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열풍의 끝, 소수의 승자가 되기 위한 투자법[비트코인 A to Z]
입력 2022-04-05 17:30:20
수정 2022-04-05 18:05:00
수익률 높을수록 리스크 큰 디파이…‘리스크-리턴’ 프로필 따라 적절한 자산 배분 필수
[비트코인 A to Z]최근 1년 사이 한국에 불어닥친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열풍은 놀라우면서도 우려된다. 서점 매대에 NFT 관련 책이 즐비하고 이름을 들으면 알 만한 유명인과 대기업이 연일 NFT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심지어 맘카페에서도 NFT 투자와 관련된 정보가 올라올 정도다. 기업들은 너도나도 NFT 비즈니스를 한다고 한다. NFT 시장에 관심과 돈이 몰리니 관련한 사기 사례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마치 2017년 암호화폐 공개(ICO) 열풍과 함께 우후죽순 생겨난 가상 자산 거래소를 보고 있는 듯하다.
스테이블 코인과 디파인에 주목
2017년 이후 생존한 ICO 알트코인과 가상 자산 거래소 비율이 높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NFT 열풍이 끝난 후 살아남은 승자가 소수일 것이라는 점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인데, 현재 NFT 시장에는 거품이 많이 끼어 있다고 본다.
NFT가 메가트렌드가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사이클’을 고려할 때 현재 NFT 시장이 저점은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무엇에 투자하느냐만큼 중요한 것이 얼마에 사느냐인데, 고점의 사이클에서는 우량 자산에 투자하더라도 충분한 수익을 내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현재 전체 가상 자산 시장이 어떤 사이클에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한데 사실 요즘 같은 때는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중국-대만의 지정학 이슈, 인플레이션·금리 인상과 같은 예측하기 어려운 매크로 변수가 불확실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상 자산 투자자들이 안정적으로 중위험·중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스테이블 코인(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암호 화폐)을 활용한 디파이(Defi : 탈중앙화 금융) 포트폴리오 운용이다. 현재 시중 은행이 제공하는 예금 금리는 대략 2% 수준이다. 미 국채 10년물 역시 비슷한 수준이다. 이벤트성으로 특정 조건을 충족시키면 제공하는 특판 금리 역시 5~6% 수준이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예금 금리가 좀 더 오르겠지만 전통 금융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연간 10% 이상 두 자릿수의 수익률을 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한편 디파이의 세계에서는 포트폴리오 운용과 적절한 리스크 관리 능력만 있다면 달러에 페깅된 스테이블 코인으로도 충분히 10% 이상 두 자릿수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예를 들어 2022년 3월 22일 기준 TVL(Total Value Locked : 디파이 프로토콜에 총 예치된 자산)이 85억 달러인 이더리움 기반의 디파이 프로토콜 아베(AAVE)가 스테이블 코인(USDT, USDC, DAI) 예치에 제공하는 금리는 약 1.5~3.5%로 시중 은행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클레이튼 기반의 다피아 프로코톨 아이포아이 파이낸스(i4i Finance : 클레이튼 생태계를 위한 스테이블스와프)가 스테이블 코인(KSD, BUSD) 예치에 제공하는 금리는 약 25%로 시중은행 달러 예금 금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만약 여기에 레버리지와 각종 금융 공학 기법이 도입되면 수익률이 극대화될 수 있다.
물론 수익률과 리스크는 양면의 동전이고 통상적으로 비례하는 것이 투자의 원칙이다. 디파이도 마찬가지로 수익률이 높을수록 리스크가 큰 편이다. 디파이 리스크는 크게 △스마트 콘트랙트 리스크 △스테이블 코인 리스크 △러그풀 리스크 등으로 분류된다. 이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혹은 디파이 프로토콜 기능 자체에 문제가 생기거나 스테이블 코인 페깅이 깨지거나 디파이 프로토콜 운영 재단이 의도적으로 먹튀하는 경우 등을 의미한다. 따라서 디파이 운용을 통해 두 자릿수 달러 예금 금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리스크-리턴 프로필에 따라 적절한 자산 배분과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래는 필자가 전통 금융권과 가상 자산업계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을 바탕으로 만든 표다. 선진국·개도국 시장과 가치주·성장주를 각각 블록체인과 디파이 프로토콜과 매칭해 리스크-리턴 프로필을 비교했다.
