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WBL 지수, 한국은 85점으로 61위
법적 개혁 23개국 달성, 그러나 아직도 개선사항 많아
전세계 약 24억명의 경제활동인구가 적절한 경제적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 24억명의 인구는 여성이다. 178개국에서는 여전히 법적 장벽으로 그들의 경제적인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한국은 임금 지표에서 25점으로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세계은행이 3월 1일 ‘2022 여성의 일과 법’(World Bank’s Women, Business and the Law 2022)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세계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권리는 남성의 권리의 4분의 3에 불과하다. 남성의 권리를 100점으로 했을 때 여성의 권리는 76.5점으로 낮게 산출됐다.
세계은행은 2020년 10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1년간 190개국을 대상으로 여성의 경제 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8개 분야(이동의 자유, 직장, 급여, 결혼, 육아, 비즈니스, 자산, 연금의 권리)에 대한 법과 규정을 조사했다. 세계은행은 이 결과를 WBL(Women, Business and Law)지수로 만들어 국가별 점수를 산출했다.
조사에 따르면 모든 영역에서 여성과 남성의 법적 지위, 권리가 부여된 나라는 OECD 국가 중 12개국에 불과하다. 벨기에, 캐나다, 덴마크, 프랑스, 그리스,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라트비아,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스페인, 스웨덴이 순위 내에 들었다. 최하위 점수를 기록한 곳은 요르단강 서안지구(26.3점)다. 이어 예멘(26.9점), 수단(29.4점), 카타르(29.4점) 등이었다.
고용 중 성차별, 성희롱과 육아 휴직 등 고용 부문에서 법적 개혁을 이룬 국가는 23개국이다. 특히 중동 및 북아프리카 부문의 개혁이 가파르다. 이 지역의 여성권리는 남성의 절반(평균 점수 53.0)에 불과하며 이는 지역 중 가장 낮은 점수다. 그러나 이 지역은 지난 1년간 가장 많은 WBL 지수 개선이 이루어진 곳이기도 하다. 이집트는 가정폭력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고 금융 서비스 접근 시 받을 수 있는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오만은 여성이 남성과 같은 방식으로 여권을 만들 수 있도록 허용했다.
급여·육아 지표 평균 가장 낮아
보고서는 전 세계적으로 육아·급여·직장 지표에서 법적 개혁을 촉구하기도 했다. 급여와 육아 지표는 평균 점수가 가장 낮은 부분이다. 지난해 기준 각각 0.9점, 0.7점 상승한 68.7점, 55.6점을 기록했다. 평균점수가 올랐다는 점은 유의미하나 가장 지속적인 차별이 관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꾸준한 관리와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총점 85점으로 190개 나라 중 61위를 기록했다. 8개 분야 중 이동의 자유·직장·결혼·자산·연금 지표는 100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임금 지표는 25점으로 최하위 그룹에 속했다.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중국, 콩고, 에티오피아 등이 같은 점수를 받았다. 육아·비즈니스 지표는 각각 80점, 75점을 받았다. 한국은 4년째 동일한 85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이 경제참여, 정치적 권한 등을 토대로 산출한 성별 격차지수(GGI)에서도 대상 국가 156개국 가운데 한국은 102위를 기록했다. 여성 경제 인구를 위한 유의미한 개혁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리 판게스투 세계은행 개발 정책 및 파트너십 담당 이사는 “전세계적으로 성차별에 대한 긍정적인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남녀간 평생 소득 격차는 여전한 과제로 남아있다. 전 세계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예상 평생 소득 간 격차는 172조 달러로 세계 연간 GDP의 거의 2배 수준”이라며 “정부는 여성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실현하고 완전하고 평등하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적 개혁 속도를 가속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