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독점한 브랜드들의 ‘아이코닉 무브’ 전략

토스의 간편 송금 · 배민의·맛집 배달 · 컬리의 새벽 배송
숨겨진 고객 니즈가 만든 새 시장

[브랜드 인사이트]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Live there. Even if it’s just for a night)’라는 브랜드 가치를 표현한 에어비앤비의 미국 옥외 광고 캠페인. 사진=인터브랜드 제공


“어제의 놀라움은 금세 오늘의 평범함이 된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연례 주주 서한에서 언급한 말이다. 소비자는 본래 신성한 불만을 가진 존재로 그들의 기대는 결코 가만히 서 있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은 시대를 대표하는 파괴적 혁신 기업 중 하나인 아마존이 바라보는 시장과 소비자의 단면이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 속에 회자됐다.

굳이 멀리 베이조스 창업자의 말까지 빌려오지 않더라도 오늘날 소비자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기업과 브랜드가 그들의 생각과 호흡을 따라가는 일이 얼마나 힘겨운지를 논하는 것은 전혀 새롭지 않다.

이 시대의 소비자들은 각종 첨단 모바일 기기로 중무장하고 각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단 몇 번의 터치로 브랜드 정보를 탐색한다. 그리고 비슷한 니즈를 가졌던 사람들의 후기를 꼼꼼히 확인하며 자신에게 꼭 필요한 브랜드를 선택한다.

하루에도 수만 개의 브랜드가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이때 소비자들의 한 번의 선택이 그다음을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다. 똑같은 방식으로 기존의 것을 대체할 수 있는 브랜드를 찾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각자 처한 내·외부 환경을 면밀히 분해해 브랜드 전략을 보다 정교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규모 예산을 쏟아부으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사기 위해 광고를 비롯한 대외 커뮤니케이션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일은 기업과 브랜드가 가지는 불변의 소명이자 태도다. 그런데 만약 우리 브랜드가 탐탁지 않은 투자수익률(ROI)을 안겨주고 있다면 한번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전력을 다해 뛰어 온 결과 우리 기업과 브랜드가 어디에 도달해 있는지 말이다. 달리 말하면 ‘우리는 과연 소비자들의 기대에 단 한 번이라도 닿았던 적이 있었던가’를 말이다.

어제의 놀라움이 오늘의 평범함

기업과 브랜드는 더 나은 가치를 끊임없이 발굴해 소비자에게 제공하고자 한다. 더 나은 가치는 통상 우리가 제공해 온 기존 버전의 가치 대비 더 낫거나 경쟁 기업이나 브랜드가 제공하고 있는 것들보다 더 나은 것을 가리킨다.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그룹 인터브랜드는 이처럼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기업과 브랜드의 지속적인 변화와 개선 노력을 ‘무브(Moves)’라고 칭한다. 무브 없이는 시장의 치열한 경쟁 구도 안에 머무를 수 없다.

어제의 놀라움이 오늘의 평범함이 되는 시대에서 무브만으로는 이제 충분하지 않다. 단언하건대 소비자 니즈의 충족이라는 명제를 더 이상 당연한 것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시대다. 오늘날 기업과 브랜드가 취해야 할 전략이 단순한 무브를 뛰어넘어 ‘아이코닉 무브(Iconic Moves)’로 향해야만 하는 이유다.

인터브랜드는 아이코닉 무브를 ‘고객의 숨겨진 니즈를 파악해 경쟁 지형을 변화시키는 상징적이고도 대담한 도전’이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 속에는 ‘숨겨진 니즈의 파악’이라는 과정적 요건과 ‘경쟁 지형의 변화를 야기하는 상징적이고 대담한 도전’이라는 결과적 요건 두 가지가 숨어 있다.

먼저 결과적 요건 측면에서 기업과 브랜드에 보다 익숙한 무브와 비교 관점에서 살펴보면 아이코닉 무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무브가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하는 데 집중했다면 아이코닉 무브는 뉴노멀을 만들어 낸다.

기업 내부적으로는 무브가 조직을 점진적이고 지속적으로 진전시키는 반면 아이코닉 무브는 기업이 집중해야 할 책무의 방향성을 전환하도록 주도한다. 경쟁 측면에서는 무브가 소비자들의 선택과 충성도를 끌어 내는 데 집중한다면 아이코닉 무브는 일시적인 독점 상태를 구축해 낸다.

