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훈 홍익대 교수, ‘NFT 미래수업’ 출간… “NFT,블록체인의 유용성 입증한 첫 사례”
[인터뷰]2017년이 암호화폐, 2020년이 주식 투자의 해였다면 2022년은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의 해가 될 것이 유력해 보인다. 하지만 제대로 된 지식 없이 무작정 투자에 나선다면 NFT는 그저 투기 수단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는 암호화폐 열풍 속에서도 꾸준히 ‘신중론’을 주장해 온 학자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연구해 온 그에게 NFT의 실체를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홍 교수는 최근 ‘디지털 경제 생태계가 만들어갈 새로운 기회-NFT 미래수업(한국경제신문)’을 출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팬데믹(세계적 유행)은 메타버스를 비롯한 가상 공간의 성장을 가속화했다. 이러한 가상 공간 속에도 ‘자산’이 있다. 현실 세계의 자산은 국가가 개입해 소유권을 증명해 준다. 하지만 가상 공간에서는 이러한 제도가 없다. 이 과정에서 블록체인을 통해 사적으로 자산의 소유권을 증명하려고 탄생한 것이 ‘NFT’라는 게 홍 교수의 설명이다.
NFT는 이제 막 형성된 시장이다. 앞으로 NFT가 디지털 인프라로 쓰이느냐, 투기 자산으로 쓰이느냐는 NFT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달렸다고 홍 교수는 강조한다. “NFT를 투기 성격이 짙은 마케팅 등에 활용한다면 NFT가 가진 기술의 가치도 퇴색된다”는 지적이다.
-NFT가 무엇이기에 시장이 들썩일까요.
“오랫동안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분야를 연구하면서 NFT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규제 당국은 NFT를 ‘코인으로 봐야 하느냐’, ‘가상 자산으로 편입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NFT를 한 단어로 말하자면 ‘디지털 등기’예요. 디지털 자산의 소유를 증명할 수 있는 등기인 거죠. 조금 더 길게 설명하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자산의 ‘사설 등기’인 셈이죠. 국가가 발행하는 공식적인 등기가 아니니까요.”
-지금 왜 NFT가 주목받을까요.
“NFT가 주목받는 이유는 부동산·주식·코인에 이은 다음 투자처로 꼽히기 때문이에요. 투자자들은 늘 ‘다음 목표’를 정하는 데 그게 NFT인 거죠.
암호화폐는 많은 투자자들이 유입되면서 시장이 커졌어요. 투자자들이 재미를 한 번 본 거죠. 그다음 투자처를 찾다 보니 NFT가 타깃이 된 거예요. NFT가 블록체인 기술에 올라타 있기 때문에 코인 투자자에게는 익숙한 수단이었죠.”
-기업들도 NFT 열풍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NFT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돈이 되니까 그래요. 또 NFT는 트렌디한 이미지를 갖고 있어 2030세대의 주목을 받기 때문에 마케팅 수단으로도 유용하죠.
다만 현재 기업의 NFT 활용법은 깊이가 얕다고 봐요. 예를 들어 지금 기업들은 신제품의 디지털 이미지를 NFT로 발행해요. NFT는 디지털 파일을 사고 파는 게 아니라 소유권을 넘기는 거잖아요. 그런데 디지털 세상에서 디지털 파일은 누구나 볼 수 있고 복사해 가질 수도 있죠. NFT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소비자들로서는 ‘나는 NFT를 돈 주고 샀는데 다른 사람도 복사해 디지털 파일을 가질 수 있네. 이걸 왜 돈 주고 샀지’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는 거죠. NFT는 소유권을 증명하는 수단이거든요.”
-기업의 NFT 활용법이 다양해지는 시기는 언제쯤일까요.
“소비자들이 NFT의 개념에 대해 이해하는 순간이 올 겁니다. NFT 파일을 샀다고 가치가 무한정으로 오르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거죠. 그 순간 NFT는 진정한 ‘디지털 등기’로의 역할을 할 거예요.
