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에서 초딩들 출석 부르자 ‘에듀테크’에 돈 몰렸다

메가스터디교육 영업익 전년비 201.7% ↑, 디지털대성도 실적 사상 최대…비대면 수업 확산과 AI·빅데이터 기술이 ‘포인트’

[비즈니스 포커스]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1 에듀테크쇼+초등교육전' 한 부스에서 온라인 강의 장비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교육의 ‘에듀테크’ 전환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전 산업군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만나 진화하고 있다. 보수적인 시장이지만 교육업계의 변화도 진작 시작됐다. 불을 붙인 것은 비대면 수업이다. 대면 학습이 어려워지면서 양질의 콘텐츠와 개인의 학습 상황을 점검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3년 차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에듀테크를 강화한 교육 관련 기업들이 성과를 내고 있다. 오프라인 사업은 시원치 않지만 온라인 사업은 선전 중이다. 동시에 통신사와 정보기술(IT) 기업 역시 에듀테크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방문 교사를 대신하는 스마트 학습지 동영상 강의나 비대면 수업은 사실 팬데믹 이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에듀테크가 급격히 확산된 것은 보조 수단에 불과했던 비대면 강의가 팬데믹 이후 주요 학습 경로가 됐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강의를 온라인으로 옮긴 ‘이러닝’, 스마트 디바이스를 접목한 ‘스마트 러닝’보다 에듀테크는 한 발짝 더 나아간 개념이다. 빅데이터나 AI를 활용해 기존의 서비스를 개선하고 학생 개개인에게 맞춘 교육 과정을 제공한다. 교육 시장 조사 기관 홀른아이큐에 따르면 전 세계 에듀테크 시장의 지출액은 2019년 1630억 달러에서 2025년 4040억 달러로 6년간 연평균 16.3%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면 수업이 불가능해지면서 학교는 부랴부랴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매번 아침마다 교사들은 ‘줌’을 켜고 반 아이들의 출석을 불렀다. 변화가 시작된 곳은 공교육 시장뿐만이 아니다. 사교육 시장에서도 대형 강의 대신 ‘대치동 1타 강사’의 온라인 강의가 각광 받으면서 메가스터디교육·디지털대성 등이 크게 성장했다.

업계 1위 메가스터디교육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48.2% 증가한 7039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201.7% 증가한 991억원을 기록했다.

디지털대성은 지난해 기준 매출액 1969억원, 영업이익 252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성장의 주요 요인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온라인 교육 사업의 반사 이익이 지속된 것이 꼽힌다. 양 사 모두 온라인 교육 사업이 순항하며 실적이 늘었다.

학습지 시장 또한 대면 방문에서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스마트 학습지’로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교사의 방문보다 태블릿 PC를 활용한 스마트 학습지 시장이 연일 커지고 있다. 2011년 아이스크림에듀의 ‘아이스크림홈런’을 시작으로 2015년 천재교육 ‘밀크티’, 2018년 비상교육 ‘와이즈캠프’, 메가스터디교육의 ‘엘리하이’가 출시됐다. 또 방문 학습지로 성장한 웅진씽크빅·대교·교원도 스마트 학습지 시장에 진출하면서 초·중등 사교육 시장에도 변화가 생겼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아이스크림에듀, 메가스터디교육, 비상교육 등 3사의 초·중등 온라인 강의 관련 사업부문의 매출은 2017년 1412억원에서 2021년 3625억원으로 4년간 연평균 26.6%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김한경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저출산으로 학령 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스마트 학습지의 사교육 시장 침투율 증가는 수강생 수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초등 교육 시장은 에듀테크로의 전환이 가장 손쉬운 분야다. 특히 한국 상장 교육 기업들이 중점을 두는 에듀테크 분야는 ‘AI 기반 교육’인데 AI를 적용한 프로그램이 가장 활발히 쓰이는 곳은 초등 교육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AI 기술이 가장 빛을 보는 분야는 초등 교육으로, 강의 후 자가 학습이 이뤄지는 고등 인터넷 강의와 달리 초등생에게는 세심한 학습 지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AI가 개인의 학습 현황을 맞춤형으로 관리해 주기 때문에 초등생들이 학습에 뒤떨어지지 않게 관리할 수 있다.

투자·자회사로 에듀테크 확산하는 기업들 에듀테크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는 상황에서 교육 기업이 아닌 다른 테크 기업들 또한 이 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플랫폼과 기술력을 통해 에듀테크 산업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최근 에듀테크 분야에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곳은 통신업계다. 3사 모두 비통신 사업으로 에듀테크를 점찍었다. 통신사의 주요 사업인 AI 스피커, IPTV는 부모들이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보여주는 콘텐츠의 주요 경로다. 이에 따라 에듀테크 시장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진다.

LG유플러스는 2월 14일 아동 교육 콘텐츠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에듀테크 스타트업 ‘에누마’에 약 25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의 에듀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호두랩스에 이어 둘째다. 에누마는 만 3~8세 아동을 대상으로 국어·수학·영어 등 기초 과목 중심의 학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에듀테크 사업자다.

LG유플러스는 에누마와 파트너십을 강화해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자사 영·유아 플랫폼에 지속 공급할 계획이다. 양 사는 에누마 디지털 콘텐츠와 U+아이들나라 영상 회의 솔루션을 연계한 학습 서비스를 비롯해 코딩·경제 교육 콘텐츠 공동 개발, 사회적 책임(CSR) 등 협력 분야를 확대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자회사를 통해 에듀테크 시장에 진출했다. 2019년 카카오키즈와 야나두가 합병해 에듀테크 자회사 야나두로 거듭났다. 유·아동 교육부터 성인 평생 교육 등 전 생애에 걸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의 자회사인 스노우가 2020년 자회사로 출범시킨 에듀테크 기업 ‘케이크’는 3월 30일 하이브의 자회사 ‘하이브 에듀’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언어 교육 사업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2018년 스노우에서 선보인 영어 교육 애플리케이션(앱) ‘케이크’는 아시아·중동·남미 등 영어를 공부하려는 전 세계 이용자에게 선택받고 있다. 다운로드 수는 1억 건을 돌파했고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1000만 명에 달한다. 언어 교육 앱 MAU 기준으로는 듀오링고에 이은 전 세계 2위 사업자다. 케이크는 하이브에듀가 기존에 추진해 온 아티스트 지식재산(IP) 기반의 언어 교육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올해 중 케이크 한국어 학습 버전을 출시한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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