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어닥 ″‘방 안의 코끼리’ 같은 노인 돌봄…기술과 데이터로 풀었죠”

엔데믹 시대의 헬스케어 스타트업③ 박재병 케어닥 대표

[스페셜 리포트]

박재병 케어닥 대표. 사진=김기남 기자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 상황에서 지난 2년간 고무적인 성과를 이뤄 낸 기업이 있다. 노인 돌봄 전문 플랫폼 업체 케어닥이다. 팬데믹으로 노인 돌봄의 장소는 시설에서 재택으로 변했다. 케어닥은 이 두 곳의 간격을 기술과 데이터로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케어닥 재택 돌봄 서비스의 2021년 12월 신청 건수는 2020년 초와 비교해 700% 이상 늘어났다. 폭발적인 성장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주춤했던 간병과 돌봄 서비스 시장에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팬데믹 시대에서 엔데믹(주기적 유행) 시대로 향해 가지만 케어닥의 자신감은 상당하다. 박재병 케어닥 대표는 “케어닥은 시니어 케어 회사가 아니라 시니어 헬스케어 회사”라며 “케어닥은 노인의 단순 돌봄을 넘어 회복의 관점에서 초고령화 한국 사회의 든든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오랜 기간 가족 간병을 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돌봄 산업의 필요성에 대해 관심을 가져 왔다. 2016년 홀몸노인 봉사 단체 ‘쪽방 나들이’를 운영하던 시절, 한국 노인 돌봄 시스템의 한계와 정보 불균형, 질적 개선의 필요성을 깨닫고 2018년 ‘케어닥’을 창업했다. “정부의 노인 돌봄 제도가 있는데 왜 우리 어머니는 그렇게 오랜 시간 간병을 해야 했을까. 왜 쪽방촌 할머니들은 방치돼야 했을까. 오랜 시간 고민했어요. 정부 제도와 현실의 괴리감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느끼고 누군가는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박 대표는 사각지대에 있던 노인 돌봄 시스템 개선을 사업의 핵심 과제로 삼았다. 오프라인 중심으로 운영되던 돌봄 산업을 디지털과 접목함으로써 스마트한 시니어 돌봄 환경을 만들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노인 인구가 850만 명이면 요양 시설은 4만 개 정도예요. 수혜자가 노인 인구의 9%에 불과하죠. 요양원에 가고 싶어도 기준 요건을 충족해야 해요. 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인 인구는 간병을 선택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높은 매칭 수수료와 돌봄 비용, 간병인 정보에 대한 불신 등의 문제가 있었어요. 완전한 사각지대였죠.”

박 대표는 먼저 공공 데이터를 활용해 전국의 요양병원 시설 안내와 등급을 공개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2020년 개인 간병과 2021년 공동 간병으로 영역을 넓히며 보호자와 케어코디를 매칭하는 돌봄 전문 플랫폼을 선보였다. 중개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내는 구조였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폐쇄적인 시장 구조에 젊은 창업가의 도전은 반대에 부딪치기 일쑤였다. “소비자의 반응은 좋았지만 기존 이해관계인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어요. 오프라인 영역을 온라인으로 시도하는 게 처음이어서였겠죠. 특히 케어닥이 무슨 자격으로 정보를 공개하느냐는 원성이 컸어요. 하지만 저는 그러한 비판에 ‘우리가 시장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풀리지 않던 사업은 생각지 못한 상황을 만나며 급물살을 탔다. 2020년을 강타한 코로나19 사태였다. 코로나19 사태의 확산으로 돌봄 서비스의 주요 장소가 요양병원이나 시설에서 가정 집으로 이동했다. 케어닥의 재택 돌봄 서비스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서비스 출시 이후 2년 만에 누적 돌봄 시간이 280만 시간을 돌파했다. 그중 재택 돌봄 서비스는 매월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여 2년 새 신청 건수가 무려 700% 늘었다. 소비자들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간병인을 적시에 연결하고 보호자와 간병인 간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류할 수 있다는 점에 환호했다. “어르신의 하루 식사·배변·상태 등을 꼼꼼하게 기록하는 ‘돌봄일지’는 우리만의 경쟁력이에요. 단순 돌봄 영역에서 나아가 복약 지도나 의료적 활용까지 가능해 회복 관점에서 어르신을 돌볼 수 있죠.”

박 대표는 시니어 케어 비즈니스를 단순히 노인의 심부름을 대신하거나 옆에서 부축하는 정도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계획은 한국 간병 산업의 현황을 파악하고 노인층의 라이프스타일 데이터를 수집해 시니어 헬스케어 관점에서 사업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미 케어닥이 확보한 빅데이터에 몇몇 금융 기업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뒤에도 케어닥은 노인 재택 돌봄 시장의 성장을 자신하고 있다. 2025년 65세 이상이 5명 중 1명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는 가운데 노인 돌봄 서비스의 양과 질이 개선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노인 돌봄 서비스는 마치 ‘방 안의 코끼리(모두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누구도 얘기하지 않는 현상)’ 문제 같아요. 모두가 이 엄청난 문제를 느끼고 있지만 해결이 어려우니 아예 외면하는 상태죠. 인구 증가는 더욱 가팔라질 텐데 시설의 증가는 이를 따라오지 못합니다. 노인들은 만족할 만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이를 감당해야 할 보호자들은 간병비 부담을 호소합니다. 케어닥은 노인 돌봄이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보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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