선진국 vs 개도국(블록체인 네트워크)
우선 전통 금융권에서는 거시적으로 선진국과 개도국으로 구분하는데 각각에 따른 리스크-리턴 프로필이 다르다. 예컨대 미국·유럽·일본과 같은 곳은 선진국으로 분류돼 상대적으로 경제성장률이 낮고 자본 시장이 성숙해 리스크가 낮은 편이다. 반면 아시아(일본 제외)·라틴아메리카·중동은 개도국으로 분류되고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이 기대되지만 자본 시장이 미성숙하고 리스크도 높은 편이다.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네트워크도 비교적 성숙한 이더리움과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대안 레이어 1(솔라나·테라·아발란체·클레이튼·BSC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더리움과 대안 레이어 1은 각각 선진국과 개도국의 리스크-리턴 프로필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예를 들어 이더리움 기반의 디파이 프로토콜은 상대적으로 성숙하고 리스크가 적으며 수익률도 낮은 편이다. 반면 대안 레이어 1 기반의 디파이 프로토콜은 동일한 자산을 예치해도 이더리움 대비 상대적으로 미성숙하고 리스크가 크며 수익률이 높은 편이다.
가치주 vs 성장주(디파이 프로토콜)
둘째로 전통 금융권에서는 주식을 가치주와 성장주로 구분하는데 각각에 따른 리스크-리턴 프로필이 다르다. 예컨대 벅셔해서웨이·AT&T·P&G와 같은 가치주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수익 대비 주가가 낮은 편이다. 대표적인 가치주 투자자로는 벅셔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이 있다. 반면 테슬라·아마존·메타(구 페이스북)·넷플릭스와 같은 성장주는 고속 성장하고 수익 대비 주가(PE)가 높은 편이다. 대표적인 성장주 투자자로는 아크인베스트먼트의 캐시 우드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가치주의 성장주 프레임워크를 디파이 프로토콜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상대적으로 성숙하고 시장 참여자가 많으며 보안 사고의 우려가 적은 유니스와프·커브·아베·컴파운드 등의 디파이 프로토콜은 가치주의 특징을 보인다. 실제로 해당 디파이 프로토콜에 스테이블 코인을 예치하면 1~4% 수준의 금리를 보이는데 이는 전통 금융권이 제공하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해당 디파이 프로토콜에 자금을 예치하는 사람들은 리스크-리턴 프로필이 굉장히 보수적인 편이다.
반면 TVL이 낮고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디파이 프로토콜일수록 수익률이 높고 위험하다. 스마트 콘트랙트 리스크로 인한 해킹이 발생하거나 러그풀이 발생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이 높기 때문에 일부 자금을 해당 디파이 프로토콜에 적절히 배분하면 포트폴리오 전체의 샤프지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는 신생 디파이 프로토콜을 적극 활용한다.
물론 현재는 위와 같은 접근 방식에 한계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가상 자산과 디파이는 전통 금융을 파괴적으로 혁신할 잠재력이 높다. 언젠가 모든 유형의 자산이 토큰화돼 퍼블릭 블록체인 위에서 구동되는 날이 온다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기본적으로 디파이를 직간접적으로 취급할 것이다. 물론 그때가 되면 현재와 같은 높은 수익률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호기심을 가지고 트렌드를 빨리 캐치하고 행동에 나서는 사람이 돈을 번다. 이와 같은 원칙은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재테크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디파이와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 공부해 볼 것을 추천한다. 기회는 오래가지 않는다.
*주의: 특정 코인 매수·매도에 대한 의견 아님.
한중섭 ‘비트코인 제국주의’, ‘넥스트 파이낸스’, ‘친절한 독재자, 디지털 빅브라더가 온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