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관리 벗어난 두산重…두산에너빌리티로 제2 도약

2년 만에 채권단 관리 조기 졸업…“미래 사업 집중”
신사업으로 반도체 진출 타진, 사명 변경도 추진

[비즈니스 플라자]

30MW 규모의 제주 탐라 해상풍력 발전단지. 사진=두산중공업 제공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던 두산중공업이 약 2년 만에 채권단 관리 체제에서 벗어났다. 당초 예정된 3년이었던 구조 조정 기간을 1년 이상 앞당긴 것이다.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은 2022년 2월 28일 채권단과 두산그룹 간 체결했던 ‘두산중공업 재무 구조 개선 약정’에 의한 채권단 관리 체제를 종료한다고 2월 27일 밝혔다.

이날 KDB산업은행은 보도 자료를 통해 “재무 구조 개선과 향후 사업 전망에 대한 외부 전문 기관의 재무 진단 결과 두산중공업의 재무 구조가 다시 독립 경영이 가능한 수준까지 회복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약정 종결 배경을 설명했다.

두산그룹은 성공적인 재무 구조 약정 종결을 통해 유동성 위기 극복뿐만 아니라 ‘미래형 사업 구조로의 새 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산그룹은 재무 약정 체결 이후 사옥인 두산타워(8000억원)와 두산중공업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8500억원), 클럽모우CC(1850억원) 등 총 3조1000억원어치의 알짜 자산을 매각했다.

2020년 12월과 2022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조3000억원, 1조1500억원 규모의 유상 증자를 실시해 자본을 확충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총수 일가가 보유한 두산퓨얼셀 지분 23%를 두산중공업에 무상 증여하기도 했다.

두산그룹은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기업인 테스나를 인수했다. 테스나는 주요 반도체 제품의 후공정 테스트를 전문으로 하는 한국 1위 기업이다.

(주)두산은 3월 8일 이사회를 열고 테스나 최대주주인 에이아이트리 유한회사가 보유 중인 테스나의 보통주·우선주·BW를 포함한 지분 전량(38.7%)을 46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테스나는 국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최근 파운드리 시장 확대와 함께 국내 시스템 반도체 부문 투자 확대 및 후공정 외주 증가 추세로 시장 잠재력과 성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산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반도체 사업을 기존의 에너지(발전) 부문, 산업기계 부문과 함께 사업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두산중공업의 신규 사명인 두산에너빌리티 기업이미지(CI). 사진=두산중공업 제공



두산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은 채권단 졸업에 발맞춰 신규 사명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새 사명은 ‘두산에너빌리티’다. 에너빌리티는 에너지(energy)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결합한 것으로, 그 결합을 가능하게 한다는 ‘Enable’의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회사가 영위하는 사업의 본질적인 핵심 가치를 표현하면서 두산에너빌리티가 만드는 에너지 기술로 인류의 삶은 더 윤택해지고 동시에 지구는 더욱 청정해 지도록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회사 측은 “전문가 그룹의 제안과 내부 검토를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를 포괄할 수 있는 ‘확장 가능성’ △언어적 표현에 대한 ‘글로벌 적합성’ △다른 기업명과 비교한 ‘차별성’ 등을 감안해 ‘두산에너빌리티’를 새로운 사명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사명 변경은 2001년 한국중공업에서 두산중공업으로 바뀐 지 21년만이다. 이번 사명 변경을 계기로 두산중공업은 올해를 재도약 원년으로 삼아 새롭게 출발할 계획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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