당연히 성과 측면에서 무브가 지속적인 성과 창출에 기여하고 아이코닉 무브는 놀라운 성과와 결과를 만들어 낸다. 이처럼 아이코닉 무브는 소비자에게 뉴노멀을 제시하며 일시적인 경쟁 독점 상태를 만들어 내는 파급력을 갖는다.

우리 일상에서 새로운 기준이나 표준을 제시함으로써 일시적인 독점 상태를 만들어 낸 브랜드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공인인증서는 물론 보안카드까지 꺼내야 했던 송금을 단 몇 번의 터치만으로 가능하게 했던 토스, 맛집이 집으로 찾아오는 경험을 제시하며 배달 음식을 어엿한 식문화로 자리 잡게 한 배달의민족, 밤 11시에 주문해도 신선한 식품을 새벽에 받아 볼 수 있도록 해 준 마켓컬리 등 우리는 이미 아이코닉 무브를 만들어 낸 브랜드들이 제시하고 있는 혜택을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동시에 관련 업계의 타 브랜드들은 그들이 만들어 놓은 완전히 새로운 기준과 표준 위에서 나름의 생존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무브와 아이코닉 무브 비교. 사진=인터브랜드 제공


치밀한 브랜드 전략의 산물

아이코닉 무브는 치밀한 브랜드 전략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선망받는 시대의 아이콘들이 그렇듯이 아이코닉 무브 역시 누군가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의 산물이라는 오해를 받기 쉽기 때문이다. 치밀하게 짜인 브랜드 전략과 연계되지 않는 아이코닉 무브는 존재하기 어렵다.

아이코닉 무브는 소비자·조직·경쟁·성과 측면에서 근본성과 지속성을 갖는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표면적이고 일시적인 속성의 마케팅 캠페인 등을 아이코닉 무브와 혼동하면 곤란하다.

아이코닉 무브는 철저히 브랜드 전략의 산물이어야 한다. 반대로 오늘의 브랜드 전략은 아이코닉 무브가 탄생할 수 있는 영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시 브랜드 전략으로 돌아가 우리의 브랜드 전략이 과연 그런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브랜드 전략의 시작이자 가장 중요한 지점 중 하나는 우리 브랜드의 존재 이유를 찾는 것이다. 인터브랜드는 이를 ‘브랜드의 존재 이유’라고 명명한다. 브랜드가 넘쳐나는 시대에 ‘우리 브랜드가 왜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지’ 당위성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존재 이유가 명확하지 않거나 충분하지 못하다면 우리 브랜드로부터의 아이코닉 무브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세상 어디든 집이 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했던 어느 브랜드의 존재 이유가 있다. 이 확고한 존재 이유만으로도 우리는 지금도 여행이라는 일상을 통해 누리고 있는 아이코닉 무브의 실체를 높이 평가하고 그런 대담한 도전을 통해 경쟁 지형을 변화시킨 에어비앤비라는 브랜드를 상기할 수 있다. 에

어비앤비의 브랜드 전략은 아이코닉 무브를 탄생시킨 영감이 됐고 아이코닉 무브는 브랜드 전략의 산물이었던 셈이다.

아이코닉 무브를 가능하게 하는 브랜드 전략 수립의 과정에서 앞서 언급했던 아이코닉 무브의 두 가지 요건 중 과정적 요건인 숨겨진 니즈의 파악을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나타나지 않거나 충족된 적이 없는 소비자 니즈는 기업과 브랜드에 언제나 가장 중요한 탐색 대상이었고 이를 찾기 위해 다양한 소비자 조사 기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다만 숨겨진 니즈를 찾는 목적에 조금 더 집중하고자 한다면 지금과는 조금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숨겨져 있다는 것은 소비자 스스로도 자신의 니즈가 무엇인지 명쾌하게 표현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런 한계를 인지하고 넘어설 수 있는 접근 방법을 추구할 때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 가슴 한편에는 여행 기간 동안 철저히 현지인처럼 살아보고 싶은 니즈가 숨겨져 있음을 읽어낼 수 있다. 에어비앤비가 그랬듯이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경쟁 브랜드보다 더 다양한 객실 타입을, 더 프리미엄 침구류를, 더 풍성한 혜택의 멤버십 서비스를 갖추는 데 전력투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권병욱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이사. 사진=인터브랜드 제공



권병욱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이사
상단 바로가기