NFT 사용처로 가장 유용하게 꼽히는 시장이 ‘콘텐츠’라고 할 수 있죠. 많은 리더들과 기업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오프라인에서의 삶이 온라인으로 옮겨 갈 것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하지만 오프라인의 활동을 메타버스에서 완벽히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야구 게임을 한다고 해서 야구를 하는 게 아니고 아이스크림 이미지를 본다고 해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게 아니잖아요. 온라인에서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것은 문화·예술 자산을 비롯한 ‘콘텐츠’밖에 없어요. 그래서 디지털 등기인 NFT가 콘텐츠 분야에서 각광받는 겁니다.”
-실제로 NFT가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는 분야는 문화·예술계입니다.
“작가의 예술 작품부터 영화·드라마·연예인 사진까지 모두 통틀어 ‘문화·예술’ 영역에 포함되죠. 지금 NFT는 디지털 문화·예술에 대한 소유권을 증명하는 곳에서 활발히 쓰이고 있어요.
하지만 NFT가 시장에 도입된다고 해서 그 산업이 극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겁니다. 지금 문화·예술업계에서 NFT 작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을 보면 크립토 펀드(가상 자산 또는 가상 자산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투자자들이 대부분이에요. ‘암호화폐와 연관된 사람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거죠. NFT와 만남으로써 소외됐던 작가들이 주목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기존 전문가들에게 인정받은 작가들이 결국 NFT 작품에서도 관심을 이어 갈 거예요.
지금은 NFT 작품의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어요. 하지만 부동산 등기를 옮겼다고 가격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잖아요. 예술에 ‘NFT 가치’가 반영됐다는 말은 잘못된 겁니다.”
-기업의 NFT 활용에서 우려되는 것이 있나요.
“기업이 NFT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않고 마케팅 수단으로 쓰는 겁니다. 만약 마케팅 수단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한다면 나중에 NFT 판이 더 커졌을 때 피해자가 많아질 수도 있어요. 최근 ‘조각 투자’도 똑같은 상황을 겪고 있죠.”
-기업에서 발행하는 NFT에 투자할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요.
“기업이 마케팅을 위해 NFT를 발행한다지만 이를 구매하는 사람들의 관심은 분명합니다. NFT의 가치가 오르냐 아니냐예요. 투자자들은 이 기업이 왜 NFT를 활용했는지를 알아야 해요. 마케팅일 수도 있고 아니면 새로운 자금 조달일 수도 있죠. 기업이 NFT를 발행한 ‘목적’을 알아야 해요.”
-세계 경제의 불확실이 커진 상황입니다. NFT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부동산-주식-코인-NFT의 순서대로 투자자들의 돈이 몰릴 거예요. 그 대신 돈이 빠지기 시작하면 가장 최근 생긴 수단인 NFT부터 돈이 빠져나가겠죠.
문제는 시장이 더 침체될 때예요. 부동산이나 주식에서 손실을 본 사람들이 다른 투자처를 통해 손실을 회복하려고 할 겁니다. 그 사람들의 돈이 다시 NFT로 몰리게 되는 순서죠.
이런 과정을 통해 NFT가 주목받을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NFT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다른 곳에서 투자를 실패한 사람들이 몰릴 가능성이 높아요.”
-NFT의 미래는 어떨 것 같습니까.
“디지털 자산에 부여되는 등기는 꼭 필요하기 때문에 기술로서의 NFT는 유의미하다고 봐요. 다만 NFT가 미래에 널리 쓰일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른 시스템이 디지털 등기를 대체할 수도 있죠.
문제는 NFT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예요. 이는 NFT가 투기성 자산으로 쓰이느냐 혹은 사회 인프라로 받아들이느냐에 달렸죠. 만약 NFT가 투기 수단으로 쓰인다면 NFT가 가진 기술의 가치도 불투명해질 겁니다. 특히 NFT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늘어난다면 NFT 자체를 불신하는 분위기가 커질 거예요.
지금까지는 블록체인 기술의 명확한 사용 사례가 없었죠. NFT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최초의 사용 사례라고 할수 있어요. 또 디지털 파일의 소유권, 즉 소유자의 자격 조건을 표기해 주는 첫째 예시이기도 하죠. 이것만으로도 NFT는 유의미한 기술인 것은 분명해요.”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