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콘서트부터 방 탈출까지…멀티플렉스의 코로나19 시대 생존법

영화 상영관 넘어 ‘공간 종합 사업자’로 변신 중…고심 끝 관람료 인상도 시작

[비즈니스 포커스]

CGV는 케이팝 아티스트의 콘서트를 생중계했다. 지난해 열린 NCT127의 콘서트 생중계 모습.(사진=CGV)


멀티플렉스 체인 한국 1위 사업자인 CJ CGV가 4월 4일 요금을 1000원 인상했다. 평일 관람료는 1만3000원으로, 주말 관람료는 1만4000원으로 올랐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하나만 구독하면 여러 영화를 골라 볼 수 있는 시대다. 티켓 값이 넷플릭스 한 달 구독료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오르면서 부정적인 반응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CGV는 이번 인상이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한다. CGV는 임차료·관리비 등 고정비의 증가, 상영관 취식 금지로 인한 매점 매출의 급감, 영업시간 제한, 좌석 띄어 앉기 등 방역비 지출로 지난 2년간 한국에서만 약 3668억원에 달하는 누적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향후 멀티플렉스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영화비 인상이 꼭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4DX로 즐기는 K팝 아티스트 콘서트 동시에 CGV는 이번 요금 인상이 한국 영화 산업과도 깊게 연계돼 있다고 말한다. CGV 관계자는 “투자·제작·배급·상영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한국의 영화 산업에서 실제로 인상되는 영화 관람료의 절반은 비율에 따라 배급·제작사에 돌아가게 된다”며 “개봉을 확정하지 못하고 대기 중인 60여 편의 한국 상업 영화 기대작들이 연내 개봉을 검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1위인 CGV의 요금 인상으로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결정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간 CGV가 요금을 올리면 다른 멀티플렉스 사업자들도 요금을 올려 왔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CGV와 같은 시장 상황이고 경영 적자도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지만 요금 인상은 매우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현재는 인상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롯데시네마의 2020년 영업 손실은 1428억원, 2021년 영업 손실은 1224억원으로 2년 연속 적자를 이어 가고 있다.

최근 멀티플렉스가 직면한 위기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관객 수의 감소다. 둘째는 그 사이 변화된 미디어 시청 환경이다.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OTT의 보편화로 손쉽게 영화를 집에서 즐길 수 있다. 관객 수가 줄면서 제작비를 보전하기 위해 영화관 개봉 대신 OTT로 직행하는 신작 영화들도 늘어났다.

CGV는 상영관의 강점인 높은 층고를 활용해 스포츠 클라이밍짐인 ‘피커스’를 론칭했다. (사진=CGV)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멀티플렉스는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빅 스크린’의 강점을 활용해 영화 대신 다양한 콘텐츠를 상영한다. 지난 3월 12일 방탄소년단(BTS)이 2년 반 만에 서울에서 연 콘서트는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를 통해 극장에서 생중계됐다. 콘서트 표를 구하지 못한 아미(BTS 팬클럽)들이 영화관에 몰리면서 생중계 티켓도 15분 만에 매진됐다.

CGV는 지난해 샤이니 키, 엑소 카이, NCT 등 여러 아티스트들의 콘서트를 생중계했다. K팝의 영향력이 전 세계에 퍼진 만큼 콘서트 생중계는 향후 중요한 해외 신사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CGV는 4월 9일 보이 그룹 아스트로의 데뷔 6주년 팬미팅을 한국과 인도네시아에 생중계한다. CGV용산아이파크몰, 영등포 등 전국 10개 극장과 인도네시아에 있는 CGV자카르타 등 5개 극장에서 동시에 진행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아티스트와 팬들의 대면 만남이 어려워졌다. 멀티플렉스는 K팝 아티스트의 콘텐츠를 극장의 큰 스크린과 퀄리티 높은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멀티플렉스만의 기술을 적용하기도 한다. CGV는 단순히 보는 것에서 벗어나 ‘오감 체험’이 가능한 4DX와 스크린X(SCREENX) 등의 특별 포맷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마치 눈앞에서 아티스트가 직접 공연하는 듯한 생생한 기술력을 자랑한다.
감염 우려 줄인 ‘프리미엄관’ 강화
롯데시네마는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오픈 스튜디오를 열었다. (사진=롯데시네마)

멀티플렉스를 찾는 관객들이 줄어들었지만 임차비용과 운영비 등 오프라인 공간에 드는 비용은 계속 소모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멀티플렉스는 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비즈니스를 선보이고 있다. 소수의 인원을 들이거나 ‘영화 관람’이라는 큰 목적을 아예 바꾸는 것이다.

다수의 사람들이 밀폐된 공간에서 2시간 정도 머무를 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는 우려는 극장의 관객 수를 급감시켰다. 이에 따라 소수의 인원만 모일 수 있는 프리미엄 상영관이 각광받고 있다. CGV가 CGV연남과 서면상상마당에서 오픈한 프리미엄 상영관 스위트 시네마는 한 관에 2~4명만 들어가 볼 수 있는 개별 박스 타입의 좌석을 마련한 프리미엄 상영관이다. 상영관 안의 관객들은 하나의 대형 스크린을 공유하지만 박스마다 개별 음향 시스템과 리클라이너 소파 등 각종 편의 시설이 구비돼 프라이빗한 관람을 체험할 수 있다.

롯데시네마는 스페셜관을 강화했다. 지난해 12월 월드타워관 씨네패밀리를 6년 만에 리뉴얼했다. 씨네패밀리는 4~6인 전용의 관람 부스로 상영관 속에 별도로 마련된 독립형 공간이다. 총 4개의 부스로 구성돼 있고 최고급 소파와 스툴이 제공된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경기도 시흥시 능곡동 플랑드르(모다아울렛) 쇼핑몰에 들어선 롯데시네마 시흥장현관은 씨네컴포트 2개관을 포함해 총 5개관, 652석으로 마련됐다. 씨네컴포트는 개인 몸에 맞춘 듯한 리클라이너 소파가 전석 설치되고 넓은 좌석 간격으로 보다 편안하고 아늑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공간 사업자로서 영화관을 상영관이 아닌 전혀 다른 기능으로 변모시키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CGV는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이전 영화관에서 즐기는 방탈출 게임 ‘미션 브레이크’를 오픈했는데 지금까지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에는 상영관의 강점인 높은 층고를 활용해 CGV피카디리1958의 7관과 8관을 리뉴얼해 스포츠 클라이밍 짐인 ‘피커스’를 론칭했다. CGV 관계자는 “2030세대에게 반응이 좋은 피커스는 팬데믹 이후에도 건강을 생각하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사업으로 판단돼 젊은층 등 유동 인구가 많은 다른 지역으로 점차 확대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시네마는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스튜디오로 변신했다. 1인 미디어 MCN 미디어자몽과 손잡고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 오픈 스튜디오를 열었다. 오픈스튜디오는 40㎡(12평)와 26㎡(8평) 등 두 개의 공간으로 구성됐고 여러 첨단 장비들을 구비해 라이브 방송과 팟캐스트 등 미디어 제작이 가능하게끔 설계했다.

올해 목표를 아예 ‘공간 종합 사업자’로 설정한 멀티플렉스도 있다. 메가박스는 영화 상영과 투자에서 벗어나 고객에게 즐거운 공간 경험을 선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메가박스는 2021년 신촌점 내 제주맥주 플래그십 스토어를 통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한 바 있다. 앞으로는 지역마다 흩어져 있는 멀티플렉스의 특성을 활용해 지역 거점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차별화를 추구한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극장 유휴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관객들에게 영화를 뛰어넘는 공간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