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이 낳은 엔터계 신성장 동력 ‘팬덤 플랫폼’

하이브 신사업 위버스·코스닥 상장 디어유…‘팬더스트리’ 핵심으로 급부상

[비즈니스 포커스]

하이브는 팬덤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엔터업계의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을 이끌어 냈다. (사진=하이브)


스타와 팬덤의 소통 창구가 공식 카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거쳐 왔던 ‘팬덤 플랫폼’으로 정착됐다. 좋아하는 가수가 생기면 그 가수가 어느 플랫폼에 속해 있는지 알아보고 월 정액권을 끊는 것이 ‘입덕’의 시작이 됐다. 가수의 메시지를 받는 것은 물론 굿즈 판매부터 콘서트 예매까지 ‘팬질’의 A부터 Z가 팬덤 플랫폼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특히 팬덤 플랫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팬데믹(세계적 유행)을 계기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대면 콘서트와 팬미팅 개최가 어려워지면서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 소통이 팬덤엔 가수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됐기 때문이다. 케이팝 팬들에겐 하이브의 ‘위버스’, SM엔터테인먼트의 ‘버블’, 엔씨소프트의 ‘유니버스’가 필수 애플리케이션이 됐다.


위버스·디어유·유니버스 ‘3파전’ 팬덤 플랫폼이라는 영역을 맨 처음 개척한 것은 하이브의 ‘위버스’다. 하이브는 공식 카페를 폐쇄하고 아티스트와 소통은 물론 콘서트 공지 등 방탄소년단(BTS)의 팬이라면 무조건 알아야 하는 모든 것을 위버스에 몰아 넣었다.

2019년 위버스가 출범했을 때만 해도 소속된 아티스트는 하이브의 BTS와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비롯한 세 팀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후 위버스는 다양한 소속사의 아티스트들을 입점시키면서 지난 4분기 기준 41개의 팀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아티스트의 입점이 늘자 가입자 수도 자연스럽게 증가했다. 하이브는 위버스가 지난해 4분기 기준 커뮤니티 가입자 수가 두 배 늘었고 월 방문자 수는 45%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 238개 국가와 지역에서 위버스를 사용하고 있다. 위버스 가입자 수는 지난해 4분기 3700만 명을 기록해 전년 동기 1800만 명의 두 배를 웃돌았다. 결제 금액 역시 크게 늘었다. 위버스를 통해 지난해 발생한 총 결제 금액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결제 이용자 수는 전 분기 대비 47% 정도 증가했다.

하이브 측은 “위버스 커뮤니티 가입자 수가 늘어나고 오프라인 공연 재개와 맞물려 다양한 상품들이 출시되면서 위버스를 통해 구매 활동을 경험한 팬들의 수도 함께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손자회사 ‘디어유’를 통해 ‘버블’을 출시했다. 3월 기준 296명의 아티스트가 입점했다.

디어유의 최대 주주는 SM스튜디오다. 지난해 6월 JYP엔터테인먼트도 2대 주주로 합류했다. 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을 비롯해 에프엔씨·젤리피쉬 등 다양한 한국 소속사의 아티스트들이 ‘버블’로 팬덤과 소통 중이다. 배구선수 김연경, 야구선수 최지만 등 스포츠 스타들도 디어유에 입성했다. 최근에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국가 대표 황대헌·김아랑 선수까지 합류했다.

디어유는 중국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디어유의 국내외 해외 비율은 각각 28%, 72%다. 그중 중국 시장은 20%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iOS 기반으로만 이뤄낸 성과다. 키움증권은 디어유의 중국 가입자 수를 15만 명 수준으로 추산한다. 향후 안드로이드에 입점한다면 중국 시장에서는 기존 iOS 가입자보다 2~3배 많은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강점을 등에 업은 디어유는 지난해 11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향후 팬더스트리(팬+인더스트리)에서 팬덤 플랫폼의 가치가 더욱 높이 평가받을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남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2020년 2월 코로나19 초기에 론칭한 버블은 팬더스트리의 디지털화 수혜를 봤고 리오프닝에 따른 콘서트 재개가 가져올 코어 팬덤 강화 효과와 입점 셀럽 영역의 파괴가 가입자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엔씨소프트의 유니버스는 지난 2월 7일 출시 1주년을 맞이했다. 그간 유니버스는 프라이빗 메시지, FNS 등 소통에 강점을 둔 기능과 자체 제작한 ‘유니버스 오리지널’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1월 출시 후 1년 만에 2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전 세계 233개국에 서비스하며 해외 이용자 비율은 89%다. 32팀의 아티스트와 3개의 프로그램까지 총 35개의 ‘플래닛’을 열었다. 추후에는 ‘브랜드 플래닛’을 오픈하는 등 영역을 보다 확장할 계획이다.

유니버스는 올해 이용자가 큰 화면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웹 버전’ 출시, 실시간 영상을 통해 아티스트와 더 생생하게 소통할 수 있는 ‘라이브 스트리밍’ 등 다양한 기능과 콘텐츠를 업데이트한다.
자동 번역부터 닉네임 호출도 가능
코로나19 사태는 플랫폼 시대의 문을 열었다. 그중에서도 팬덤 플랫폼은 짧은 기간 높은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위버스의 2020년 기준 매출액은 2191억원, 영업이익은 156억원이다. 디어유는 2021년 기준 408억원, 149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유료 구독 서비스 덕분에 영업이익률이 30% 중반대를 보였다. 양 사 모두 출시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케이팝 팬덤의 높은 충성도에서 기인한다. 팬덤 플랫폼은 ‘허수’가 거의 없다. 키움증권은 디어유가 평균 구독 유지율 90% 이상, 1인당 구독 가입은 1.7명을 웃돈다고 분석했다. 특히 아티스트의 활동이 없는 이른바 ‘공백기’에도 팬덤 플랫폼을 통해 집결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락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도입할 수 있는 것도 팬덤 플랫폼의 특징이다. 케이팝의 전 세계적인 인기 만큼 팬덤 플랫폼의 사용자 비율은 해외가 훨씬 더 높다. 이에 따라 팬덤 플랫폼이 자동 번역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다. 개인의 닉네임을 호출하는 기능을 통해 아티스트와 일대일로 대화하는 기분이 들게 했다.

사실 팬덤 플랫폼의 성장을 좌우하는 것은 입점돼 있는 아티스트다. 세부적으로는 다르긴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각각의 팬덤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거의 대동소이하다. 이에 따라 얼마나 많은 아티스트를 확보하는지가 팬덤 플랫폼의 구독자 수와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

지인해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다양한 분야의 셀럽과 스포츠 스타들도 합류하면 플랫폼 사업에서 매우 중요한 선점 효과를 충족한 셈”이라며 아티스트의 영입을 통해 선점 효과를 가속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이브는 미국 기획사인 아티카홀딩스를 인수했는데 소속 아티스트인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등이 입접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팬덤 플랫폼의 영향력은 더욱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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