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없어도 껍데기 아냐’…신학철이 역대급 매출 약속한 이유

알짜 배터리 떼어내고 주가 힘 못 쓰는 LG화학
“신사업 추가 분사 안 한다” 강조

[비즈니스 포스트]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2022년 2월 8일 인베스터 데이에서 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LG화학 제공



LG화학은 2022년 2월 8일 인베스터 데이에서 친환경 소재, 배터리 소재, 글로벌 신약 등 3대 신사업에서 매출을 10배 이상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성장성 높은 배터리가 빠진 대신 배터리 소재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날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2030년에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직접 사업으로만 매출 60조원을 달성하고 그중 절반인 30조원을 3대 신사업에서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LG에너지솔루션 상장으로 재무 건전성이 좋아져 LG에너지솔루션을 합친 연결 기준으로는 순현금 상태,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해도 순차입금 비율은 10% 초반 수준”이라며 “개선된 재무 구조하에서 연간 4조원 투자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고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의 추가 매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신 부회장은 향후 첨단 소재 사업이나 생명과학 사업이 추가로 분사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 일축했다.

신 부회장은 “배터리 사업은 시장의 빠른 성장에 대응하기 위한 연간 수조원 이상의 투자 부담이 엄청나 리더십 확보를 위해서는 분할 상장이 거의 유일한 옵션이었다”며 “이와 달리 첨단 소재나 생명과학은 투자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LG화학의 자체 투자 여력으로 충분하다. 첨단 소재와 생명과학을 비롯해 앞으로 추가되는 사업 포트폴리오는 직접 사업을 영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픽=배자영 기자



LG화학이 2021년 7월 10조원 투자 계획을 밝힌 지 6개월 만에 더 구체화된 중·장기 전략을 발표한 이유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으로 위축된 투자 심리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LG화학 주주들은 배터리 사업의 성장성을 보고 LG화학에 투자했는데 배터리 사업을 자회사로 별도 상장하면서 지주회사 디스카운트의 영향으로 손실이 커지게 됐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물적 분할한 자회사를 상장하면 핵심 사업이 빠진 기존 모회사의 가치 하락이 불가피해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상장으로 기업 가치가 깎이면서 주가 하락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LG화학은 배터리 사업부문인 LG에너지솔루션의 물적 분할 이후 주가가 약세를 거듭하고 있다.

2021년 초 100만원을 넘어섰던 주가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슈로 60만원대로 내려앉았고 2022년 2월 22일 급기야 6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LG화학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지난해부터 하락한 주가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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