 기업 금융의 디지털 전환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은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어 낸 것처럼 색다른 수익 모델을 내놓아야 할 때”고 말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