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은행장, AI 은행원·메타버스…디지털 전환 가속 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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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그래픽=배자영 기자

진옥동(61) 신한은행장은 그룹 내 대표적인 ‘일본통’이다. 1997년부터 20년 가까이 주요 경력을 일본에서 쌓아 행장에까지 오른 입지적인 인물로 꼽힌다. 일본 오사카 지점장, 일본 현지 법인 SBJ은행 법인장 등을 거치면서 신한금융지주의 최대 주주인 재일 교포 주주들에게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신한은행 부행장에 선임됐고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을 지낸 뒤 2019년 3월부터 신한은행을 이끌고 있다.

빅블러 시대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진 행장은 디지털 전환(DT)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블록체인·메타버스 등 신기술을 바탕으로 혁신적 고객 경험을 제공해 데이터가 흐르는 디지털 컴퍼니로 도약하겠다는 복안이다.

우선 ‘디지털혁신단’을 신설하고 디지털 전환을 추진 중이다. 올해는 디지털전략그룹·개인그룹·기관그룹을 하나의 부문으로 통합해 신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고객이 접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적극 선보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9월 금융권 최초로 AI 은행원을 대고객 업무에 선보였고 최근 서비스 범위를 예·적금 신규, 신용 대출 신청 등으로 넓혀 가며 고도화 중이다. 올해 3월 금융권 최초로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베타 서비스를 선보였는데 다양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연계해 연내 정식 서비스를 오픈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확보한 고객 데이터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구축하고 이를 내·외부 플랫폼에 탑재하며 또다시 해당 플랫폼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로 솔루션을 고도화하는 데이터 선순환 체계 구축을 목표로 삼고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도 진 행장이 주목하는 키워드다. 신한은행은 2020년 9월 한국 시중은행 중 최초로 적도원칙에 가입했고 이후 두 차례 이행 보고서를 발간했다. 올해는 전사적인 ESG 경영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최고재무책임자(CFO) 산하 경영기획그룹 내 ESG전략실을 신설했다.

고객 중심 철학, 직원과 소통이 답

진 행장은 취임 때부터 ‘고객 중심’ 철학을 강조해 왔다. 2019년 오픈한 ‘고객 중심 영업점’이 그 시작이었다. 40대 초반 책임자를 지점장에 임명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들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혔다. 그 덕분에 다소 위축됐던 영업점 분위기와 성과가 개선됐다. 막내 직원부터 거리낌 없이 의견을 나누고 지점장이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시니어 고객 전용 ATM 화면, 영업점 공간 재배치 등의 아이디어도 실현됐다. 시니어 고객을 위한 ‘디지털 맞춤 영업점’인 신림동지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직원과의 소통도 적극적이다. 고객과 가장 밀접하게 접하는 이들이 영업점 직원들이기 때문이다. 진 행장은 브이로그로 직원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가는 것부터 시작했다. 화면으로나마 익숙해진 은행장이 영업점을 찾아가니 직원들이 마음을 열어줬다는 후문이다.

특히 직원들 사이에선 ‘어울림광장’의 비실명 게시판이 인기가 높다. 진 행장은 이곳에서 현장의 어려움, 자성의 목소리, 감사 인사 등 각양각색의 허심탄회한 의견들을 보며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

업무 효율성 제고도 진 행장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이를 위해 그는 본부부서에 ‘셀(Cell)장 중심 업무 책임제’를 도입했다. 부서장이 아니라 과장급 이상 실무자인 셀장에게 추진 사업의 최종 의사 결정 권한을 부여하고 결재 단계를 3단계로 대폭 축소해 업무의 속도를 높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은행장 수행 비서를 별도로 두지 않는 등 불필요한 의전을 최소화했다. 경영진도 동참해 비서실을 축소하고 임원실의 가림막을 철거했다. 그룹장들이 그룹 직원들과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는 ‘노마드 제도’를 도입하는 등 변화를 꾀했다.

그래픽=배자영 기자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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