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도 사상 최고 신용도 회복 앞둔 하이트진로

회사채 수요 예측에 예상보다 세 배 많은 자금 집중 ‘흥행 성공’

[마켓 인사이트]

하이트진로의 대표 상품인 참이슬과 테라 사진=한국경제신문


하이트진로가 1년 만에 공개 모집 회사채 시장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와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업소용 시장 수요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도 제품 경쟁력을 인정 받아 기관투자가들로부터 큰 환대를 받았다.

단, 신용도 회복을 위해 남은 과제가 있다. 소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맥주 부문의 실적 개선과 현금 창출 능력 강화가 하이트진로의 향후 신용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채 수요 예측에 뭉칫돈 몰렸다

1년 만에 회사채 시장에 모습을 보인 하이트진로가 흥행에 성공했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3월 7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 예측(사전 청약)을 실시했다. 회사채 발행 규모 자체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하이트진로의 신용 등급이 우량 등급에 미치지 못하는 ‘A’여서 일부 증권사를 중심으로 흥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이트진로가 회사채 발행을 결정한 시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본격화하면서 기관투자가들의 회사채 투자 열기가 꺾였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주요 산업에서 내로라하는 대표 기업들도 줄줄이 회사채 흥행에 실패한 상황이었다. 더욱이 ‘AA급(AA-~AA+)’ 미만인 이른바 비우량 기업들은 기관투자가들의 기피 대상이 됐다.

이 와중에 실시한 하이트진로의 회사채 수요 예측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700억원 모집에 총 2110억원의 투자 수요가 몰렸다. 투자를 희망한 기관투자가들의 면면도 다양했다. 자산 운용사와 은행을 비롯해 보험사 등도 하이트진로 회사채에 투자를 희망했다. 결국 하이트진로는 최종 회사채 발행 금액을 840억원으로 증액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들어 원자재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원가 상승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악화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많다”며 “금융 시장 환경이나 원자재 시장 여건 등이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데도 이례적으로 기관투자가들의 선택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하이트진로의 신용 등급 전망이 기관투자가들의 호평을 이끌어 냈다고 평가한다. 현재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 평가사들은 하이트진로의 신용 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현재 신용 등급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하이트진로의 사상 최고 신용도는 2015년까지 유지된 ‘A+’다. 한 단계만 신용 등급이 올라도 사상 최고 신용도를 회복하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긍정적’ 신용 등급 전망을 달고 있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회사채 수요 예측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는다. 기관투자가들은 투자한 회사채의 신용 등급이 오르면 평가 이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이트진로는 여느 기업의 신용 등급 전망과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대개 ‘긍정적’ 신용 등급 전망을 부여 받은 기업은 6개월 이내에 실제 신용도가 오르는 사례가 많다.

하이트진로는 2020년 말부터 ‘긍정적’ 신용 등급 전망을 받고 있다. ‘긍정적’ 신용 등급 전망만 1년 넘게 갖고 있는 셈이다. 신용도 전망이 밝기는 하지만 신용 등급을 올릴 만큼 명확한 사업적·재무적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렇게 되면 ‘긍정적’ 신용 등급 전망의 장점이 희석될 가능성도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코로나19 사태 확산 이후 실적 변동성이 커지면서 신용 등급 상향 조정이 늦어지고 있지만 기관투자가들은 중·장기적으로 신용도가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높은 배당 성향과 원자재 가격 급등은 부담

하이트진로는 소주와 맥주 영업망을 공유해 영업 시너지가 가능한 사업 다각화를 이루고 있다. 소주 부문은 참이슬의 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워 2017년 이후 시장점유율이 50%를 웃돌고 있다. 한국의 9개 소주 기업 중 확고한 1위다.

소주 부문은 우수한 이익 창출 능력을 보이고 있다. 매출 대비 이자·세금 차감 전 수익(EBIT)이 꾸준히 11% 안팎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1~3분기에는 11.9%였고 2019년과 2020년에는 각각 11.1%, 11.9%를 기록했다.

맥주 부문은 기존 브랜드의 노후화로 경쟁력이 약화돼 시장점유율이 하락세였다. 2014~2019년에는 영업 적자도 나타냈다. 하지만 2019년 3월 출시한 테라의 판매 호조로 2019년 하반기 이후 종전 30% 수준이었던 시장점유율이 35~40%로 뛰어올랐다. 테라의 초기 시장 진입과 안착을 위한 마케팅 비용을 감수한 후인 2020년 1분기에는 흑자로 전환됐다.

개선세를 보이고 있었지만 2020년 코로나19 사태의 확산으로 유흥 채널의 수요 감소 폭이 커지면서 매출이 주춤해졌다.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매출은 2조2029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감소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역시 1741억원으로 전년 대비 12.3% 줄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있어 유흥 채널의 수요 회복 역시 늦어질 수 있다.

대형 주류 기업은 유흥 채널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주류 산업은 다른 산업군에 비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야간 영업 제한 등에 취약한 편이다. 물론 유통 채널의 다변화와 가정에서의 주류 수요 증가로 유흥 채널에서 감소한 수요의 일정 부분이 가정 채널에서 상쇄되고 있는 점은 우호적인 변화이기는 하다.

송동환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향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외식 채널의 영업 제한 등이 점차 완화돼 주류 산업의 전체적인 외형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며 “맥주 시장의 높은 경쟁 강도와 그에 따른 시장점유율 변동이 실적 향방의 주된 변수이기는 하지만 소주·맥주의 개선된 시장 입지가 유지되면 과거에 비해 좋아진 영업 이익 창출 능력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코로나19 사태의 부정적 영향 속에서도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1~3분기 영업 수익성은 8.5%로 과거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영향으로 마케팅 비용 부담이 완화된 덕분이다.

시장에선 하이트진로의 신용도 개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더 많다. 일단 신용 평가사들은 하이트진로의 연결 기준 매출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되고 맥주 부문의 경쟁력이 강화돼야 신용 등급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매출 대비 EBITDA 기준을 16%로 제시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매출 대비 EBITDA는 2019년 13.8%, 2020년 18.1%,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16.8%를 나타내고 있다. 기준은 충족시키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모회사에 대한 높은 경상적 지원 부담은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모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의 핵심적인 현금 수입원이다. 이에 따라 높은 배당 성향을 보이고 있는 하이트진로는 모회사 등 주주에게 매년 500억~600억원 안팎의 배당금을 꾸준히 지급하고 있다.

배당 부담은 하이트진로의 현금 창출 능력 개선을 가로막고 있다. 하이트진로홀딩스가 지난해 9월 기준 6090억원의 차입금을 부담하는 가운데 이에 대한 이자 비용 등을 감안하면 하이트진로의 높은 배당 성향은 중·단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많다.

또 코로나19 사태 확산이 진정돼 업소용 시장의 수요가 회복됐을 때 판매 촉진 관련 마케팅 비용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올 들어 원부자재 가격이 빠르게 치솟고 있어 수익성 추가 개선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김은정 한국경제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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