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킴벌리 ESG·커뮤니케이션본부
[ESG 리뷰]“우리 걱정보다 지구 걱정을 더 해요.”
전양숙 유한킴벌리 본부장이 유한킴벌리 환경·사회·지배구조(ESG)·커뮤니케이션 본부를 한마디로 요약했다. 유한킴벌리는 1996년 환경 경영 보고서 발행과 함께 환경 경영을 선언했다. 이어 2000년부터 상생협력본부·환경경영연구소·지속가능경영본부 등이 생기면서 지속 가능성과 경영의 결합을 본격적으로 실행하기 시작했다. 이후 2020년 3월 비전 선포와 함께 환경 경영 3.0을 선언했다. 사회 책임과 환경 경영의 통합 본부가 설립된 지난해에 이어 올해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강화하며 지금의 ESG·커뮤니케이션본부가 탄생했다.
지난해 이들의 첫 업무는 임원진을 대상으로 한 기후 위기 관련 교육이었다. 2021년 1월 취임한 최고경영자(CEO)의 첫 요구 사항이었다. 비전도 바뀌었다. 이승필 환경경영워크그룹 리더는 “‘우리는 생활-건강-지구환경을 위해 행동한다’는 새 비전은 앞으로 유한킴벌리가 해야 할 전 지구적 실천 행동과 방향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본부 구성원들이 꼽은 유한킴벌리의 대표적 ESG 프로젝트는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다. 이 프로젝트는 1984년 유한킴벌리와 산림청 등 주요 이해관계인들이 모여 시작한 숲 환경 공익 캠페인이다. 유한킴벌리는 그동안 국공유림에 약 5400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꿨다. 해외에도 유한킴벌리 숲이 생겼다. 유한킴벌리는 2003년부터 시민 단체 ‘동북아산림포럼’과 함께 몽골에 여의도 11배 규모의 유한킴벌리 숲을 만들었다.
지난해 진재승 사장 취임 이후에도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38년간 실시해 온 이 캠페인은 유한킴벌리 ESG 경영의 내재화 정도를 보여주는 대표적 프로젝트다. 기업의 모든 이해관계인이 함께 참여한 공익 캠페인이기 때문이다. 이수연 사회책임워크그룹 리더는 “지속 가능성을 위한 기업의 노력은 매년 새로워져야 한다. 38년 전의 지역 사회 요구와 2022년의 요구는 다르기 때문이다. 본래의 목적을 유지하고 이해관계인의 변화된 요구를 반영하며 사업을 지켜 온 것이 유한킴벌리 ESG 경영의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제품 안전과 소비자 대응이 중요한 생필품을 제조하는 기업인 만큼 리스크 대응도 큰 과제다. 각종 위기 예방을 위해 유한킴벌리는 ‘위기예방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아기·어린이용 제품 안전 정책 수립, 생리대 성분 자발적 공개 등을 통해 소비자와 끊임없이 소통한다.
유한킴벌리는 이러한 자체 가이드라인을 통해 만들어진 지속 가능한 제품을 ‘굿브랜드’로 분류한다. 경제·사회·환경에 기여하며 동시에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굿액션(good action)을 해낼 수 있는 제품을 의미한다. 대표적 제품은 ‘하기스 네이처메이드 오가닉 코튼 커버 기저귀’, 생리대 ‘라네이처’, ‘스카트 에코 물티슈’ 등이다. 네이처메이드 기저귀는 한국 기저귀 최초로 유기능 인증인 OCS(Organic Content Standard)100 국제 인증을 획득했다. 생분해 퇴비화가 가능한 소재를 사용했다. 라네이처는 전 세계에서 에코서트 친환경 섬유 인증을 받은 유일한 자연 소재 90% 이상인 생리대다. 스카트 에코 물티슈는 천연 펄프 100% 원단에 수분을 더한 종이 물티슈다.
제품을 내놓기까지는 시행착오도 있었다. 소비자와 생산자를 동시에 설득해야 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어려움에 부닥쳤다. 전 본부장은 “2차 포장을 줄이기 위해 대용량 기획 제품을 개발했다. 하지만 소비자는 소용량 제품을 선호하기에 실제 여러 번 출시했지만 좋은 성과를 거두기 어려웠던 경험이 있다. 소비자와 유통 업체 전체가 노력해야 의미 있는 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리더 역시 “온실가스 감축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한다. 생산 현장과 ESG본부가 함께 소통하고 실천해도 전체 공급망이 함께 개선되지 않으면 개선 폭은 제한적”이라며 “산업계를 넘어선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한킴벌리는 제품 안전과 환경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소비자·협력사와 끊임없이 소통한다. 유한킴벌리의 제품에 소비자를 비롯한 이해관계인의 의견이 잘 반영된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유한킴벌리의 이해관계인은 사원·협력사·소비자지역사회·주주로 정의된다. 국내법 준수, 킴벌리 클라크의 사전 안전성 평가, 제품 안전을 점검하는 품질안전법규본부 등 여러 부서의 협력과 소비자 의견을 통합해 제품 안전 관리를 하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2015년부터 5년 연속 동반 성장 지수 최우수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전 본부장은 “제품 측면에서 안전성은 생활용품에서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최후의 보루와 같다. 제품은 무해해야 하고 안전해야 한다. 유한킴벌리의 제품이 환경만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 없는 이유다. 제품의 품질·안전·위생·환경 영향을 균형 있게 유지하도록 고민을 이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 전양숙 ESG·커뮤니케이션 본부장
“누적된 경험이 곧 경쟁력“
- 유한킴벌리 ESG 경영의 강점은 무엇인가.
“투명한 윤리 경영과 누적된 경험이다. 윤리적이고 투명한 문화를 바탕으로 환경 경영과 사회 공헌을 지속해 온 시간만큼 직원들의 내재화도 상당히 진행됐다. 그래서 ‘왜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실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과정을 건너뛰고 ‘어떻게,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다. 노조와의 대화만 봐도 그런 점은 쉽게 알 수 있다. 경영진과 노조 대표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유한킴벌리의 ESG 경영 현황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노조 역시 회사의 ESG 경영을 위해 노조에 어떤 역할이 필요한지, 어떻게 사회적 책임을 나눠야 할지 함께 고민한다.”
- ESG와 관련한 규제 움직임을 어떻게 보나.
“한국은 수출 제조 기업이 많다. 따라서 글로벌 법규나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다. 특히 ESG는 이러한 흐름을 읽어야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현재 한국의 규제는 유럽 규제 트렌드보다 빠르다고 할 수는 없다. 유한킴벌리는 글로벌 법규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경쟁력이 된 기업이다. 또한 이해관계인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기업으로 소비자와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반영해 공시도 이어 가고 있다. 제조 기업으로서 이러한 상황을 숙제가 아닌 기회라고 생각하면 더 수월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이 스킨 케어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로니컬하게도 한국의 강한 규제 덕분이었다. 현재 중견·중소기업 역시 규제 대응을 잘하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올해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인가.
“올해의 과제도 ESG 내재화다. 지난해 목표도 내재화였다. ESG를 비롯한 모든 경영 문화는 한 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내재화했어도 올해 또 해야 하고 변화 관리도 꾸준히 이뤄져야 지속 가능하다. 지난해 많은 사원들에게 ESG 교육 요청을 받았다. 부서별로 니즈도 다양하다. 사원들이 자신의 업무에서 어떤 방식으로 ESG를 접목할 수 있는지 이해도를 높이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지속 가능성 조직의 지속적 과제다.”
조수빈 한경ESG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