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지앤이 먼저 알아본 K-브랜드, ‘신명품’이 되다

우영미·디어달리아, 글로벌 시장에서 높아진 위상 자랑…명품 플랫폼에서도 판매량 늘어

[비즈니스 포커스]

파리 패션위크에서 공개한 우영미의 2021 FW 컬렉션.(사진=한국경제신문)


‘보상 소비’부터 ‘플렉스’까지, 명품 소비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한국인이 샤넬·톰브라운에 푹 빠진 사이 해외에서의 인기를 토대로 명품으로 도약하는 한국 브랜드도 탄생했다.

해외 패션위크에서 주목받으며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사랑받는 ‘신명품’으로 자리 잡은 한국 디자이너들의 브랜드는 물론 해외 주요 유통 채널의 입점 소식을 알리는 뷰티 브랜드도 있다. 이들은 해외 명품 못지않은 스타일과 경쟁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해외 소비자 사로잡은 ‘우영미’와 ‘준지’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 워치4 우영미 에디션.(사진=삼성전자)


디자이너 우영미 씨가 자신의 이름을 따 론칭한 력셔리 브랜드 ‘우영미(WOOYOUNGMI)’는 해외에서 먼저 인기를 끌며 신명품으로 급부상했다. 이 브랜드는 남성복 전용 브랜드 ‘솔리드 옴므’로 이름을 떨친 우영미 디자이너가 둘째로 만든 브랜드다. 현재 K-패션의 선두 주자이자 세계 패션계에서 압도적인 파급력을 과시하고 있다.

‘우영미’는 2020년 쟁쟁한 브랜드들을 제치고 프랑스 봉마르셰백화점 남성관 매출 1위를 차지하며 파리지앤이 사랑하는 컨템퍼러리 남성복으로 자리 잡았다. 패션의 본고장 파리에서 사랑 받으며 해외 명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브랜드로 떠올랐다.

최근 MZ세대에게 ‘우영미’는 톰브라운·메종키츠네와 함께 가장 사랑받는 신명품이다. 이 때문에 우영미를 향한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우영미 파리’와 협업한 ‘웨어러블 우영미 에디션’을 한국에서 한정 판매했다. 이 에디션에는 우영미 디자이너가 직접 참여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톰브라운·메종키츠네와 협업해 MZ세대를 타깃으로 삼은 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준지의 22년 가을겨울 시즌 컬렉션.(사진=삼성물산 패션)


‘우영미’와 함께 해외 패션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한국 브랜드로 꼽히는 것이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준지’다. 준지는 2007년 정욱준 디자이너가 설립한 브랜드다. 매 시즌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혁신적인 디자인을 제시하며 해외 MZ세대들에게 사랑받는 글로벌 브랜드다. 업계에서는 준지가 세계 무대에서 K-패션의 입지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평가하고 있다. 현재 준지는 뉴욕·런던·파리·밀라노·홍콩 등 30개국 100여 개 매장에서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다.

준지는 글로벌 인지도가 높은 만큼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기능성 소재 브랜드 고어텍스, 스포츠 브랜드 리복,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 캐나다구스 등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들과 협업을 진행해 왔다.

지난 1월 준지는 컬렉션을 통해 세계적 기능성 소재 브랜드 고어텍스(GORE-TEX)와 협업한 아우터를 선보였다. 퀼팅·자수 등을 믹스 매치해 브랜드만의 독창적인 유틸리티 무드를 선보였다.
프랑스가 먼저 알아본 비건 뷰티 ‘디어달리아’
디어달리아의 프랑스 갤러리 라파예트 홀리데이 팝업 매장.(사진=디어달리아)

해외 패션업계에서 이들의 명성이 이어지자 한국에서도 이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명품 거래 플랫폼에서의 구매 건이다.

머스트잇에 따르면 ‘우영미’는 지난해 3월 대비 약 25% 이상 구매 건이 증가했다. 현재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 중에서는 머스트잇 내 검색량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여성 소비자들의 구매다. 현재 머스트잇에서는 ‘우영미’의 남성복 라인만 판매되지만 원마일 웨어, 오버사이즈 핏 유행과 함께 여성 구매자들도 전체 구매자의 27%를 차지했다. 머스트잇 관계자는 “‘우영미’의 볼캡과 후드티는 각 제품 카테고리별 주간 판매 순위 톱10에도 자주 등장하는 인기 품목”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머스트잇에서는 IAB스튜디오·아더에러·앤더슨벨·준지와 같은 한국 디자이너들의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브랜드들은 해외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으로 한국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높아졌거나 해외에서 더 다양한 제품들을 출시하기 때문에 명품 거래 플랫폼을 통해 이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머스트잇 관계자는 “해외 명품뿐만 아니라 일부 한국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정식 입점 등 다양한 방식으로 K-브랜드들을 적극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샤넬·디올·톰포드 등 해외 뷰티 브랜드들이 다수를 이루는 뷰티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는 한국 브랜드가 있다. 바람인터내셔날의 뷰티 브랜드 ‘디어달리아’는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브랜드다.

디어달리아의 긴자 미츠코시 매장. (사진=디어달리아)


디어달리아는 페타(PETA)와 비건 소사이어티에서 인증한 한국 최초의 ‘비건 뷰티 브랜드’다. 만개한 달리아꽃에서 영감을 받은 팔각형의 마블 패키지가 브랜드를 상징하는 디자인이다. 이러한 제품력과 브랜드 스토리를 더해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최근 큰 활약을 펼치고 있다.

디어달리아 관계자는 “디어달리아는 팝업 운영 시 매번 매출 링크 상위권의 성과를 거두면서 리테일과 고객 양쪽에서 모두 호평을 얻고 있다”며 “정식 입점 매장 또한 론칭 이후 꾸준히 성장하면서 매장 수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디어달리아는 2019년 프랑스 파리 라파예트백화점 샹젤리제점·니스점을 시작으로 프랑스 진출을 시작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샹젤리제점에서 매년 크리스마스 팝업을 진행했는데 2019년과 2021년에는 홀리데이 팝업 뷰티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이 기세를 몰아 올해에는 낭트·리옹·마르세유·파리 보그레넬점 입점을 앞두고 있다.

일본에서는 긴자 미쓰코시 백화점에서 2020년 홀리데이 팝업에 이어 2021년 블루밍 팝업을 진행했는데 오픈 5시간 만에 홀리데이 에디션 제품 품절 및 동일 장소에서 팝업 매장을 연 브랜드 중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긴자 매장에 정식 입점했다. 또 이세탄 미러에서는 지난해부터 17개 전 매장에서 팝업 매장을 열었고 1년간 최고 팝업 매출을 기록했다. 디어달리아 관계자는 ”2023년을 목표로 정식 매장 입점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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