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보다 더 혹독했던 리더십 실패의 교훈 [강함수의 레드 티밍]

2005년 카트리나 사태는 리더의 잘못된 태도와 행동으로 위기관리 실패한 사례

[강함수의 레드 티밍]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뉴올리언스에서 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영향으로 집들이 물에 잠긴 모습. 사진=AP연합뉴스



위기 상황에서 조직 리더의 역할은 무엇일까. 우리는 그간 체계적인 시스템과 체계를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에 중점을 두고 위기관리를 고려해 왔다.

하지만 조직 시스템과 관리 기능을 확보하고 있더라도 위기 대응 리더십이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그 체계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위기 리더십은 평상시 좋은 리더십을 보여주는 리더에게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것이 아니다. 위기의 심각성보다 위기 대응에서 더 중요한 것은 리더가 시기적으로 적절한 의사 결정을 하는가, 민감한 반응을 통해 조직의 위기 민감도를 높여 긴밀하게 행동하게 하는가에 있다.

적절한 의사 결정으로 위기 민감도 높여야

2005년 8월 말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해 큰 홍수가 발생했다. 당시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지역 주민들은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이 지역의 홍수에 크게 관여하지 않고 정보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홍수 발생 3일이 지나 마이클 브라운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 청장은 CNN 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그는 뉴올리언스에서 수천 명의 시민이 며칠 동안 물과 식량도 없이 지역 컨벤션센터에 갇혀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뉴올리언스가 물에 잠긴 지 2주가 지난 후 뉴욕타임스는 웹사이트에 한 남자가 허리까지 물에 잠긴 채 ‘리더십이 필요하다’라고 쓰인 간판을 드는 만화 그림을 게시했다. 다음 날 브라운 청장은 사직했고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저를 기록했다.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이 위기는 아니다. 핵심은 위기에 대한 태도와 행동이다. 기업·정부·리더가 잘못된 일에 대해 무관심을 보이면 용서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리더는 위기 상황에서 적절한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첫째, 위기를 기업 관리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보지 않고 기업 관리의 시험으로 봐야 한다. 그렇게 해야 위기 상황을 제대로 의식하고 위기가 기업과 주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리더의 위기에 대한 자기 인식 능력은 의사 결정의 집중과 신속성을 담보한다. 이것은 다시 조직 위기 대응의 민감도를 높인다. 이를 통해 조직 구성원은 현실을 직시하고 위기 대응을 위해 긴밀하게 움직일 수 있다.

둘째, 리더는 시간의 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 기준에 따라 빠르게 대응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시간은 리더의 적이다. 여기서 신속성의 의미는 정확한 정보 없이 발표하라는 것이 아니다. 책임을 바로 인정하고 약속을 보장하라는 말도 아니다.

위기가 다가오면 평상시 기업 절차의 정체되는 시간을 없애야 한다는 뜻이다. 기업 대표는 신속히 대내외 이해관계인들에게 문제 해결을 위해 해결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안심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리더는 부서장과 함께 ‘테이블 위의 연습’을 정기적으로 해야 한다. 제일 좋은 훈련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다양한 위기 상황에서 의사 결정이 어려운 이유는 명확하게 흑과 백이 구분되지 않는 회색의 상황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기 의사 결정의 모호함을 고민하고 함께 생각하면서 조직 리더의 사고 방향과 판단 원칙 기준을 설정해 놓는다면 위기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을 줄일 수 있다.

효과적인 위기 대응이 위기에 따른 손실을 아예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위기 이후 평상시 경영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시키는 것은 가능하다.

위기 대응은 평판 관리를 넘어 기업의 생산성을 확보하고 제품에 대한 시장의 요청과 주가 등 재무적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처럼 위기 대응의 수준은 결국 리더가 결정하는 것이다.


※ ‘레드 티밍(red-teaming)’은 조직의 전략을 점검하고 보완하기 위해 다른 관점에서 문제점이나 취약점을 발견하고 의도적으로 공격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행위다. 미국이 모의 군사 훈련 과정에서 아군인 블루팀의 취약점을 파악, 분석하기 위해 편성한 가상의 ‘레드팀(red team)’으로 지칭한 것에서 유래됐다.


강함수 에스코토스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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