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참한 부동산 거래량, 정상화 위해선 빠른 규제 완화가 ‘답’[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거래량 너무 줄면 업계 불황·세수 감소 등 부작용 발생
양도세 중과 배제·취득세 인하 조치 동시에 이뤄져야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서울의 한 공인중개소에 부착된 매매 및 전월세 물량 사진=연합뉴스


현재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거래 침체다. 특히 최근 몇 달 간의 거래 침체는 심각한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58개월의 월평균 아파트 거래량은 5만5327건이다. 하지만 올해 1월은 2만4465건, 2월에는 2만6232건으로 거래량이 반 토막이 됐다. 현 정부 출범 후 거래량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거래가 활발했던 2020~2021년과 비교하면 더 처참하다. 2021년과 비교해서는 59%, 2020년에는 69%나 줄었다. 불과 2년 만에 거래량이 3분의 1 수준도 되지 않을 만큼 줄어든 셈이다.

주택 시장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수도권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현 정부의 수도권 월평균 아파트 거래량은 2만6227건인데 올해 2월은 가장 적은 6881건에 불과하다. 4분의 1 토막이 났다. 가장 거래가 많았던 2020년 6월과 비교하면 8분의 1 수준이다.

수도권 월평균 거래량, 고점 대비 8분의 1 수준

거래량이 줄면 여러 부작용이 나타난다. 먼저 관련 업계의 불황이다. 공인중개사의 수입이 급감하는 것은 물론 인테리어나 이사 업체, 가구나 가전 기업에도 영향이 있다. 이사를 가지 않은 상태에서 집을 수리하는 사람은 없다. 소파와 식탁 등의 가구·TV·냉장고 등 가전제품도 이사 시점에 맞춰 새것으로 장만하는 이들이 많다. 관련 시장이 침체되는 이유다.

관련 시장이 침체되면 회사 사장은 물론 직원이나 인부의 수입도 줄어든다. 인테리어 수요가 줄면 도배하는 사람이나 미장이의 수입도 줄고 이삿짐을 옮기는 인부의 수입도 줄어든다. 즉, 서민의 일감이 없어진다는 뜻이다.

정부도 세수 감소라는 실질적 피해를 본다. 최근 몇 년간 당초 계획보다 세금이 많이 걷혔다. 부동산 거래량이 과거보다 갑자기 늘어났기 때문이다. 세금을 징수하는 정부 기관에선 주택 거래가 얼마나 될지 예상하기 힘들어 원래 예상보다 세금이 훨씬 많이 걷혔다.

문제는 지난해 4분기부터 거래가 평년 이하로 줄면서 올해 세수 감소가 예측된다는 점이다. 주택을 취득할 때 부과되는 취득세는 물론 양도소득세도 거래가 있어야 부과된다. 지난 몇 년간 나타났던 것과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주택 거래량 감소는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주택 시장 내부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 중이다.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는 나중에 취득한 주택의 취득일로부터 일정 기간 안에 기존 주택을 팔아야 양도세가 비과세된다. 하지만 거래량이 크게 줄면서 처분 기간에 기존 주택을 팔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2주택자가 되면 기존의 양도세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중과세까지 부담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정책 너무 소극적이면 효과 잘 안 나와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팔고 싶은 이는 팔게 하고 사고 싶은 이는 사게 하면 된다. 현재 시장 상황은 거래를 방해하는 요소가 너무 많다. 특히 ‘과도한 세금’이 문제다.

주택은 취득할 때 취득세, 보유할 때 보유세, 매도할 때 양도세가 부과된다. 이 모든 세금을 합하면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높은 세금 부담이 나타난다. 보유세가 높은 선진국은 거래세가 낮다. 취득세가 없는 나라도 많고 양도소득세도 세율이 한국보다 낮다.

윤석열 정부는 한시적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배제하는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높은 보유세를 그대로 두면서 양도세 중과를 일정 기간 동안 해제하면 높은 보유세가 부담이 되는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쏟아낼 것으로 기대해서다.

하지만 새 정부도 간과하는 점이 있다. 파는 사람이 있다면 사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매물만 나온다고 거래가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다. 거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와 동시에 취득세 인하 조치도 취해야 한다.

현재 다주택자에게는 취득세가 최대 13.4%까지 부과된다. 이를 2020년 7·10 조치 이전으로 되돌려야 한다. 동시에 무주택자에게는 생애 최초 여부와 상관없이 한시적으로 취득세를 면제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현재의 징벌적 세금 부과 체계에서 벗어나 햇볕 정책을 쓰자는 얘기다.

결론적으로 양도세 중과 배제 조치를 한시적으로 실행한다고 해도 실제 거래가 되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몇 달 후 우리는 추가 규제 완화를 기대해 매물을 내놓지 않는 다주택자라는 기사를 접할 것이다.

규제 완화를 겁내 소극적인 정책 태도가 나타나면 효과를 얻기 어렵다. 한시적 양도세 중과 배제 조치와 취득세 한시적 인하 조치는 동시에 작동해야 효과가 크다.

가격 상승이 주춤한 현재 상황에 주택 갈아타기를 하려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보유 주택이 팔리지 않아서다. 집이 팔리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려는 이들이 없기 때문이다.

새 정부에서 우선적으로 할 일은 거래를 막고 있는 암초를 제거해 시장의 기능을 되살리는 것이다. 규제라는 실타래를 단숨에 끊어야 할 시점이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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